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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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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영화,서적

나는 이렇게 나이 들어 가고 싶다

다보등 2024. 9. 25. 10:12

한창 더울 때 지난 겨울을 그리워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는 잃는 것이 더 많을까, 아니면 얻는 것이 더 많을까?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는 것을 생각해 보자. 젊음, 탄력, 검은 머리, 체력, 건강, 여정, 성 기능, 기억력, 친구나 배우자와의 사별, 남아 있는 시간..., 그렇다면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많아지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이, 자손, 주름살, 뱃살, 검버섯, 고집, 잔소리, 걱정, 회환, 버려야 할 가구나 옷가지, 외로움..., 나이가 들수록 얻는 것도 많지만 그 가운데 좋아지는 것을 꼽으려니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이전 시대에는 연륜으로 다져진 연장자들의 지혜가 후세대의 삶에 매우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그래서 어려운 일에 부닥치면 젊은 사람들은 으레 그 마을의 가장 연장자인 어른을 찾아가 자문을 구했고 연장자들은 평소에도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

그러나 현대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이전의 지식은 금방 쓸모가 없어진다. 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이 전 세대의 지식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이 든 사람들의 생각은 고리타분한 낡은 것이 되어 버려 아무도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

(...)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에 저항할 에너지도 낙천성도 없는 상태에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고, 이제 나쁜 일만 기다리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 살고 싶어 하지만 늙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노년기의 인생은 우리에게 여분으로 남아 있는 시간, 말 그대로 여생일 뿐일까? 

 

하루는 시인 롱펠로에게 그의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

  "이보게, 친구! 오랜만이야. 그런데 자네는 여전하군. 그 비결이 뭔가?"

이 말을 들은 롱펠로는 정원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를 보게나! 이제는 늙은 나무지. 그러나 저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네. 그것이 가능한 건 저래 봬도 저 나무가 날마다 조금이라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댜. 나도 마찬가지라네. 나이가 들었어도 하루하루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네!"

이렇듯 노인은 결코 '끝나버린 존재'가 아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순간순간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과제를 부여받는다. 그래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다듬어지고 재배열되며 새롭게 교정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늙어서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인생의 각 단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격도 마찬가지다. 일흔, 여든, 아흔 살이 지나서도 꾸준히 변화한다. 이때 나이 듦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의 삶은 '비참하고 삶의 회한만 가득한 인생'이 아니라 '여전히 욕망하고 변화하는 능동적인 인생'이 될 수도 있다.

(...) 

같은 70세라도 그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젊게 사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뭘 하든지 '나이'부터 따지고 '나이'를 의식하는 사람은 자신의 몸 상태와 상관없이 70세를 '늙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같은 70세라도 정말 그 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젊게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은 자신의 나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취미 생활을 즐기며 활기차게 살아갈 뿐이다.

그러므로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면 자신의 신체 나이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다. 70세가 되든 80세가 되는 나이와 상관없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조금씩 성장하는 나'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 그 방법이다. 그래서 실제로 연세대 철학과 교수인 김형석은 100년을 살아 보니 60세 전까지 자신은 미숙했으며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황금기는 "65세에서 75세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늘 누구를 만날지, 구순의 어머니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머리를 염색할지,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책을 읽을지, 친구에게는 어떤 문자를 보낼지 고민하고 결정한다. 너무 아파 꼼작도 못 하고 누워 있을 때는 덜 아픈 시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도 많은 것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으며 그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엔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도 많아 공부할 게 많다는 것도 기쁘다. 기왕 오늘 나는 눈을 떴고 일어났으니 재미있게 살면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그것이 내가 오늘을 보내는 방식이고 나이 듦에 대처하는 자세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중에서  <나는 이렇게 나이들어 가고 싶다>를 옮겼다.

 

지은이 김혜남은 1959년생으로 지난 30여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왔다. 

2001년 마흔 두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깊은 절망에 빠졌으나 그 절망과 분노를 이제 그만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저자는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바꿀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지금껏 환자들을 만나며 자신의 위치에서 변함없이 노력하고 있다.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22년이 지난 현재는 간병인의 도움도 많이 받아야 하는 일상이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 생각한다고. 그녀가 건네는 조언들 하나하나가 내 마음 속에 깊이 콕콕 들어왔다. 

 

"완벽한 때는 결코 오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해보라.

그것이 당신의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 매사에 시시콜콜 파고들지 말라. 가장 좋은 방법은 더러는 그냥 무시하고 더러는 웃어넘기고

그래도 남은 것들에 대해서는 용서하는 것이다."

 

" 살다보니 나쁜 일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크고 작은 장애물을 어떻게든 넘으려 애쓰며 나는

좀 더 단단해졌고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