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대청호 오백리길 제9길 지용향수길 본문
6월 18일 둘째 날
대청호가 빤히 보이는 숙소에서의 아침 풍경이 그림 같다.
세상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고 아침이 밝았다.
물안개 피는 풍경을 상상했지만 이른 봄이나 가을처럼 일교차가 심해야 물안개를 볼 수 있단다.
그 아침에 후배들이 끓인 콩나물국으로 아침을 먹고 숙소 앞에서부터 걷기 시작을 했다.
숙소 바로 앞에 진걸선착장이 있는데 그곳부터 시작점이란다.
대청호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걸음을 시작하는데 은근 수령이 되어 보이는 은행나무들이 우리를 배웅한다.
대청호 오백리길 9구간 :지용향수길
옥천군 군북면 석호리 삼거리에서 시작해 국원리 삼거리에서 37번 국도 건너편 큰엄마네 민박 뒷길 성왕로를 걸어 채석장을 지나 며느리재를 타고 409m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한 마성산을 오른다.(이렇게 마성산으로 가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하산하게 된다. )
간혹 가파른 산길도 있지만 마성산 고갯길 삼거리에서 약 50분 정도 산행하여 내려오면 옥천 교동리 육영수 생가 뒷담으로 내려오게 된다.
담을 돌아 정문으로 들어가 육여사의 생가를 돌아보고 향수길을 따라 약 200m 걸어가면 조선 중기 생원과 진사들이 모여 학문을 강론하던 옥주 사마소를 둘러본다.
사마소를 나와 우측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면 우리나라 근대 시인의 대명사인 정지용 생가가 나온다.
이 구간은 산행과 근대 역사를 돌아보며 공부할 수 있는 코스가 함께 있어 아주 즐겁고 유익한 길이다.
(대청호 오백리길 홈피)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아담한 정자가 눈길을 끌었다. 청풍정이란다.
청풍정은 산수가 좋고 바람이 맑아 고려시대 때부터 선비들이 자주 찾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조선말기 퇴락했던 청풍정은 1996년 군이 복원해 대청호숫가에 절경으로 꼽히고 있으며 부근에 있는 명월암과 함께 근대화시기에 개화 사상가였던 김옥균과 기생 명월이의 애틋한 사랑얘기가 전해온다.
조선 말엽 김옥균이 낙향하여 기생 명월과 함께 소일하며 지냈는데 명월이 국가를 개혁할 인물인 김옥균이 외진 곳에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장부의 큰 뜻을 펴길 바라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김옥균이 기생 명월이 시체를 거둬 장사를 치른 뒤 청풍정 아래 바위 절벽에 '명월암'이라는 글자를 새겼다고 한다.
도로변 야산 기슭에 낯선 나무에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도 달렸다.
산딸기인가?
아니다.
뭐지?
복분자인가?
아니다.
일단 먹어봤더니 깜놀이다.
와~ 달다!!
무언지도 모르는 나무열매를 겁도 없이 그냥 따 먹으며 걸었다.
나중에 후배가 집에 돌아와서 검색해 보고는 닥나무열매라고 알려 주었다.
닥나무라고 하면 한지를 만드는 나무라고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붉은 열매가 달린 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닥나무 꽃은 봄에 잎과 함께 피고 열매는 6~7월에 익으며 나무는 11월~ 12월경 수확한단다.
겁 없이 막 따먹은 게 걱정이었으나 열매를 먹지 말라는 말은 없었다고 하니 별 탈은 없겠다.
허긴 한 달이나 지난 지금까지 무탈하니까.
그날 길 양옆으로 정말 많은 닥나무들이 우거져 있었으며
뽕나무 열매처럼 닥나무 열매가 바닥에 무수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닥나무가 도로변 야산에 이렇게나 많이 있다는 것도 이상했고 닥나무열매가 이리 달다는 것도 새삼 놀라운 일이었다.
청풍의 고장 석호리 마을 지도상으로 가장 안쪽에 우리가 묵었던 숙소(올레 펜션)가 있다.
숙소에서 보이는 풍경이 정말 좋았고, 특히 주방에 그릇들이 많아서 우리처럼 일행이 많은 팀들에게 아주 딱이었다.
일회용 그릇 사용을 하지 않았도 부족함이 없었던 숙소였다.
석호 갈림길에서 국원리 보건진료 방향으로 간다.
닥나무열매 따먹으며 딴짓하느라 선두를 놓쳤다.
선두는 선두대로 잘 오려니 하고 기다리지 않고 가버렸다.
우리도 그러거나 말거나 걱정도 안 하고 길을 따라갔다.
닥나무 열매 따먹으며 딴짓하다가 선두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으니 대충 전화로 방향을 잡고 산으로 들어섰다.
이즈음에서 길을 잘못 들어섰다.
수변전망대가 아닌 마성산으로 가야 했다.
설마 산 정상으로 갈까 싶었다.
산에선 조금만 방향이 틀어져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
마성산으로 가는 길은 풀이 무성하였고 반면 수변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잘 되어 있으니 당연히 그 길로 향했다.
그야말로 완전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런 줄도 모르는 우리는 마침 전망이 탁 트인 곳에서 룰루랄라 신났던 시간들이다.
와~~ 멋지다!
길을 제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 우리들에게 그래도 간간이 보이던 이정표는 우리를 안심시켰다.
먼저 산을 내려간 선두가 전화를 했다.
마침내 전화상으로 우리가 길을 잘 못 들었다는 걸 알았을 땐 방법이 없었다.
그냥 가던 길을 가야 했다.
경로를 이탈하였으나 웬일인지 이정표가 이렇게 있더라.
마성산 정상에서 하산을 하면 육영수 생가로 바로 내려가는 것인데
반대방향으로 걸었으니
경로이탈을 해도 단단히 했다.
어제에 이어 이 무슨 일인지~~~ㅠㅠ
선두랑 전화해도 우리도 선두도 설명상으론 서로 위치를 모르니 방법이 없었다.
여기까지는 별일 없이 맘 편하게 즐기면서 걸었다면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알고 난 후엔 걸음도 바쁘고 마음도 바빴다.
수변전망대가 0.3km 남았단다.
우쨌던 이런 이정표가 있으니 안심하고 길을 따라 내려갔다.
까마득한 계단을 걸어 강변 나무데크에 내려섰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나 뭐 걱정도 안 했다.
일단 산에서 내려왔으니까~~
수변전망대를 보고 열심히 걸었던 탓에 일단 전망대에 도착은 했다.
물비늘 전망대란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를 만났는데 그를 세워 여기가 어딘지 위치를 물었다.
그가 우리를 출구 쪽으로 안내를 해줬다.
이렇게 어딘지 모르는 장소였으나 고마운 사람 덕분에 위치를 알려주게 되었고 부랴부랴 달려온 일행들과 만날 수 있었다.
시원한 얼음물로 보답을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황당하게 경로를 이탈하여 걸었다.
그러나 다들 무탈하게 만났으니 다행이지모.
해찰하다가 길을 놓친 우리(3명)는 지용향수길 끝자락에서 만날 육영수생가나 정지용생가는 가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어제오늘 참 사연 많은 이틀간의 8구간과 9구간이었다.
이번 일로 단단히 반성을 하게 되었다.
길을 잘 숙지하고 특히 선두를 놓치면 안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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