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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오백리길에서 만난 옥천 이지당, 부소담악 본문

우리땅 구석구석~~/충청도

대청호 오백리길에서 만난 옥천 이지당, 부소담악

다보등 2023. 7. 9. 16:58

6월 17일(토)

대청호 오백리길

전국 3대 호수중 하나로 꼽힌다는 대청호 굽이굽이 호젓한 길을 걸으면서 호수의 풍경에 빠져 볼 '대청호 오백리길'.

오백리길은 전체  21구간으로 토, 일 이틀 걸을 예정으로 두 구간씩 묶어 10회 차로 나눠 걷기로 하고

벌써 4회 차가 되었다. 

오늘은 이 길에서 만난 이지당과 부소담악 이야기이다.

 

 

8구간 : 선비길(약 13km)

서낭당 부소담악을 출발하여 추소리 성황당 고개에서 아기자기 마을길이 예쁜 환평리로 걸어 들어간다.

환평리 삼거리에서 들판길을 접어들어 옥천약용식물재배시험장 앞을 가로질러 들길을 걸어 이지당을 향하여 걸어간다.

서낭당에서 5km 정도 걸어 도착한 이지당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한 뒤 건물 앞에 유유히 흐르는 세하천 다리를 건너 지오리 마을 통과하는 뒷길을 걸어 옥천폐기물처리장 앞을 지나 이평마을로 들어선다.

구불구불 이평마을을 걸어 내려와 석호리마을로 들어서면 대청호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옥천 이지당은 2020년 12월 28일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조헌(1544~1592) 선생이 지방의 영재를 모아 강론하던 서당이다. 

명종 22년(1567)에 문과에 급제하여 여러 외직을 지냈으며 임진왜란 때 옥천에서 의병을 일으켜 청주를 수복하고 금산전투에 참여하여 700 의병과 함께 순절하였다. 의병장이면서 뛰어난 학자로서 이이의 학문을 계승. 발전시켰다.

 

 

 

각신마을 앞에 있어서 각신서당이라고 했으나, 뒤에 송시열(1607~1689)이 시전(詩傳)의 '高山仰止景行行止 고산앙지 경행행지' (산이 높으면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고, 밝은 행실은 따르지 않을 수 없다)라는 문구 끝의 '止'를 따서 이지당(二止堂)이라 하였다. 송시열은 조헌보다 60여 년 늦게 태어나 두 사람이 마주칠 일은 없었다고 한다.

'이지당'의 현판은 송시열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옥천 이지당
송시열 친필 '이지당'

 

이지당은 금강 상류의 한 지류인 서화천을 굽어보는 산비탈에 터를 잡아 앞으로는 유유하게 흐르는 강이 펼쳐지고.

뒤로는 기암에 기대고 있어 사계절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의 규모는 조선 후기의 소박하고 단아한 건축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 준다.

 

 

 

10여 년 전에 다녀온 곳인데 잊고 있었다가 이지당 마당에 들어서며 구면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하천 건너편에서 보는 풍경이 일품이었다는 것까지 기억이 났다.

이지당을 나와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냥 직진하였다. 그래서 이지당을 서화천 건너편에서 보지를 못했다.

그래서 오래전 사진을 뒤적거려 찾아냈다.

 

아래 사진은 10년 전 그때 서화천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찍은 이지당 사진이다. 

하천 건너편으로 손에 잡힐 듯 지척거리에 양팔을 벌린듯한 모양새를 지닌 소담한 집이다.

당시는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42호였으나,  2020년 12월 보물 제2107호로 지정되었고,

2023년 6월 우리가 찾은 이날은 이지당 진입로(원래 나무데크 였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 이지당으로 들어가는 길이

어수선하다.

 

10년 전 이지당 모습

 

 

이지당을 나와서 사진 속 저 다리(이지당교)를 건너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냥 서화천을 따라 내쳐 직진을 하였다.

한참을 길을 잘못 들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도로를 걷고 걷다가(이때쯤 이상하다 싶었다. 이런 도로를 걷지는 않을 것 같았으므로) 아니다 싶었을 때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많이 걸어온 탓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고 방향을 잡고 만날 수 있는 중간 지점으로 크게 돌아서 갔다.

