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늘 그렇듯이 또 하루가 가고 본문
'비가 오다'라는 말에서 주는 '비'는 우리가 눈으로 보고 비가 온 뒤 축축하게 젖은 거리나 옷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이라고 시작하는 노래를 들으면 나처럼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그 노래를 부른 가수 심수봉을 생각할 것이고 (...)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영화 <쉘부르의 우산>에 나오는 비 오는 날의 음습한 프랑스의 어느 도시를 상상할 것이요, 어머니들은 열어놓은 장독이나 빨랫감 생각에 조바심도 나실 만하다.
어찌 되었건 비는 이 모든 감정이나 생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누가 비를 내리게 하는지는 별들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다.
ㅡ 고전의 숲에서 지혜를 찾다 본문 중에서 / 이서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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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에서 반가운 사과가 도착하였다.
청송 사는 후배가 올해 첫 사과인 홍로를 보낸 것이다.
요즘 과일 값이 금값이라 손이 가다가 멈칫할 때가 많다.
이렇게 한 박스 가득 담긴 사과를 보니 그 어떤 것도 부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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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에서 조금 나가면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온통 철거예정 지장물이라는 테이프가 붙은 모습이다.
주변 일대가 다 도시개발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없어질 터이다.
진작에 이곳 어딘가 하나쯤은 사둘 걸 후회를 하기도.
보는 안목이 없으니 천상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 팔자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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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일요일 낮에 아들이 우리 부부가 물회를 좋아하는 걸 알고는 포장해서 갖고 왔다.
일단 멍게향이 입맛을 자극한다. 멍게와 해삼, 도다리 새코시가 들어간 물회이다.
우리는 모두 멍게, 해삼을 좋아한다.
아들도 그렇다.
남편과 나는 물회에 국수보다는 밥을 넣어 먹는 걸 좋아한다. 아들도 그렇단다. 이런 것도 닮는 가보다.
연신 맛있다며 한 그릇 뚝딱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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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를 먹은 오후에 남편과 나는 동네 산책 삼아 집 근처 광명동굴을 모처럼 가보았다.
광명동굴까지는 걸어서 2-3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다.
코로나 시국 몇 년 동안 거진 매일 다녔는데 이제 질려서 가지 않다가 올해 들어 처음인 것 같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많다.
커피 사는 줄도 길어서 한참 걸려서 주문할 수 있었다.
시원하게 폭포가 물줄기를 내뿜는 곳에 앉아서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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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냉장고에서 지난겨울에 담은 김장김치 한 통을 꺼내 아들네랑 딸에게 나눠 주었다.
아삭하고 색도 곱다.
톡 쏘는 알사한 맛이 일품이다.
아이들이 삼겹살 구워 먹을 때나 김치찌개, 비빔국수를 해 먹을 땐 김장김치만 한 것이 없다며 때때로 가지러 오곤 한다.
딸아이는 여름이면 비빔국수를 가끔 해 먹는데 엄마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이럴 때 힘들게 담은 김장김치가 빛을 발한다.
매번 담글 때마다 내년에는 사 먹어야지 하면서도 또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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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호야꽃이 몇 번을 피고 진다.
피기 전 도톰한 오각형이었다가 피고 나면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작고 예쁜 별사탕 같은 꽃이 핀다.
그런데 꽃은 옆이나 위로 보고 피는 것이 아니라 죄다 바닥을 보고 피는 지라 그야말로 가장 낮은 자세로 들여다봐야
겨우 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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