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해녀이야기 '해녀의 부엌' 본문
오전에 제주도 와서 몇 군데 다니다 보니 그럭저럭 오후 4시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고 숙소를 찾아 가 보기로 하였다.
나중에 저녁 시간에 해녀 이야기를 들으며 공연도 보고 음식도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제주를 경험할 것이므로 미리 숙소에 가서 짐도 내리고 잠시 쉬기로 하였다.
3박 4일 묵을 숙소는 문주란 자생지로 유명한 토끼섬 인근의 독채이다. 제주 돌담이 구불구불 이어진 동네 한가운데 있는 옛날 시골집 느낌 그대로의 외관을 가진 집이다. 주차장도 따로 없는 골목길 가운데 있는 집이므로 어두워지기 전에 미리 길을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둘이 지내기엔 좀 크다 싶은 독채지만 시골 친척집에 다니러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허름한 외관에 잠시 당황하였으나 깔끔한 내부에 마음이 놓였다. 큰 방 2개와 넓직한 거실, 식탁, 간단한 양념은 구비가 되어 있는 주방과 샤워장 등이 있다. 수건은 정말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실은 처음 계획은 우리 부부와 딸이 일주일 정도 제주도 여행을 할 작정이었다. 주말에 사위가 내려와 지내다 월요일 첫 비행기로 돌아가는 뭐 그런 계획으로 동쪽에 한 채, 서쪽에 한 채 이렇게 예약한 숙소였는데 남편도 사위도 시간을 낼 수가 없게 되어 여행 기간도 반으로 줄였고, 서쪽에 예약해 둔 숙소는 취소를 하고 동쪽 하도리에 있는 숙소 '잠시라도'만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숙소에서 40여분 정도 쉬었다가 오후 5시 30분 공연시간에 늦지 않게 종달리에 있는 '해녀의 부엌'으로 갔다.
조금 특별한 제주를 경험하는 시간이다.
해녀의 부엌은 연극을 관람하면서, 각자에게 준비되는 한상차림을 즐기는 부엌이야기, 해녀와 직접 대화하는 토크쇼 중심의 해녀 이야기 등 두 종류의 공연-다이닝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해녀의 삶이 담긴 공연과 그들이 준비한 맛깔진 음식으로 진정한 제주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공간은 20여 년 전 활선어 어판장으로 지어졌던 곳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어촌인이 줄고 해산물 판매도 뜸해지자 어둡고 인적이 드문 창고로 변해버렸다.
시간이 멈춘 이곳을 청년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해녀의 숨을 넣은 '해녀 극장식 레스토랑'으로 재탄생시켰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해녀의 부엌'은 지정된 자리가 있어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실내에 들어서니 어둑한 조명 아래 크게 ㄷ자 모양으로 테이블이 조성되어 있다.
이 날 한 40여 명 정도가 '해녀의 부엌'을 함께 하였다.
1. 공연 : 해녀의 실제 삶을 담은 연극 공연(25분)
2. 클래스 : 해산물이야기(25분), 해녀가 직접 잡아온 해산물 이야기(제주 뿔소라)
3. 차림 : 해녀의 밥상(50분) , 종달리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제주의 신선한 채소가 가득한 정찬
4. 인터뷰 : 해녀 Q&A(40분),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한 해녀의 이야기
해녀 공연은 제주도 구좌읍 종달리, 이곳에서 70년을 넘게 해녀로 살아온 김춘옥 할머니(현재 86세)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마냥 쾌활하고 행복한 꿈 많은 어린 12살의 '춘옥'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12살 어린 나이에 4.3을 경험하고 자신의 꿈과는 점점 멀어진 채 해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춘옥에게-시놉시스
"암 욕심이지 욕심이야.
겐디 네 덕분에 잘 살았져.
고맙다 춘옥아, 내 어린 춘옥아"
제주도 뿔소라는 현무암 구멍에 뾰족한 뿔을 끼워 거센 파도를 버텨낸다.
험한 바다에서 물질하며 가족을 먹이고 집안을 일으킨 제주 해녀의 삶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뿔소라와 많이 닮았다.
제주 뿔소라는 대부분 일본에 수출이 되므로 가격 결정권이 일본이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저평가된 제주 뿔소라의 문제점을 발견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제주 해녀의 숨이 묻은 제주 해산물이 세계인의 식탁에서 가치를 인정받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100% 제주 해산물로 준비한 음식들은 재료 수급에 따라 메뉴는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톳 흑임자죽
갈치조림
뿔소라 꼬지
군소 무침
우뭇가사리 양갱
마른 두부
수육 등등이 있었다.
(뷔페식이었으므로 양껏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가족과 함께 온 어린이들에게 춘옥 할머니가 과자들 나눠주고 있다.
86세의 해녀 할머님이 나오셔서 해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담은 일기장을 읽어 주기도 하고 해녀의 생활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면(미리 질문지 작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다를 벗 삼아 생계를 이어가지만 바다는 남편과 가족을 앗아가는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해녀들의 삶은 슬프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생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진 멋진 삶을 살아낸 여성들이라 느껴졌다.
제주의 동쪽 끝 종달리에서 지금도 물질을 하고 있는 해녀들과 다양한 문화예술씬에서 활동하던 청년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가장 제주다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로컬 크리에이티브 브랜드이다.
딸아이는 이번 제주여행에서 '해녀의 부엌'을 꼭 보고 싶었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아주 좋았다.
'제주오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그러운 물 언덕을 찾아가다, 람사르습지 물영아리 오름 (25) | 2023.06.05 |
---|---|
제주 선흘리 동백동산 탐방 (26) | 2023.06.01 |
한라산 가을 단풍을 즐긴 영실코스 (0) | 2020.10.28 |
가시천을 따라 따라비오름으로 (0) | 2020.10.23 |
4월의 제주 둘쨋날 오름(새별오름,이달봉,이시돌목장,협재해수욕장) (0) | 2015.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