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굴업도, 흐린 날의 개머리언덕 본문
2021년 10월 10일
좀처럼 잦아들지 않은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개머리언덕으로 향하는데, 시간이 벌써 오후5시이다. 해가 짧은 10월에다가 날도 흐려서 마음이 바쁘다. 동섬에서 다시 큰말로 돌아와 큰말모래해변을 걸어 개머리언덕으로 오르는 길은 섬 출입을 막는다는 안내문과 펜스가 쳐져있어 '여기가 맞어?' 싶은 입구이다. 그러나 삐죽 문은 열려 있다. 2007년 CJ 그룹이 골프장과 리조트 개발을 위해 섬의 98%를 사들였고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2014년 씨제이 측은 마침내 골프장 개발 포기를 선언했다고 한다. 몇 년 전 무단으로 들어온 누군가가(모든 백패킹족들이 사실 무단침입자들이긴 하다) 화기를 사용하다 불을 내어 이후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있긴하지만 그냥 통과할 수 있다.
초입에 좀 가파른 언덕을 올라 뒤돌아보면 큰말해변이 보인다.
큰말해변에 섬의 유일한 공용화장실이 있다.
옛날엔 개머리언덕에 땅콩 농사와 소를 방목하며 키우던 곳이었단다. 지금은 소 대신 사슴을 볼 수가 있다. 한때 주민들이 방목했던 꽃사슴이 야생화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개체수가 엄청 불어난 덕에 어디서건 꽃사슴을 볼 수가 있다.
이 날도 멀리서 얼핏 서너마리를 만날 수 있었으나 주변이 어둡고 또 너무 멀리 있었다.
그러나 다음날, 맑은 개머리언덕에서 꽃사슴 수십마리를 만났다.(사실 내일 아침에 또 개머리언덕을 갔더랬다!)
나무가 없는 초지로 이루어진 개머리언덕엔 육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억새 대신 수크렁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소사나무군락지를 지나 언덕으로 오르면 확트인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역시 수크렁 천지다.
그 곳엔 많은 텐트가 쳐져있다.
커다란 배낭을 맨 사람들이 굴업도엘 들어와서 그들 대부분이 이곳 개머리언덕으로 온 것이다.
식수도 화장실도 없는 불편을 감수하고 이곳에서 머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바람이 제법 센데 괜찮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인다.
대부분 굴업도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만든 끼니 때마다 맛있었던 민박집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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