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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조지아 북부 메스티아 가는 멀고도 먼 길 본문

걸어서 세계속으로/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북부 메스티아 가는 멀고도 먼 길

다보등 2024. 10. 15. 09:40

2024년 6월 9일, 여행 11일 차

호텔 조식 8시, 출발 9시

늘 그렇듯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둬야 한다.

점심을 어디서 어떻게 먹게 될지 알 수 없으므로 있을 때 단디 먹어둬야 한다.

배 고프면 세상없는 여행도 다 귀찮다.

나 만의 규칙이다.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오늘은 바투미를 떠나 메스티아로 가는 날이다.

메스티아는 대형 버스가 갈 수 없어서 32인승 버스가 왔다. 널널하게 타고 다니던 대형버스에서 갑자기 작아진 버스에 그동안 앞 좌석만 앉았던 분들은 뒤로 가시라는 인솔자의 압력(?)에 좌석경쟁 한바탕 치르고 서야 출발을 하였다. 더군다나 짐칸이 작아서 캐리어 싣는 것조차 여의찮은 버스였다. 짐칸에 캐리어를 다 실을 수 없어서 결국은 버스 안에 실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 버스에는 앞쪽과 중간 두 곳으로 출입을 할 수 있는 문이 있는데 할 수 없이 중간 문쪽에 캐리어를 싣는 바람에 앞쪽 문으로만 출입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불편하지만 다들 견디기로.

캐리어가 처리되자 드디어 출발이다.

막 출발 하면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바투미를 떠난다

 

점심시간에 주그디디라는 도시에 도착하여 간단하게 햄버거나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으라며 맥도널드 앞에 내려준다. 

그렇다면 만만한 햄버거도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빅맥 콤보와 체리파이, 라떼 등을 주문했다.

 

맥도날드 햄버거

 

 

메스티아는 조지아 북부에 위치해 있다. 해발 고도가 2천이 넘는 마을이라고 한다.

길은 점점 더 깊어지고 보이는 산들은 예사롭지가 않다. 까마득한 계곡 아래로 흐르는 물살이 거침없다.

그 와중에 자다깨다 하는데 잠깐 화장실도 갈 겸, 이곳에 건강에 좋다는 약수가 있다면서 정차를 하였다.

이 깊은 산중에 화장실이 유료이다. 하나뿐인 화장실 앞에서 길게 줄을 섰다.

계곡으로 조금 내려가면 유명한 약수가 있다는데 어디든 약수가 그렇듯 녹슨 쇠 맛이 난다.

 

 

 

조지아의 알프스라 불리는 메스티아가 점점 가까워지며 설산 봉우리들이 줄줄이 나타난다.

메스티아로 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트레킹이 목적이라고 한다.

나는 코카서스 여행 중 두 번의 트레킹을 기대하고 있었다.

첫 번째 트레킹은 도착하여 여행 초반에 다녀온 카즈베기 주타 트레킹이 있었다.

그리고 이곳 메스티아 우쉬굴리 트레킹이 있다.

설산을 보니 마음이 설레인다.

 

 

 

바투미에서 메스티아 전일 이동으로 약 7시간 걸린다 하였으나 9시간 만인 오후 6시가 넘어 도착했다.

정말 정말 멀고도 먼 길이다. 절벽 아래 거칠게 흐르는 계곡은 리버 돌라Dolra라는 이름을 가진 강이라고.

메스티아에 가까워지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을 하였다.

 

 

 

호텔 Lahili에 도착을 하였고 방 배정도 받았다.

비도 오고 배는 고프고 어딘가 식당 찾아 나가기엔 지쳐서 호텔에 저녁을 주문하였다.

식당은 호텔 옆 주택으로 2분 거리였으나 비가 많이 와서 결국 우산을 써야 했다.

저녁을 먹는 동안에 우르릉 천둥 치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했다.

 

 

요리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종일 버스에 시달렸으니 뭔들 맛있지 않을 것인가?

공동경비 지갑을 쥐고 있는 야무진 총무가 메뉴를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주문한 몇 가지 요리들이 나왔다.

 

 

 

식당에는 외국인 가족(7명) 한 테이블과 우리(4명)가 다였다.

우리 일행이 전부 32명인데 다들 어디에서 저녁을 먹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뜻밖에 우리뿐이다.

조지아 아할치혜에서 머물던 숙소 마당에서 성찬을 먹은 이후 두 번째 맛있는 저녁이다.

아할치혜에서 먹었던 음식과 중복되지 않아 좋았던 메스티아 음식이다.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저녁을 먹다가 코카서스의 높은 봉우리에 걸려 넘어져서 음식이 쏟아진 곳이 조지아라더니

'역시 그렇군! 맛있다!' 하였던 날이다.

 

 

 

오후 9시지만 아직 날이 어둡지 않다. 비도 그쳤다. 

우리는 저녁을 먹고 메스티아 중심가로 나가 보았다.

내일 트레킹을 하려면 점심거리라도 사야 했기 때문이다.

 

와! 장관이다

 

 

마침 일행 몇 명이 구글로 검색한 야채 가게 간다길래 잘됐다며 우리도 따라갔다.

알면 모를까 그냥은 찾을 수 없는 야채 가게.

저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깜짝 놀라게 된다.

 

LOMARI'S 게스트 하우스 아래층에 야채와 과일가게가 있다

 

와! 규모는 작지만 우리가 필요한 온갖 모든 것이 있었다.

우리는 내일 점심으로 먹을 만한 것들을 샀다. 과일이나 야채가 싸다고 자꾸 담는다.

 

 

 

야채가게에서 나와 잠시 거리 구경하다 빵집을 발견~

막 화덕에서 구워낸 빵을 샀다. 빵은 종일 뜯어먹어도 될 정도로 컸다.

뜨거운 빵은 향만 맡아도 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먹어보니 너무 짜다. 빵을 산 지 1분도 안되어 실망이었다.. 

무언가 야채를 듬뿍 넣어 같이 먹거나 잼을 발라 먹어야 하는 모양이다.

그렇다해도 너무 짜다. 기대하던 빵인데...

조지아에서 처음으로 짠 음식을 접하고 보니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