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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본문

일상스케치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보등 2023. 3. 26. 06:25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 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詩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던 50대의 그 수녀 시인은 어느새 70대가 돼 노을 진 들녘을 바라보며 다시 고백해 본다.
그 빈집을 채울 것이 있다면 오직 사랑뿐이라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그때가 바로 '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