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호압사에서 호랑이를 만나다 본문
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아침이다. 많이 내린 눈은 아니지만 밤사이 하얗게 눈이 쌓였다.
다음날인 25일에는 눈이 더 많이 내려 진정한 화이트크리스마스였다.
12월 중순께는 그동안 엄청 춥더니만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오며 날씨가 많이 풀렸다.
24일 이브날 아침에 집에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서울둘레길 관악산일주문 코스를 걸어볼 참으로 이른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섰다. 마을버스를 타고 석수역 앞에서 내려 서울둘레길 관악산일주문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자주 걷던 코스라 길은 익숙하다. 눈 쌓인 낙엽 아래가 얼었다. 아이젠까지는 필요치 않았으나 스틱은 필참이다.
그늘진 곳에는 길이 얼어 제법 미끄러워서 조심하느라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 호암늘솔길부터는 데크길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치유의 길 - 잣나무산림욕장
겨울의 잣나무 숲도 멋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늘이라 부지런히 걸어 벗어난다.
잣나무 숲을 지나 호압사에 도착을 하였다.
오잉? 예전에 없었던 호랑이가 있다!
호압사에 호랑이가 있다.
금천구의 유일한 전통사찰인 호압사 창건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호압사 虎壓寺 / 1393년 조선 태조 2년, 무학대사 창건
태조는 왕사인 무학대사의 조언으로 조선의 도읍을 서울로 정하고 궁궐을 짓는 과정에 태조의 꿈속에 어둠 속에서 반은 호랑이이고, 반은 모양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괴물이 나타나 눈에 불을 뿜으며 건물을 들이받으려고 하여 군사들로 하여금 화살을 쏘아댔지만 괴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차례 짓던 궁궐을 무너뜨리고 사라졌다.
태조가 침통한 마음으로 침실에 들었을 때 어디선가 '한양은 비할 데 없이 좋은 도읍지로다"라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한 노인이 있어 무슨 묘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가만히 가리키는 노인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호랑이 머리를 한 산봉우리가 한양을 굽어보고 있었다. 꿈에서 깬 태조는 무학대사를 불러 말을 전하였고, 무학대사는 호랑이 기세를 누르기 위해 호암산(虎岩山)에 호압사를 창건하게 되었다.
호압사에는 현재 문화재 8호인 석약사여래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도량 내에 있는 500년 수령을 지닌 두 그루의 보호수는 호압사 역사를 입증하는 자료이다.
*석약사불좌상/서울시 문화재자료 8호
약사여래는 중생의 질병 치료, 수명 연장, 재화 소명, 의식만족을 이루어 주며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부처님(여래)을 말한다.
호압사 경내를 두루 둘러보고 이제 관악산일주문 방향으로 막 가려던 참이었는데 손자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는 가던 길을 멈추었다.
엄마아빠가 상갓집에 가야 해서 지는 우리 집으로 온다는 전화였다.
일단 집에 가있으라 하고는 남편과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부리나케 걸었다.
계속 진행을 하면 두세 시간은 걸리는 거리이므로 집으로 빨리 가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석수역에서 호압사까지 갈 때는 1시간 30분이 걸렸는데 되돌아올 때는 얼마나 부지런히 걸었는지 한 시간 만에 석수역에 도착을 하였다.
손자의 전화가 호압사 호랑이 보다 더 무서웠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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