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평해길 7길, 지평향교길 본문
오가는 길이 워낙 먼 곳이라 두 길을 한꺼번에 걷기로 작정한 날이다.
6길 거무내길을 용문역에서 마치고 7길인 지평향교길을 이어 걷는다. 용문역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직진하다가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이때 시간이 오전 11시가 막 넘어가고 있었다.
평해길 제7길은 용문역에서 시작되어 지평을 거쳐 석불역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지평은 고구려 시대부터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였던 지역이다. 일제의 침략과 저항의 역사를 담고 있는 지평의병과 조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지평전투는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지평향교길(10.0km)
용문역 - 지평역 - 지평향교- 지평면사무소- 석불역
용문역에서 직진하여 처음 만나는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용문농협이 있는 길을 따라간다.
용문읍내를 벗어날 즈음 그릇고갯길로 방향을 잡는다.
그릇고갯길?
양평 청년공간오름과 용문도서관을 지난다.
면소재치고는 도서관 건물이 크다.
어딜 가나 도서관을 보는 것이 즐겁다. 내가 이용할 도서관도 아니건만.ㅎㅎ
도서관을 지나며 보니 길 저편으로 성당이 보인다.
용문면 일대는 병인박해 이후 숨어든 천주교 신자들이 옹기를 만들어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천주교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곳이란다.
신자들이 옹기를 만들어 용문장에 팔러 다니던 고개라고 하여 그릇고개라는 지명이 생겼나 보다.
흑천이 흐르는 화전교를 건너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역시 흑천답게 검게 보인다.
그 흑천에서 아마도 다슬기를 잡는 모양인지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한다.
한낮의 땡볕에 다슬기가 있나 싶다.
계속 직진으로 걸어 은근한 고개로 올라선다.
쌩쌩 내달리는 차들을 피해 인도도 따로 없는 도로를 걷다가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아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동안 걸으며 촉이란 것이 생겼는지 일단 횡단보도를 건너고 보니 평해길 리본이 그루고개 마을 안으로 나풀거리며 보인다.
나무 울타리가 드리워진 그늘을 벗어나기 전에 잠시 앉아서 쉬었다.
꽁꽁 언 생수와 이온음료를 가져왔더니 이렇게 걷다가 먹기엔 딱이다.
적당히 녹은 시원한 물을 마시며 하늘을 보니 한 덩이 작은 조각구름이 둥실 떠있다.
잠시 마을을 걷던 길은 다시 도로로 내려섰다.
고갯길 정상부는 용문면과 지평면 경계다.
인도는 있으나 쌩쌩 달리는 차들로 인해 바짝 긴장을 하였는데 길은 금방 마을 안으로 향한다.
깔끔하게 잘 정돈된 집들이 이어진다.
양봉을 하는 곳을 지난다. 벌이 이유도 없이 자꾸 죽는다 하여 요즘 큰 걱정이라고 한다.
벌이 없으면 인류는 식량난으로 멸망할지도 모를 일이다.
벌이 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한 일이란 걸 알게 된 후로 벌통만 봐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평해길 시그널은 곳곳에 있어 어렵지 않게 지평역 방향으로.
칡넝쿨이 어마어마하다.
평해길 팻말이 칡넝쿨에 파묻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지평역 3km
남편은 앞장서서 성큼성큼 굴다리를 지나 둑길을 따라 걸어가 버렸다.
굴다리를 지나 남편이 걸어간 방향으로는 리본이나 이정표가 안 보이니 아무래도 이 길이 아닌 것 같은데 멀찌감치 가버려 어쩔 도리가 없어 따라가면서 보니 줄지어 선 나무들이 낯이 익다.
지평천 가로길인데 나무는 계수나무다.
이곳에 계수나무길을 조성한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벚나무가 아니라 신기하였다.
