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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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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스케치

맨 발 산 광명 황토숲길 이야기

다보등 2023. 7. 25. 06:42

아파트를 지으며 내어주고 또 고속국도에 내어주고 일반 도로에도 내어주고 체육시설로도 내어주고 간신히 자투리로 남은 산은 동네 작은 공원이 되었다. 이 공원은 시도 때도 없이 툭하면 산책하러 나가는 나의 단골 공원이다. 사실 공원 한 바퀴 다 돌아도 20분 남짓인 작은 공원이라 지그재그로 왕복으로 걸으며 나름대로 거리를 늘리는 편이다.

겨우 명맥만 남은 산은 규모는 작아도 그래도 예전엔 산이었으므로 제법 굵직한 나무들이 있어 깊은 산을 걷는 착각이 들게도 하고 살짝살짝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곳이라 마냥 평지만 걷는 것보다 좋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소나무 가득한 오솔길에 반질반질 흙이 드러나도록 빗질을 해놓았다.

누가 이렇게 부지런하고 열심인가 했다.

어느날엔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토숲길이라는 자그마한 표지판이 달랑 붙어있다.

입소문이 났는지 제법 여러 명이 맨발로 걷는다.

길을 낸답시고 요란스레 돈을 들이지 않고도 빗질만으로 아주 훌륭한 흙길이 되어 보기 좋았다.

 

 

 

공원 산책로는 대부분 포장이 되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흙을 밟을 일은 없다.

 

 

 

공원 한 쪽에 소나무가 많은 구역이 있다. 이곳은 흙길로 남은 구역이라 (사실 포장이 안된 곳이라) 사람들 이용이 뜸한 구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낙엽이 수북한 길이라 접근을 꺼리게 된다. 

언젠가 빗질을 깔끔하게 해 놓았길래 잠시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 후에 더욱 빗질이 세심해지고 반질반질하게 잘 닦아 놓은 황토흙길이 생겼다.

굳이 이렇게까지?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맨발로 걷는 사람이 간혹 눈에 띄었다.

입소문이 났는지 맨발족(?)들이 더 많아졌다. 

신기하기도 하고 누구의 생각인지 칭찬할만하다.

이 구역은 제법 키 큰 소나무숲이기도 하고 포장이 안된 흙길이라 내가 좋아하던 장소인데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나도 신을 벗어야 하나 고민이 된다.

 

 

 

다음날엔 오전에 비가 오다 개였다.

오후에 잠시 산책 나가면서 황톳길을 조성해 놓은 방향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황토는 아닌 작은 돌들이 많은 구간이다.

너무 작아서 얼핏 지나칠 뻔 한 작은 팻말.

그림을 읽으면 맨 발 산 광명, 황토숲길

너무 귀엽지 않나!

웃음이 났다.

 

 

 

 

어 그런데 야자매트가 깔렸다!!

이틀전만 해도 없던 것이다.

황토숲길이라 조성한 출발지는 자잘한 돌들이 있는 길이다. 이 구간을 올라가야 황톳길이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야자매트를 깔았다.

(이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랬던 길인데

 

아래처럼 야자매트가 깔렸다.

제대로다.

 

매트가 깔렸다

 

여기까지~

 

황토숲길이라 조성한 구간은 거리가 짧긴 하지만 그러나 맨발로 걷기엔 안성맞춤일 듯싶다.

왕복으로 여러 번 걸으면 제법 만족할 만할 것 같다.

그렇게 맨발로 걷고 난 후엔 주변에 물이 없기 때문에 집에까지 맨발로 걸어가나 어쩌나 했는데

각자 알아서 물이나 닦을 수건을 준비해 와서 나름 발을 닦고 간다.

여기저기 그런 흔적들을 보며 미소가 절로 인다.

이런 소소한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포장된 공원길과 오른쪽 황토흙길이 구분이 된다.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날인데 산책하는 이들이 여럿 보인다.

 

 

학교 울타리에 배롱나무꽃이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