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싱그러운 물 언덕을 찾아가다, 람사르습지 물영아리 오름 본문
5월 22일 제주도 삼일째
오전에 선흘곶 동백동산 탐방을 하고 나서는 비가 왔다. 이승악오름 탐방을 포기하고 교래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사이 비가 그쳤다.
비도 그쳤겠다 이제 어딜 갈까 폭풍 검색을 하였다.
비가 오는 바람에 미수에 그친 이승악오름을 다시 찾아가기엔 거리상 멀기도 하거니와 일단 맥이 풀렸다.
오전에 오며 가며 물영아리오름과 붉은오름 안내표지판을 본 것이 생각나 궁리 끝에 물영아리오름으로 결정했다.
나도 딸아이도 물영아리 오름은 처음이라 이왕이면 초행지여서 좋았다.
오전에 갔던 동백동산도 람사르습지보호지역인데 우연찮게 선택한 물영아리오름도 역시 람사르습지보호지역이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2000년 12월 5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6년 11월 18일 제주도 최초로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물영아리오름 습지는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위치해 있으며 산 정상에 위치한 산정화구호형의 습지로서 지표수나 지하수가 아닌 강수에 의존하는 독특한 형태의 수문 특성과 화산암 위에 형성된 이탄층에 의해 유지되는 토양 특성 등 다른 유형의 습지와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습지에는 물장군, 맹꽁이가 서식하고 있으며 오름 주변에는 팔색조, 긴꼬리딱새, 두점박이사슴벌레, 애기뿔소똥구리, 으름난초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중요한 곳이다.
조금은 한산한 물영아리오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물영아리오름습지센터를 지난다.
관계자가 나와 비가 와서 미끄러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물영아리오름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갈림길에서 계단을 오르는 길과 삼나무숲 길의 두 갈래의 길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삼나무숲 길을 걷는 것으로 의견 일치.
위 지도의 그림을 참고하여 오른쪽 주황색으로 표시된 코스를 선택하였고 두번 째 갈림길에서 물영아리오름으로.
코스 : 갈림길 -삼나무숲 길 -전망대-두번 째 갈림길- 물영아리오름(해발 508m)
아주 잘 생긴 소들이 목장 초지로 들어서다가 선두에선 우두머리(?) 소가 우리를 경계하느라 멈춰 섰다.
그러자 뒤에 있던 다른 소들도 줄지어 멈추었다.
한참을 그렇게 경계를 하는 것 같더니 이내 목장 안으로 돌아서니 다른 소들도 줄줄이 그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참으로 재미난 광경이었다.
소들이 너른 들판에서 먹이 경쟁 없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보며 제주 소들이야 말로 세상 좋은 목장에서 사는 것 같았다.
사진상으로 잘 안 보이지만 소들 사이에 노루도 몇 마리 섞여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꿩들도 사이사이 섞여 있다.
참 평화롭다.
아름드리 삼나무 숲길은 설명이 필요치 않게 멋지다.
호젓하기까지 하다.
'참으로 선택을 잘했다! 오길 잘했다!' 또 서로 칭찬을 하였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을 걸으며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해본다.
비까지 내렸으니 조금은 미끄러울 수도 있으나 야자매트가 깔린 촉촉한 바닥이 걷기에 나쁘지 않았다.
때죽나무 꽃잎이 깔린 매트 위를 걸으며 딸아이는 느릿느릿 춤을 추며 걸었다.
신나 신나 하면서~ㅎㅎ
우리는 현 위치에서 산정호수인 물영아리오름으로 향했다.
둘레길로 멀리 길게 돌기엔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았기도 하고, 우리 목적지는 물영아리오름이다.
좀 많다 싶은 계단을 내려오니 산정호수인 물영아리가 나타났다.
늘 그렇듯이 이런 풍경 앞에 서면 감동이다.
싱그러운 물 언덕을 찾아가다
누군들 버겁고 지친 삶이 없었겠냐만
가파른 나무계단 오르는 내 무릎이
마음이 앞서 가는지
오늘따라 가볍다
나무와 나무 사이
큰 것과 작은 것들
짙푸른 생명의 숨결 합일의 공존인가
울창한 삼나무 숲 그늘에
너그러운 6월 햇살
하늘이 빚은 큰 대접에 꽃꽂이가 한창이다
무성한 수초 사이로 물뱀이 날아갈 듯
영아리 람사르습지
싱그러운 물 언덕
/오영호(제주시조시인협회)
나중에 하산하면서 만난 오영호 님의 시이다.
습지보호지역
1) 자연 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2) 희귀하거니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나타나는 지역
3) 특이한 경관적, 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을 말한다.
우리나라 제주도에는 물영아리오름습지, 물장오리오름습지, 1100고지습지, 숨은물벵뒤습지, 동백동산습지 등 5개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능선길로 와서 습지에 갔다가 계단길로 하산을 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단이다.
가파르다.
가파르다 싶은 계단길을 하염없이 내려오는데 이 계단으로 오르지 않고 진작에 삼나무숲길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길에서 만난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젊은 사람들이었으므로 이 계단길로 오르는 걸 내 상관치 않았다.
허나 내 또래의 탐방객을 만났다면 둘러 가더라도(시간상 그리 차이도 안남) 삼나무 숲길을 추천하는 바이다.
가파른 만큼 계단길엔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감상할 수 있는 시도 간간히 걸려있다.
그러니 오르다 힘들면 잠시 쉬면서 시 감상을 하여도 좋을 듯.
물영아리오름을 다 내려올 즈음 빗방울이 다시 시작했다.
많이 내리는 비는 아니었으나 서둘러 주차장엘 도착하였다. 우짜든동 우리는 비를 잘 피해 오름탐방을 마쳤다.
월정리 해수욕장으로 이동하며 오늘 오며 가며 몇 번을 지나친 사려니숲길 입구를 또 지나간다.
사려니숲은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입구에 주차된 차들도 많고 푸드트럭도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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