가을이 더 깊어지면 계수나무 잎들이 일제히 노란색으로 물들 것인데 아직은 너무 초록잎이라 아쉬웠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계수나무를 많이 언급하는데 반갑기도 하다.
계수나무길을 걸으며 평해길 리본은 없고 그렇다면 지평향교는 어느 방향일까 잠시 고민을 하던 중 저 멀리 들판을 가로질러 보이는 마을에 한옥이 보인다.
아하! 저곳이 향교이겠다 싶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고 투덜거렸으니 앞에 보이는 지평천 다리를 건너면 될 터이다. (나중에 보니 지평역에서 시작하면 내쳐 걸어 만나게 되는 다리였다)
지평역을 향하던 우리는 갑자기 지평향교를 향해 가게 되었다.
계수나무길은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졌으나 우리는 평해길 안내를 따라 지평향교 방향으로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앞에 지평의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조형물이 서있다.
지평향교 1684년
수곡서원 1874년
지평의병 1895년
지평막걸리 1925년
지평리전투 1951년
그러고 보면 많은 역사가 있는 지평이다.
들녘 뒤편으로 한옥이 보이는데 그곳이 지평향교라 생각했다.
향교라는 짐작은 했으나 확신은 없었으나 일단 리본을 따라가보니 짐작이 맞았다.
지평향교 앞 도로 건너편에 경기옛길 평해길 7길 스탬프함이 있다.
스탬프를 찍고 나무그늘이 드리운 정자에서 잠시 쉬고 싶었으나 정자 관리가 안되어 있어 앉을 수가 없었다.
바로 돌아서 향교로 향했다.
향교는 유학을 가르치고 인재를 길러 냈던 공립 지방 교육기관으로 지금의 중. 고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담당하였다. 시詩나 문장을 짓는 법, 유교 경전과 역사를 가르쳤고 중국과 조선의 성현聖賢에게 제사를 지냈다.
양평은 1908년 양근군과 지평군을 합친 이름이기 때문에 옛 양근군에 있었던 양근향교와 옛 지평군에 있었던 지평향교로 두 개의 향교가 양평군에 자리 잡고 있다.
1982년 향교 건물 중수공사를 할 때 건물의 내력이 적힌 문서가 명륜당에서 발견되어 지평향교가 조선 전기에 세워져 조선 숙종 10년 (1684)에 현재 위치로 옮겨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건물 전체 배치는 앞쪽에 교육 공간이 있고 뒤쪽에 제사 공간이 자리한 전학후묘 형태이다.
지평향교를 돌아 나오는 길에 어느 집 담장에서 가는잎유홍초(새깃유홍초)가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자라고 있는 모습도 흔치 않은 일이라 감탄하며 들여다보았다.
지평향교에서 마무리를 하고 오후 2시 18분 경의중앙선을 타기 위해 지평역으로 왔다.
이후에 기차는 19시 48분이라 반드시(?) 14시 18분 기차를 타야 했다.
시간이 30여 분 남았길래 지평역 앞 편의점에서 김밥과 맥주로 점심을 대신했다.
지평에 왔으니 지평막걸리 정도는 마셔줘야 하는데 적당한 식당이 없었다.
용문역에서 내려 지평막걸리를 곁들어 늦은 점심을 먹을까 했으나 김밥을 먹는 바람에 그마저도 생각이 없어졌다.
대신 우리 동네 병천순대국밥집에서 지평막걸리를 마셨다.
'경기 옛길 > 평해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옛길 평해길 제9길, 구둔고갯길 (0) | 2023.12.03 |
---|---|
경기옛길 평해길 제8길 고래산길 역방향, 일신역~석불역 (18) | 2023.10.10 |
경기옛길 평해길 6길 거무내길(원덕역 ~ 지평역) (24) | 2023.09.25 |
경기옛길 평해길 2길 미음나루길, 미음나루~덕소역까지 (29) | 2023.09.12 |
경기옛길 평해길 1길 망우왕숙길 (38) | 2023.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