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모처럼 산책길에서 생긴 여러가지 에피소드^^ 본문
참말 가을장마인가. 비가 오는 것도 아닌 것이 안오는 것도 아닌 것이...그냥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결국 귀찮아서 그냥 손에 들고 걷기로. 며칠 흐리고 비가 오락가락하여 집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광명동굴길에 올라갔다.
그사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꽃들이 피어 눈을 즐겁게 했다. 옥잠화가 이렇게 크고 하얀 꽃인지 예전엔 미쳐 몰랐다. 옥비녀 같은 꽃이라더니 참말 그래 보인다.
광명동굴에서 숲길로 접어들어 숲길을 한바퀴돌고 광명동굴로 원점회귀할 때까지 혼자서 걷다보니 잔득 긴장하고 걸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탓으로 어두운 숲길을 걷는 이들이 없었다. 그러다 컴컴한 숲속에 한줄기 햇빛이 비춰 드니 이래 반가울 수가 없다. 이 참에 날듯이 빠른 걸음으로 숲을 빠져 나온다. 나무잎 사이로 분홍색 굴뚝이 보이면 이제 광명동굴이 코앞이라 안심이다. 긴장한 마음에 뛰다시피 걸은 탓인지 숨도 가프고 삐질삐질 땀도 난다 ㅋㅋ
범부채는 튼실한 씨앗을 달고 있건만 한켠에 작고 여리게 핀 꽃 한송이. 어쩌다 이제사 꽃을 피우게 되었는지...
한줄기 햇빛이 비치니 어두컴컴하던 숲속이 환해졌다.
광명동굴 광장에 있는 휴게음식점들은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문을 닫은지 오래이다.
저기서 파는 츄로스를 손자가 좋아하는데 언제쯤에나 문을 열려는지...
마치 과실나무처럼 크게 자란 미국자리공. 키가 1m는 족히 될 듯 싶다.
꽃과 열매를 보면 탐스럽고 예쁘기까지 하는데 이 포도송이 같이 탐스러운 미국자리공의 열매를 가축이 먹으면 죽고, 토양을 강산성으로 변화시켜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등의 큰 피해를 주는 식물이다. 산책로 주변의 미국자리공을 보는 족족 뿌리까지 뽑아 버리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나 멀쩡하게 잘 자란 미국자리공을 보며 경악했다는...ㅠ
사실 산책로 옆이긴 하지만 들어갈 수 없는 높은 곳이긴 하다. 사람들 눈을 피해 저리 자랐구나 싶은게...뭐 어쩔 수 없으니 흘겨보다 그냥 지나친다.
수크렁을 좀 더 잘 찍어볼려다 깜놀!!
쓰러진 수크렁 줄기위에 뱀이!!!!
어찌나 놀랐던지ㅠ ㅠ ㅠ
으악??소리에 지나던 아주머니가 나보다 더 놀라서 뛰어 달아났다. 무슨 일인지 확인도 안하고...ㅋㅋㅋ
놀란 가슴 달래기도 전에 웃음부터 나왔다는.
광명동굴 동문입구에 작은 하천(이라 하기에도 살짝 거시기한)이 있다. 한쪽은 야산이라 접근이 안되고 도로쪽으로는 목책이 되어 있어 접근할 수는 없는 그런 하천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수질은 깨끗하겠지만 수심도 얕고, 규모도 작아 허접해 보이는 작은 하천에 봄부터 두세마리의 오리가 보이다말다 하더니 세상에나 이게 뭔일이래??
어머나~어머나!!
어쩜! 오늘 보니 오리 가족이 8마리로 늘었다. 언제 이렇게 새끼를 키웠는지 정말 기특하기까지 하였다. 작은 하천이라 물고기도 없을 것 같은데 얼굴을 물속에 박고 뭔가를 열심히 먹는 모습조차 사랑스럽기가 이를 데가 없다. 오리가족을 보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를 않는다. 연신 신기하다, 기특하다 감탄을 하면서. 예고도 없이 만난 오리가족에게 감동을 받은 이 기분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간다. 오늘은 엄청 행복한 날이 될 것 같다. (뱀만 아니었으면 120점짜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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