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가나아트센터 '김병기와 상파울루 비엔날레'展 본문
봄비가 내리는 4월 첫 주말,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를 찾았다. 106세 작고한 최고령 현역 화가 故 김병기 화백 3주기를 맞아 그를 추념하는 귀한 전시가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전시는 2025. 4. 20. 까지다)
가나아트센터는 처음 가보는 곳이라 길 찾기를 이용하여 가장 쉬운 방법을 찾아보았다.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이 나와 있는데 나는 1호선을 타고 가는 거라 아무래도 종로 3가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기에는 환승거리가 길어 시청역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시청역 4번 출구로 나와 서울신문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1711번 버스를 탔다.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 세종로 거리엔 집회로 난리도 아니다. 어제 탄핵결정이 나서 당분간 만이라도 좀 조용하려나 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가나아트와 가나문화재단은 2025년 첫 기획전으로 <김병기와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작고한 태경 김병기(1916~2022)의 3주기를 기념하는 동시에, 김병기가 커미셔너이자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1965년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개최 6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입니다.
전시에는 '김병기의 예술세계'와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 두 가지 주제로 구성됩니다. 먼저 김병기의 대표작 <메타포>를 비롯해, 사라토가 시절부터 말년에 이르는 주요 작품 10여 점을 선 보이고, 형상과 비형상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김병기의 예술 여정을 집중적으로 조망합니다. 또한 제8회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재조명하기 위해 당시 참여작가인 이응노, 김환기, 권옥연, 정창섭, 박서보, 김창열, 김종영, 이세득의 1960년대와 후반기 작품 40여 점을 함께 소개해 시대를 아우르며 전개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 가나아트센터 리플릿
입장료는 일반 3,000원(만 65세 이상 무료)
아래 글은 매일경제에서 본 기사내용(김유태 기자)을 일부 옮겼다. 이 기사를 읽고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를 가게 되었다.
오래 산다고 해서, 누구나 박수받고 떠날 순 없다.
하지만 오랜 삶의 편린 하나하나가 기적적이어서 그저 발자취를 더듬는 것만으로도 숭고한 여정에 감화돼 눈물이 날 지경인 예술가가 있다.
故 김병기 화백이다.
그는 평양 시절 이중섭과 같은 반 '짝꿍'이었고, 일본 유학 땐 김환기와 조우했다. 시인 이상의 장례식에서 고개를 떨궜으며, 훗날 무연고 행려자로 병사한 이중섭의 유골을 뿌린 이도 그였다.
그뿐인가, 젊은 김일성(그 김일성이 맞다)이 찾아와 '자신을 도와달라'며 독촉했으나 38선을 넘어 월남했고, 인민군 치하 서울에서 의용군으로 끌려갔으나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죽음의 모험도 감행했다.
전시 피난선 갑판에서 장욱진과 조우 6.25 전쟁 발발 후 국군을 따라 종군화가로 임했다. 소설가 선우휘와 대동강철교를 복구했으며 작가 박경리와도 깊은 친분으로 교우했다.
1965년 김병기는 서울대 미대 교수로 '현대미술론'을 강의 중이었다. 그해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커미셔너(위원)이자 심사위원을 맡게 된다.
지금이야 한국의 모든 문화가 전방위적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지만, 당시만 해도 전후 혼란을 겪은 지구 반대편 변방의 가난한 나라 한국의 예술가가 국제미술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는 건 상상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병기의 상파울루 비엔날레 심사위원직 수락은 '한국인 최초'이자 한국 화단의 역사적 사건이었고, 그는 브라질에서 한국 1세대 미술작가 8인을 소개하는 공을 세웠다. / 매일경제 김유태기자
김병기 작품 중 메타포(Metalhor), 2018년, 이 그림을 그릴 당시 그의 나이 103세였다.
이응노가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 작가로 선정된 과정도 흥미롭다. 당시 한국관 커미셔너였던 김병기는 젊은 현대미술 작가인 박서보, 김창열, 정창섭을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이후 권옥연과 이세득을 추가했고, 이어서 조각의 김종영 그리고 동양화를 대표하는 이응노를 포함시키며 균형을 맞추었다.
1960년작 구성(Composition)은 상파울루 비엔날레 한국관 브로셔에 수록된 작품으로 이 시기의 이응노의 조형 실험을 엿볼 수 있다. 또한 1964년의 구성은 상파울루 비엔날레 공식 카탈로그에 실린 출품작과 제목, 연도, 사이즈가 일치해 같은 시기에 제작된 연작으로 추정된다.
김환기 <Echo1)의 작품 뒷면에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용 원본 택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 택에는 "Biennial of Sao Pauol"라는 문구와 함께 작가명, 작품 제목, 사이즈, 재료, 가격(보험가), 그리고 작가의 주소까지 기록되어 있어 작품의 역사적 가치를 한층 더한다.
'공연,영화,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노해 사진전 '다른 오늘' (feat. 라 카페 갤러리) (0) | 2025.04.10 |
---|---|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김 정운 (0) | 2025.04.05 |
<싸구려 행복> 가브리엘 루아 장편소설 (0) | 2025.03.05 |
MODA GALLERY <이자벨 드 가네 : 빛이 머무는 곳> (31) | 2025.03.04 |
<나를 잊지 말아줘> 알릭스 가랭 지음 (31) | 2025.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