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옥천 금강의 하루 본문
7월 중순에 억수장마가 연일 계속되었고 비 피해도 심각하다. 매월 셋째 주말에 예정된 대청호 오백리길 일정은 취소를 해야 한다며 다들 심난한 상태였다.
옥천 금강변에 있는 펜션을 예약한 후배가 펜션에 전화를 하여 현지 상태가 어떤지 취소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하고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단다. 공주의 한 펜션에서도 예약취소와 전액환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뉴스도 있고 하여 우리도 고민을 하였다. 서로 맘 상하는 것보다 우리가 묵을 마을이 큰 피해가 없는 곳이라면 어차피 예정된 일정이고 하니 걷는 일정은 취소하고 여름 휴가다 생각하고 그냥 숙소에서 놀기라도 하자며 예정된 날에 출발을 하였다. 다행인 건 잔뜩 흐린 날이긴 하지만 옥천엔 가끔 비가 오다 말다 그랬다.
금강변에 있는 옥천 동이면 청마리에 있는 숙소
아래 옥수수밭 인근은 간당간당하게 물이 잠겼다가 어제 물이 빠져서 부랴부랴 옥수수 수확에 나섰단다.
옥수수 농사 다 망친줄 알았는데 다행히 수확할 수 있게 되었다며 손길이 바쁘다.
우리는 옥수수 한 자루(30개)를 샀다.
금방 딴 옥수수를 삶은 것이 가장 맛있다더니 소금만 조금 넣었다는데 단맛이 났다.
다리 바로 아래 턱밑으로 흙탕물이 빠르게 흘러간다.
저 다리는 청마리 마을로 연결되는 다리로 숙소가 있는 마을로 갈려면 저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보아하니 어제까지만 해도 다리는 통행금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리 위에서 보니 하류 쪽(왼쪽 전봇대가 있는 노란색 집이 숙소다)으로 흙탕물이 소용돌이를 만들며 빠르게 흘러간다.
강물이 흐르는 한적한 풍경을 상상하였으나 금강의 빠른 물살을 보니 무섭다.
이 와중에도 숙소가 있는 마을이 그림같다.
청마 1리 마을은 가구수도 많지 않은 작은 마을이다.
후배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다리를 건너와 도로를 따라 걸으며 주변 구경을 하였다.
금강 마라톤 코스의 통과지점이기도 하고 향수 100리 길이라는 자전거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가 있다.
도로 양옆으로 대추나무와 감나무(대봉감)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다.
이제 막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는 대추는 아기 손톱만 하다.
가을이면 잘 익은 대추와 감이 주렁주렁 달렸을 것을 상상하며 실한 열매에 눈길이 머문다.
도로변 한쪽엔 훼손이 심한 벽화긴 하지만 아기자기 보는 재미가 있는 벽화가 이어졌다.
보아하니 그저 그림으로만 그려진 게 아니고 돌출된 조형물이 함께 다.
합금리 벽화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니 처음 벽화가 그려졌을 때는 지금보다 더 정겨운 느낌이었을 것 같다.
도로엔 물이 잠겼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지금은 물이 많이 빠진 상태지만 아마도 여기까지 물에 잠긴 듯 보인다.
앞쪽으로 금강이 흐르고 살짝 언덕에 위치한 합금마을은 어느 집에서나 아름다운 금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겠다.
옥천군 청성면 합금리 벽화마을.
합금리의 유래는 윗쇠대(상금上金)와 아래쇠대(하금下金)가 있었는데 상하금이 합쳐져서 합금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긴 설명문엔 우리가 추측하던 그 金이 아니고 그저 마을이름을 한자를 쓰면서 쇠를 쇠금자로 써서 상, 하금이란다.
쇠대는 원래 강가에 소를 많이 기른다고 하여 소떼, 쇠대라고.
합금리를 알리는 비석이 있는 합금리 마을입구에서 우리는 짧은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되돌아갔다.
묵넝거리 입구라고 쓰여진 설명문에
'금강 앞에는 200마리의 방목된 소떼가 풀을 뜯고 있었으며 금강천 앞 금잔디가 깔려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는 곳.
강바닥에서는 사금이 나며 현재도 사금이 나오고 있지만 금강 상류 수질 보존지역으로 현재는 사금을 채취할 수 없게 되었다. 겨울에는 강물이 얼어 강 위로 지나다니며 물고기를 잡곤 했다.'라고 적혀 있다.
많은 비로 흙탕물로 변한 지금의 모습으로는 금강천 앞 금잔디가 깔린 아름다운 경관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금이 나온다니 이건 놀라운 일이다.
쇠금자를 써서 상하금이라 하였다더니 금金과 상관이 아주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숙소에 돌아오니 늦은 점심(이른 저녁) 준비가 한창이다.
가마솥에 백숙, 수육 등을 하는 중이라는데
와! 연기가 장난 아님 ㅋㅋ
펜션 주변에 다른 집이 없어서 좀 시끄럽게 떠들어도 괜찮았다.
마당에서 이것저것(옥수수도 한 자루 사다가 삶았다) 장만을 한답시고 불을 때고 하느라 난장이었다.
불을 때는 재미가 있다며 연기에 눈물 콧물 흘리며 그 또한 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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