 

 

 

이지당을 출발하면서 완전 다른 길로 냅다 걸은 탓으로 서화천 생태습지에 왔을 땐 다들 지쳐서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오늘의 대청호 오백리길 8구간 선비길은 망한 것 같다.

이미 많이 지쳤고 체감상으론 구간을 다 걸은 기분이다.

시간은 오후 1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서화천 생태공원 주변에 식당이 없어서 옥천 시내 식당부터 검색하고 차량 회수도 하고 하다 보니 시간은 한없이 흘러갔다.

 

부소담악 선착장으로 왔다.

대청호에서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란다.

지난달에 걸은 도반들은(나는 제주도 가느라 불참) 공룡능선 같은 저곳을 끝까지 걸었다고 한다.

오늘은 지난달에 불참한 몇몇의 도반들을 위해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하고 부소담악 선착장으로 온 것이다.

(아래 두 장의 사진은 퍼온 것임)

 

 

 

부소담악은 부소무니 마을 앞 물 위에 떠 있는 산이라 하여 '부소담악'이라 불리는 곳이란다.

처음엔 산이었으나 대청호 물이 차면서 흙이 쓸려 내려가고 지금은 앙상하게 바위들만 남은 명소가 되었단다.

바위절벽이 수직으로 길게 난 능선 위로 소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도 신기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다.

그 사이 능선에 추소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대부분 관광객들이 추소정까지는 걸어갔다 올 수가 있다.

2008년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하천 100곳 중의 하나로 선정된 곳이다.

 

 

 

유람선을 타고 부소담악을 한 바퀴 돌아보는 줄 알았는데 배는 조금 가는 척(?) 하더니만 다시 돌아 선착장 앞으로 와서 건너편에 내릴 건가 하고 묻는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관광객들이 그곳(?)에도 간단다. 우리가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 선착장에 도로 내려준단다.

배 타는 시간은 한 5분? 10분도 채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니까 부소담악을 배를 타고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맞은편 언덕에서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뱃삯을 인당 만원이나 냈는데 뭐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싶었지만...

별 수 없이 맞은편 강변에 내렸다. 한 시간 후에 데리러 온다고 했다.

사실 선착장은 바로 눈앞이라 헤엄을 쳐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다.

 

 

 

배에서 내리니 우거진 풀 사이로 길이 나있어 언덕(산?)으로 올라갔다.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맞은편에서 바라보는 부소담악의 모습이 절경이다.

본래 산이었지만 대청댐이 준공되면서 산 일부가 물에 잠겨 마치 바위 병풍을 둘러놓은 듯한 풍경이 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방기한 절경이다.

추소정에서 지금 우리가 있는 맞은편 이곳을 바라보는 경치도 아주 멋질 것 같다.

 

부소담악 추소정

 

배를 타고 건너왔으니 마치 섬 같으나 섬은 아니다.

육지의 연장선이다.ㅎㅎ

그럼에도 나름 멋졌다.

마치 무인도에 내린 것처럼.

 

 

 

유람선을 타고 부소담악을 반대편으로 갔다 오는 줄 알았으나 예상과는 달리 정작 유람선은 타자 마자 내린 셈이다. 

대청호 시원한 물살을 가르며 부소담악을 한 바퀴 돌아볼 생각이었으나 타자마자 내렸으니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나 싶었다. 오늘은 이것저것 착오가 자꾸 생기는 날인 듯하다.

아무튼 부소담악 절경의 절반은 즐긴 듯하여 이쯤에서 만족하기로.

그리고 오늘 묵을 숙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였다.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도착한 우리 숙소!!

내비가 숙소를 찾아 제대로 가는 게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구불구불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다.

석호리 마을 깊숙한 곳,

대청호를 바로 앞에 둔 오늘의 숙소는 풍경 맛집이다~~

그동안 지낸 많은 숙소 중에 가장 경치가 좋다고 해도 무방할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