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서천 신성리 갈대밭 그리고 가창오리 본문
2024년 마지막 주말 토요일(12월 28일)에 서천 신성리 갈대밭을 걸어 금강 하구둑에서 가창오리 군무와 일몰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걷기에 따라나섰다. 이번엔 남편도 함께 동행하였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을 걸어 금강하구둑 가창오리 군무를 볼 수 있다는 포인트까지 가는 게 오늘의 일정이다. 우리가 만날 가창오리는 일몰 후에나 먹이 활동을 하는 야행성 새라고 한다. 일몰 일정에 맞춰 다른 때보다 출발이 늦다. 양재역 기준 오전 10시다. 서울을 출발하면서부터 날씨는 시원치 않더니 서천에 도착하니 날씨는 더 좋지 않다. 눈발이 간간이 흩날리고 당연히 하늘은 무지하게 흐리다. 오늘 우리의 목표가 <갈대밭 걷기 + 일몰 + 가창오리 군무> 등인데 이런 날씨에 제대로 된 일몰은 어렵겠고 가창오리 군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오후 1시, 서천에 도착하여 점심으로 복칼국수를 먹었다.
기본 찬들과 야채튀김이 나왔는데 튀김이 인기다. 뭐든 튀긴 건 다 맛있다.
며칠 전에도 아들네와 복지리와 복찜을 먹었는데 오늘은 서천에서 복칼국수다.
우리동네서는 밀복이라고 하던데 서천에서도 밀복이다.
먼저 복전골이 나왔고 야채며 복을 건져 먹고 난 후, 국물에 칼국수를 넣어 익혀먹는 건 국룰.
시원하게 복칼국수를 먹고 신성리 갈대밭으로 이동하였다. 농로가 길게 이어진 끝자락에 갈대체험장 건물이 보이고.
이곳에서부터 금강 하구둑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넓으며, 금강과 서해 바다가 만나는 금강하구에 위치한다.
특히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넷플릭스 <킹덤> 등 여러 영화, 드라마 단골 촬영지라고 한다. 겨울철에는 고니, 청둥오리 등 철새 군락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서천에 들어서며 눈발이 보이더니 본격적으로 신성리 갈대밭을 걷기 시작하였을 때도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굳이 우산이 필요치 않으나 챙 없는 모자를 쓴 탓에 얼굴에 달라붙은 눈이 성가셔 우산을 꺼내 들었다.
강을 기준으로 건너편은 군산시, 우리가 걷는 갈대밭은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이다.
가창오리 군무를 보기 위해 서천뿐만 아니라 군산 방면으로도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곰개(웅포)나루터라고 불렀던 곳이며, 금강과 연접한 서해바다는 최초로 화약을 이용하여 왜구를 소탕시킨 *진포해전이 있었던 장소이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까닭에 퇴적물이 쉽게 쌓이고 범람의 우려로 강변 습지농사를 짓지 않아 무성한 갈대밭이 되었다.
(* 진포해전 : 세계 최초의 함포대전, 고려말 최무선이 최초 개발한 화포를 이용 500여 척의 왜구선을 격침)
하구둑이 생기면서 금강은 바다와 차단돼 금강호라 불리는 거대한 호수가 됐다.
흐름이 막힌 강은 담수호가 되어 드넓고 잔잔하다.
갈대밭에서 올라와 하구둑을 걷기 시작을 하였다.
금강 하구둑으로부터 12km지점...그러니까 우리는 하구둑(금강 수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하구둑 기준으로 왼쪽은 금강이며, 오른쪽은 서천군 화양면의 너른 들로 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한 낱알 먹이가 풍부한 곡창지대이다. 가창오리들이 먹이 활동을 하러 화양면 들에도 자주 온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멀리 보이는 논바닥에는 거뭇거뭇한 새들이 보이는데 아마도 금강을 찾은 철새인 듯.
이 하구둑은 '서천 금강2경 도보여행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도보여행길이기도 하다.
금강 1경에 해당하는 금강하구둑 철새도래지를 시작으로 금강 2경 신성리갈대밭에서 여정을 마치게 되는 15km의 코스 가운데 우리는 역방향으로 약 7km를 예정하며 걷는 중이다.
더불어 가창오리 떼가 있다는 포인트를 찾아가는 거다.
바쁠 것 없는 금강하구둑 걷기, 들판 건너 마을 숲에서 새떼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철새들이 가창오리만 있는 게 아니다.
나그네인 우리는 듣기 좋은 소리인데 정작 마을 주민들은 어떨지.
???
강 위로 길게 난 검은 띠.
처음에는 섬인 줄 알았다.
차츰 가까워지며 새떼였다. 가창오리다.
와!!!
누구랄 것도 없이 자리를 잡고 앉길래 우리도 적당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배낭에서 커피를 꺼냈다.
이럴 때 커피란 참 기분 좋은 음료다. 뜨겁진 않으나 적당히 따뜻한 온도를 즐기며 천천히 음미하며 마음이 느긋해진다.
저 새들이 이제 일몰 후에는 한꺼번에 날아오른다니 기대가 컸다.
올해 금강 하구둑을 찾아온 가창오리는 20여만 마리가 된단다.
가창오리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새라서 낮에는 군집을 이뤄 넓은 강에서 쉬다가 해가 지면 농경지로 먹이 활동을 하러 가기 전에 하늘을 몇 바퀴 선회하고 이동을 한다고 한다. 그때의 군무가 가히 볼 만하단다.
