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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정우철 지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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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정우철 지음

다보등 2024. 11. 10. 10:39


<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 폴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실레 등 열한 명의 화가들을 소개한다. 작품 분석이 주인 미술 해석에서 벗어나 화가의 삶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엮어 놓았다. 온 세상이 거장이라 부르는 화가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로 이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그래서 그림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책이었다.

 

 

 



앙리 마티스 ㅡ 내가 꿈꾸는 미술이란 정신노동자들이 아무 걱정, 근심 없이 편안하게 머리를 누일 수 있는 안락의자 같은 작품이다."

앙리 마티스, 모자를 쓴 여인, 1905


오늘날 마티스를 대표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모자를 쓴 여인>입니다.
작품 속 여인은 마티스의 아내입니다. 혹시 이 그림에 쓴 색이 이해되시나요?
잘 모르겠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어느 날 마티스가 부부싸움을 하다가 문득 화가 난 아내의 얼굴에서 강렬한 붉은색과 푸른색 같은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대로 얼굴을 칠했다고요. 당시 <모자를 쓴 여인>은 큰 논란에 휩싸였고 사람들은 도저히 작품을 이해할 수 없다며 욕을 했지요. 이전에 고갱도 강렬하고 자유로운 색을 선보인 적이 있다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마티스는 고갱보다 더 나아간 거죠.
한마디로 이 작품은 색의 혁명이었습니다. 한 평론가는 "고통스러울 만큼 현란한 작품"이라고 평했는데 물론 좋은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어요. 말도 안 되는 작품이라는 비난을 이런 식으로 한 건데, 심지어 마티스의 아내도 이 작품을 보고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니 대중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49-51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모딜리아니는 잔의 초상화를 그릴 때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고수하는데요. 보통 사랑하는 사람을 그릴 땐 눈을 가장 강조하는 게 일반적이죠. 잔이 자신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모딜리아니는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그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겠다."라고 대답했다고 해요./78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장 에뷔테른의 초상,1919,&nbsp; &nbsp;자화상, 1919


1918년이 되자 전쟁이 심해지면서 독일군이 파리 근처까지 진격합니다. 마침내 독일이 파리까지 폭격하자 대피령이 내려지고, 모딜리아니와 잔은 프랑스 니스로 피하는데 이때 두 사람뿐 아니라 피카소, 마티스처럼 당대를 주름잡던 화가들도 전부 파리를 떠납니다. 니스에 도착한 모딜리아니는 작품이 팔리지 않아 길에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푼돈을 벌었다고 해요. 그마저도 시원찮을 땐 식당에서 밥값 대신 그림을 그려줬다고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가난했어도 모딜리아니와 잔은 행복하게 지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이때가 둘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고도 하는데... 딸도 태어났지만 지독한 가난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었기에 아이는 잔의 보모님이 데려갑니다.
(......)
마침내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모딜리아니 가족은 다시 파리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파리로 돌아온 모딜리아니가 그린 <잔 에뷔테른의 초상>에는 예전의 작품들과 달리 눈동자가 선명합니다. 이 작품을 보고 잔은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고 해요. (......)
어느 날 친구들이 두 사람의 집을 찾아가보니 모딜리아니는 쓰러져서 거의 죽어가고 있고 잔은 옆에서 울고 있었다고 해요. 그때 캔버스에는 마지막 작품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바로 모딜리아니가 유화로 그린 자화상입니다.
그렇게 많은 자화상을 그린 화가였지만 정작 그는 자화상을 거의 남기지 않았는데, 마지막 작품으로 자화상을 택한 거예요. 방 안이 얼마나 추었던지 실내에서도 코트와 목도리로 꽁꽁 싸매고 있습니다. /83


알폰스 무하 ㅡ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전시장이 될 것이다.


무명의 화가 알폰스 무하를 슈퍼스타로 만들어 놓은 프랑스 최고의 스타 배우 사라 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 <지스몽다>이다. 처음 이 연극 포스터를 본 매니저는 쓰레기를 만들었다며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사라 베르나르는 이 포스터를 보자마자 감격해서 외칩니다.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포스터는 처음 봤어! 지금 당장 이 포스터를 전부 들고나가서 파리 시내의 유명한 건물에 전부 붙여!" /98
지스몽다 포스터가 너무 아름다웠던 나머지 사람들이 전부 떼어가는 바람에 열심히 붙인 포스터가 히룻밤 사이에 모두 사라졌다. 베르나르는 인쇄소에 연락해 포스터 4,000장을 추가로 찍어서 유료로 판매하였고, 한 장도 남김없이 판매되었다. 이때부터 무하는 무명 생활을 청산하고 파리의 슈퍼스타로 도약한다. 무하를 이야기할 때 사라 베르나르를 빼고 말할 수가 없는 이유다. 그녀는 무하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다.

 


무하 작품 <황도 12궁>은 지금도 다양한 아이템에 활용되는 인기 작품이죠. 그런데 오늘날 무하의 그림이 새겨진 물건을 사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 그림의 원래 용도를 잘 알지 못합니다. 
타로 카드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건 달력이에요. 그림 속 원을 따라 열두 개의 별자리가 그려져 있고 아래쪽 두 개의 원에는 태양을 의미하는 해바라기와 달을 뜻하는 양귀비가 있죠. 태양이 뜨고 달이 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한 달이 되고 1년이 되고, 쌓인 시간은 인생이 됩니다. 한마디로 이 그림은 '사람의 인생'을 담고 있죠. 중앙의 여성은 사라 베르나르입니다./101


<내가 사랑한 화가들>은 잘 알려진(? 그러나 개인적으로 처음 대하는)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에피소드를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 케테 콜비츠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기뻤다. 베를린에는 다양한 기념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특히 과거의 영광뿐 아니라 치욕과 비극도 기억하고 경고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으로 베를린에 역사 기억하기로 조성된 기념조형물들이 있다. 그중에서 케테 콜비츠의 작품이 있는 노이에 바헤가 있다. 독일 여행을 하면서 케테 콜비츠의 작품을 접하고 그의 작품이 노이에 바헤에 있는 이유를 이방인인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독일인들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작품인가 보다 했다. 문득 이 책을 읽다 케테 콜비츠에 대해 알게 되어 기뻤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실과 투쟁을 기록한 '케테 콜비츠'

내가 사랑한 화가들/ 정우철 지음 은 마르크 샤갈, 앙리 마티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알폰스 무하, 프리다 칼로, 구스타프 클림트, 툴루즈 로트레크, 케테 콜비츠, 폴 고갱, 베르나르 뷔페, 에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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