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옛길 영남길 제4길 석성산길 본문
2025년 3월 1일
삼일절 연휴 첫날 토요일에 전철을 여러 번 갈아타고 용인경전철 에버라인 어정역에 내렸다. 양재역에서부터 여러 번 환승한 거에 비해 집에서 어정역까지 1 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니 이 정도소요시간은 꽤 괜찮은 편이다.
에버라인 어정역에 내리며 '어정'은 왠지 임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3-4길 시종점에 있던 스토리보드를 읽어보니 짐작이 맞았다.

어정(御停) : 임금님이 머무르신 곳
漁汀에서 御井, 그리고 御停까지 3번 바뀐 어정의 한자 표기
어정은 조선시대 이후로 유서 깊은 지명이다. 현재도 용인에서 오래 사신 주민들은 어정삼거리와 동백지구를 묶어 어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맨 처음 어정의 한자 표기는 일제강점기에 건설된 수여선 철도역 이름을 따 '어정漁汀'이라고 표기했다.
그러다 지난 1995년 일본식 지명을 정비하면서 지명위원회가 '세종대왕께서 여주 행차 시 용인을 거쳐 가며 물을 마셨다'는 설에 근거해 임금이 마셨던 우물이 있던 곳이라는 의미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어정御井'으로 개정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어정 주민들이 조선왕조실록에서 성종 2년에 '대가(大駕, 임금의 가마행렬)가 용인의 합천(신갈천, 현 어정역 인근) 가에서 주정(晝停, 낮 수라)하시며 머물렀다'는 기록을 찾아 어정의 한자 표기를 바꿔 달라고 市에 요청했으며 경기도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변경안이 최종 의결 되어 이후로 어정과 관련된 모든 지명 정보의 한자 표기법을 '御停'으로 변경되었다는 내용이다.



영남길 제4길 석성산길
석성산은 동백지구를 감싸고 있는 주산(主山)이자 용인문화복지행정타운까지 이어지는 용인의 진산(鎭山)이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부산 동래에서 시발된 내지봉수가 석성산을 거쳐 가기도 했으며, 신라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성산성(보개산성, 할미산성)이 있는 곳이다. 2018년 석성산과 선장산을 연결하는 보도교인 성산교가 설치되어 47년 만에 영동고속도로로 단절됐던 한남정맥 등산로가 다시 연결되기도 했다. 석성산은 넓어진 용인시 행정구역의 중심 지역에 있어 오늘날 용인 동서화합의 상징이 되고 있다.
● 석성산길(6.5km) 난이도 : 어려움
● 동백호수공원 - 석성산 등산로 - 용인문화복지행정타운



영남길 제4길은 옛길이라기보다 석성산 등산이라고 봐야 할 길이다.
석성산 등산로 진입을 시작으로 종점인 용인시청에서 석성산을 빠져나오면 제4길이 끝난다.



영남길 이정표는 띄엄띄엄 있어서 그저 석성산 정상으로 가는 이정표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주민들이 애용하는 등산로라 길은 잘 되어 있어서 걷기에도 좋았다.




석성산 정상(2코스)이 영남길이라는데 1코스나 2코스는 둘 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0.8km로 거리도 같다.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이때 본 영남길 리본은 석성산을 다 벗어나도록 처음이자 마지막(에 하나가 있긴 했다)이었다.





북쪽 사면 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에 얼었던 길이 녹아 진창인 곳도 있고 눈과 얼음이 이제 녹기 시작한 곳도 있어 가파른 길은 미끄럽고 장난 아니다. 스틱을 잊고 가져오지 않음을 땅을 치고 슬퍼함ㅋㅋ



진창 길이 나은 건지 가파른 돌길이 나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암튼 길은 올라 갈수록 무인지경이다.



저기 아저씨가 내려오는 저 길은 올라가다 보니 어찌나 길이 고약한지 그야말로 네 발로 기다시피 올라갔다.
이게 길이 맞나 싶은 그런...


그 험한 길을 기어이 올라오니 이제는 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계단이 얼마나 많았는지 누군가가 계단 개수를 적어 놓았더라.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폭설에 쓰러진 나무는 간신히 사람만 지나갈 수 있게 손질이 되어있다.


계단지옥이다 ㅋㅋㅋ


드디어 석성산 정상에 도착!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깜놀~ㅋ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다.
뿌연 연무로 시야는 시원하지 않지만 탁 트인 전망이 멋지다.





다른 때는 걷기 시작하며 이른 점심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었는데 이번 4코스는 아무래도 석성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컵라면과 빵을 챙겨 왔다. 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챙겨 온 컵라면은 이럴 때 나름 훌륭한 식사가 된다. 소풍 온 기분을 내며 국물까지 남김없이 후루룩.
후식으로 사과도 냠냠~

하산하는 길에 용인 석성산 봉수 유적을 지난다.






석성산 정상과 능선을 둘러서 남아 있는 용인 석성산성은 보개산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둘레 길이 약 2km로 석재를 사용하여 쌓은 석축산성이다.
산성의 축조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보인다. 문헌에 따르면 석성산성은 15세기 초기까지 사용하다가 15세기 중엽에 폐기된 것으로 추정되며 임진왜란, 병자호란 동안에 고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차단기 직전 길옆으로 나있는 용인시청 방향을 놓치면 안 된다.
용인시청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흙길이라 걷기에 좋았다. 반대편에서 석성산 정상으로 올라갈 때와는 완전 딴판인 길이다.






운동기구 있는 곳에서 풍림아파트 방향으로 잠시 가다가 이내 만나는 이정표에서 용인시청으로 간다.


석성산길 3시간 30분을 걸으며 처음과 끝 지점에서 두 번째 만난 영남길 리본.
정말 귀한 리본이다.ㅎㅎ





어라?
스탬프북이 도장수첩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겉표지 색도 빨간색으로 바뀌어 스탬프함에 가득 들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 기존 쓰던 걸 써야지.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30분경으로 제4구간 석성산길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됨.
이곳에서 에버라인 시청. 용인대역에서 귀가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5길을 이어서 좀 더 걷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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