가창오리의 이런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이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한 곳이라 하니 새삼 더 기대가 된다.
그런데 새들이 조금씩 이동을 한다. 아래로 아래쪽으로.
우리도 따라서 아래쪽으로 이동을 했다.
우리가 있는 곳에서 사실 새들이 있는 곳과는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다.
새들이 우리를 경계하는 것 같다.
탐조할 때는 원색적인 옷도 안되고 떠들어서도 안된다 하는데... 우리는 일단 그런 규정에서는 탈락이다.
가창오리는 봄과 가을에 한국을 거쳐가는 겨울철새로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며, 4~7월에 한 배에 6~9개의 알을 낳는데, 암컷은 약 26일 동안 알을 품으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한때는 밀렵으로 인해 수가 줄어서 취약종에 오르기도 했으나 최근 수가 증가하여 관심 필요종으로 멸종위기 등급이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밀렵은 금지되어 있다.
군집 생활을 하는 습성 때문에 전염병이 취약해 2000년 천수만에서는 13,000여 마리의 철새가 가금콜레라로 인해 집단 폐사했는데 그중 90%가 가창오리였다고 한다.
이곳 금강호에 오는 가창오리는 그야말로 장관이어서 BBC의 다큐멘터리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하다고 한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매년 한국 겨울에 오는 가창오리 떼의 규모가 전체 95%로 화려한 군무는 한국에서 만 볼 수 있는 환상적 풍경이라 한다.
우리를 피해 이동한 새를 따라 아래쪽으로 와서 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바람도 불고 기온도 떨어져 제법 춥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핫팩은 기본이고 내복도 입고 목도리며 무릎담요까지 챙겨 왔다. 나는 배낭에서 무릎담요를 꺼내 덮었다. 한결 낫다.
여기서 한 시간을 어찌 더 기다리나 걱정이었으나 가창오리 군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다들 새떼들이 만든 섬(?)에 시선 고정이다.
그런데 좀 전보다 더 많은 새들이 낮게 날더니 강 안쪽으로 더 멀리 자리를 이동한다.
금강수문 방향으로 더 멀리 가버렸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 더 먼 곳으로.
"가지마, 우리 위험한 사람 아니야~~ㅠ"
그리하여 새들은 우리가 있는 곳에서 더 먼 곳으로 이동을 하여 보이지도 않는다.
날씨조차 흐리니 더 안 보인다.
아직 일몰 시간까지는 한 시간이나 남았고, 이런 날씨에 일몰도 기대할 수 없고, 더욱이나 가창오리는 이젠 확실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실망을 하니까 급격하게 추워진다. 해가 넘어가고 있고 이제 가창오리가 먹이활동을 할 시간이 다가온다. 우리가 기대하던 군무를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완전히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카페에 올려진 가창오리 군무와 일몰 사진! (저 사진에 낚였다는ㅍㅎㅎ)
기대했던 군무가 저 정도는 아니더라도... 비스무리한 어떤 거라도 보고 싶었으나...ㅠ
군무는 고사하고 새떼다운 것도 보지 못했다.
군무를 보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데 오늘은 택도 없는 날이었다.
수십만 마리가 날아가는 군무를 본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우리가 타고 온 차량이 저 아래쪽 접근하기 좋은 곳까지 와 있다 연락이 와서 모두들 하구둑 방향으로 더 걸어갔다.
가면서 보니 가창오리 군무를 찍기 위해 온 몇몇의 진사들이 있었다. 다른 날은 엄청 많은 진사들이 있다는데 오늘 날씨가 이러니 고작 몇 명만이 있는 거란다. 어마어마한 망원렌즈하며 작은 일인용 텐트는 바람과 추위를 아쉬운 대로 막아 줄 것 같았다. 그들은 어제도 왔고 며칠째 왔는데 오늘 날씨가 가장 좋지 않단다.
가창오리들이 금강 하구둑 하류 쪽으로 멀리 가버려서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데 혹시 망원렌즈로는 볼 수 있나 렌즈를 들여다봤으나 그조차 너무 멀어서 가물가물하다.
혹시나 하는 맘에 가창오리들이 보이길 기다려도 꽝이다.
아마도 오늘은 먹이활동을 이쪽 방향이 아닌 다른 쪽으로 간 것 같다고 한다.
버스 근처에 오니 뜨거운 어묵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뜨끈한 어묵탕으로 실망과 추위에 떨었던 몸을 달래 주었다.
한결 낫다.
그리고 어묵탕 정말 맛있었습니다~
<가창오리 참고 사진 >
몸길이는 약 35~40cm 정도로 수컷은 얼굴 앞쪽 절반이 노란색이고 중앙의 검은 띠를 경계로 뒤쪽은 녹색으로 윤이 나는 화려한 색상을 띄고 있지만, 암컷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이며 배를 제외한 몸 전체에 붉은 갈색 무늬가 있으며 뺨과 멱, 눈 뒤쪽은 노란색이고 검은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가창오리는 2014년 기준, 34년 전인 1980년 경남 주남저수지에서 처음 발견됐다.
가창이라는 이름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는데 길거리에서 손님을 끄는 창녀(가창街娼 : 한국어사전)의 화장처럼 보인다 하여 가창(街娼)이라 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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