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바람따라 춤추는 능선, 아침 햇살에 눈부신 수크렁 본문
굴업도에서의 하루밤이 지났다. 1박2일 굴업도 여행이니 점심때는 다시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어제는 내내 흐린 날씨였는지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늘부터 확인을 했다. 파란 하늘이 수평선위로 보인다. 다행이다!
원래는 아침,점심을 먹고 배를 타는 일정이었으나 오전에 섬을 더 구경하고 9시에 아침을 먹기로 하였다. 덕적도에서 인천항으로 가는 배를 갈아타야 하니까 점심은 덕적도에서 먹는 것으로 정했다. 어제 시간도 늦었지만 너무 흐린 개머리언덕을 보았던지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개머리언덕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오전 7시30분 정도에 개머리언덕으로 향했다.
개머리언덕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초록색 펜스가 쳐져있어 살짝 긴장이 된다. 입산금지라는 안내문이 있긴 하지만...
문은 빼꼼 열려있다.
몇 년 전에 백피킹을 하던 누군가가 부주의로 불이났었단다. 이후 누구든 출입을 할려면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조심하라는 경고!
큰머리해변
파란 하늘과 흰구름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이 어제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이다.
산 중턱부터는 나무도 없어 전망이 툭트였다.
큰말해변과 오른편 작은 섬은 토끼섬이란다.
토끼섬이 그래 환상적으로 예쁘다던데 토끼섬으로 가는 길은 물때가 맞지 않아 들어가지는 못했다.
산 중턱부터는 나무도 없어 전망이 툭 트였다.
수크렁이 뒤덮힌 개머리 능선 뒤로 푸른 덕적군도의 섬들이 그림처럼 떠 있다.
나무가 없는 초지는 억새대신 온통 수크렁이 점령했다.
양쪽 바다에서 시작한 바람은 끊임없이 경사면을 따라 불어오고, 수크렁은 바람 따라 능선을 향해 눕는다.
부드러운 능선...바람따라 춤추는 수크렁...
오길 잘했다.
오잉?
꽃사슴이다!!
힘차게 달리기도 하고 잠시 멈추어 풀을 뜯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살아있는 야생을 느끼게 된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유유자적하는 꽃사슴 무리를 보니 평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비록 외진 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야생에서 저렇게 많은 꽃사슴을 보긴 처음인지라...너무 신기하고 예쁜 모습이었다.
바다와 섬 그리고 평화롭게 풀을 뜯는 사슴들, 충분히 낭만적이지 않나?
굴업도에 오길 잘했다!
개머리언덕 초지에서는 과거에 소를 키우고 땅콩농사를 짓기도 하였단다.
지금도 멀리서 보면 계단식 밭의 흔적이 남아있다.
소가 사라진 지금 초지에는 주민들이 방사한 사슴이 자체 번식을 하여 개체수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굴업도는 백패커의 성지로도 불린다.
주말과 휴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이 작은 섬을 찾는 백패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단다.
백패킹의 묘미와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 왜 집을 놔두고 굳이...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수크렁 사이에 쳐진 텐트들을 보니 낭만적인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식수도 화장실도 없는 불편 그 자체인 곳이긴 하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지낼 만한 이유가 있을 터.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이곳에 서니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곳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황홀한 해넘이와 장엄한 일출,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누릴 수 있다.
굴업도를 찾는 백패커가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곳에 텐트를 치는 이유이다고.
그럴려면 책임감있는 행동을 해야한다. 바람과 풍경을 즐겼다면 머물렀던 자리에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아야 함이다.
다시 큰말로 돌아가는 길.
어제도 걸었고 오늘 또 다시 걸어도 너무 아름답다.
오전 9시 아침식사!!
굴업도에서의 마지막 식사...
꿀맛같은 아침을 든든히 먹(밥 한공기를 더 먹)고 이번엔 연평산엘 올라가 보기로 한다.
우리가 개머리언덕에 간 사이 다른 분들은 연평산엘 갔다왔다고 한다.
식사후 그들은 개머리언덕으로 향하고 우리는 커피도 마시며 늦장을 부리다 연평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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