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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제주 선흘리 동백동산 탐방 본문

제주오름

제주 선흘리 동백동산 탐방

다보등 2023. 6. 1. 06:16

제주 온 지 삼일째 5월 22일 월요일
제주 날씨는 늘 오전에 흐렸다가 차차로 맑아지곤 하였다.
사실 쨍하고 맑은 날보다는 흐린 날이 돌아다니기엔 좋은 것 같다.
어제 제주올레 1코스를 걸었다면 오늘은 선흘리 동백동산과 이승악오름을 가볼 예정이다.
선흘리 동백동산은 내가, 이승악오름은 딸이 선택한 곳이다.
일단 차로 이동을 하는 동선을 고려하여 숙소에서 그나마 가까운 선흘리 동백동산을 먼저 가보기로 하였다.
30여분을 달려 선흘리 동백동산 널찍한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숙소 '잠시라도' 마당

 
선흘곶 동백동산
1981년 제주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되었다. 선흘리 동쪽에 있는 넓은 면적의 상록활엽수 천연림으로 20여 년생 동백나무 10여만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어 동백동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며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비쭈기나무 등 난대성 수종이 함께 자란다.
평지에 남아 있는 난대성 상록활엽수로는 제주도에서 면적이 가장 넓으며 주위에는 백서향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동백동산은 제주 생태관광의 또 다른 명소이다. 동백동산은 생태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1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2014년에는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되었다. 화산 폭발 후 흘러내린 용암이 쪼개지면서 형성된 제주의 숲 곶자왈은 물이 고이는 습지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동백동산은 용암이 판형으로 남아 물이 빠져 내려가지 않고 고여 있게 된다. 이를 '파호리호이용암'이라 부르며 이 용암으로 습지와 동굴, 그리고 용암언덕 튜물러스가 만들어져 숲을 이룬다. 전국최대상록수림인 동백동산에는 사철 마르지 않는 습지, 먼물깍을 만날 수 있는데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다 해서 '먼물'의 의미와  '끝'을 일컫는 '깍'이 합쳐진 이름이다. 먼물깍은 다양한 수생식물과 곤충 및 양서류가 서식하는 생명의 보고이다. 돌덩이가 되어버린 불덩이, 서로 의지하며 키를 키우고 있는 나무와 덩굴, 건강한 생태계 속에 깃들여 사는 무수한 생명들, 그곳이 동백동산이다.
 
 

 
동백동산 탐방코스 :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하여 먼물깍습지(60분) - 마을입구- 탐방안내소로 한바퀴 돌아오는데 2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우리는 먼물깍에서 한참을 쉬고 막판에 카페엘 들러서 노닥거리느라 시간이 좀 더 걸렸다. 탐방 시간은 아마 2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숲에 들어서면 일단 어느 방향으로 가던 상관없는 것 같다. 우리는 반시계 방향인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다. 
 

 
 
탐방로를 따라 얼마 걷지 않아 숲 한가운데 철골 구조물로 입구를 막은 작은 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70여년 전 4·3 광풍에 휘말린 선흘리 주민들이 피신했던 '도틀굴'이다. 도틀굴에 숨어든 25명 중 18명이 토벌대에 의해 희생됐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동백동산은 가슴 시린 4·3의 역사를 함께 품고 있다.
 

 
동백동산 탐방로에 스탬프함이 놓여있다. 
우리는 생각없이 그냥 들어왔는데 스탬프 투어도 하는 모양이다.
스탬프북을 가져오진 않았으나 딸아이는 재미삼아 안내책자에 찍었다.
찍고 보니 사슴벌레이다.
 

 
숯막은 숯을 굽는 곳에 지은 움막을 말한다. 동백동산 숲 곳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숯막 터가 남아 있다. 오래전 동백동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마을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 자원이다.
 


 
 
동백동산 곶자왈 독특한 환경 조건 때문에 여러 종류의 양치식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 이곳 곶자왈 숲에는 멸종위기종인 제주고사리삼을 비롯하여 가는쇠고사리, 홍지네고사리 등 다양한 양치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콩짜개덩굴
두번 째 스탬프함

 
와!!!
먼물깍이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먼물깍에 도착을 하였다. 갑자기 나타난 연못에 감탄사가 절로 났다.
동백동산의 대표적인 습지인 먼물깍은 동백동산의 암반지대 위에 있다. 먼물깍 습지는 넓이 약 500㎡, 평균 수심이 1~2m로 동백동산 안에서 가장 넓고 깊다. 곶자왈 안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대가 낮은 이곳에 고여 연못을 이룬 것이다.
 

 
과거에 선흘리 주민들이 주변에 담장을 둘러 말이나 소에게 물을 먹이던 곳이었으므로 습지를 둘러가며 인공적으로 조성된 돌담이 남아 있다. 
세상 아무런 소음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우리는 한참을 벤치에 앉아 먼물깍을 감상하였다.
배낭에 넣어온 방울토마토랑 비스킷을 새참처럼 먹었다.
커피가 없어 아쉽긴 하였으나 생수로 대신하였다.
 

 
콩짜개덩굴이 나무를 휘감고 있는 모습이 영판 원시림 느낌이 났다.
세상엔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를 일이다.
그저 감탄감탄할 뿐.
 


향기 좋은 멀구슬나무 꽃

 
동백동산 탐방안내소가 멀지 않은 막판 즈음에 유럽풍의 카페가 나타났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갑자기 말이다.
또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순 없지 암만.
사실 커피만 있어도 되는데... 급기야 빵도 주문했다.ㅎㅎ
 

 
 
이렇게 멋진 숲을 걸었다.
마치 원시림 탐험이라도 온 것 같은 분위기이다.
딸이랑 이렇게 제주여행을 하는 시간이 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였다.
 

 
마지막 스탬프까지 꼼꼼하게 찍었다.
스탬프마다 주인공들이 다르고 도장 색도 달라서 찍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ㅎㅎ
 

 
 
동백동산 탐방을 마치고 숲을 빠져나오니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을 하였다.
두 번째 탐방 장소인 이승악오름입구로 가는 길에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고,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여서도 결국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다.
오전에 동백동산을 갔다 온 것을 서로 칭찬하였다.
차를 돌려 좀전에 지나왔던 교래리 방향으로 돌아갔다.
오후 1시가 넘어 가는 시간이라 교래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찾아간 식당은 몇 년 전에 친구들과 온 적이 있던 원조교래칼국수집이다.
보말전복칼국수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오니 그새 비가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