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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낙동강 걷기 2구간 첫째날(1) 본문

물길따라 떠나는 여행/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걷다

낙동강 걷기 2구간 첫째날(1)

다보등 2009. 4. 30. 10:42

2009년 4월 25일~26일

4월 24일 오후 9시30분 양재역출발

 

지난달에 이어 오늘 드뎌 2구간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선다.

비가 오고 있다. 일요일 오전까지 비가 온다고 했으니 아마도 내일은 우중도보가 될것 같다.

그래 베낭속에 짐이 많다.여벌의 옷도 더 필요하고 우산과 비옷도 넣고 강을 건너야 할 구간이 있는 관계로 샌달까정 ....

지난번 도보때 발바닥에 무섭게 생겼던 물집이 또 다시 생겼을때를 대비하여 수술(?)도구인 바늘이며 대일밴드며.....ㅜ.ㅜ

거기다 개인 수저랑 접시, 컵까지 넣고 보니 가방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어깨에 가해지는 무게가 만만찮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4월 25일 오전 1시30분 네시간을 달려 도착한 숙소에 각자들 알아서 방을 찾아 들어가 4시간남짓 자고 일어나 지난 1구간때 종착지였던

분천역에서 2구간 도보를 시작한다.

 

출발 25일 오전 8시 10분.....

비가 오리라던 예보와는 달리 하늘이 맑다. 걷기에 딱 그만인 하늘과 기온, 바람....기분이 좋다~~

오늘의 목적지인 명호까지는 30km다. 지도를 보아하니 낙동강줄기가 그야말로 구비구비 구절양장이다.

 

 지난번 종착지였던 분천역에 우르르 내려 장비(?)점검하고 서둘러 출발을 한다.

 

 하늘이 약간은 우중충 하다만 앞산에 걸린 구름을 보아하니 비는 오지 않을것도 같고....

밤새 홀로 흘렀을 낙동강물이 우리를 만나 즐거운 비명소리를 낸다. 종일 함께 할 강물.....

 

오늘도 역시 기찻길을 이용한다. 풍애터널을 지나야 하고.....

분천역에서 기차시간을 물어 시간을 맞춰서 터널을 지나야 한다.

 

풍애터널 못 미쳐 재래종 배나무꽃이 한창인 시골집 풍경이 아름답다.

 

풍애터널 입구에서 기차를 만났다.  이제 기차뒤를 따라 부지런히 풍애터널을 지나야 한다. 조금후에 또 하나의 기차가 지나갈꺼란다....

풍애터널은 승부터널의 600m보다  짧은 518m라고는 하지만 서로 팔장을 끼고 맘 단단히 먹고 깜깜한 터널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지난번 1구간때 승부터널에서의 경험으로 이번엔  당황이 덜 된다. 경험이란 중요하다....ㅎㅎ

기적을 울리며 달려 오는 기차(동대구행)에게 손 흔들고 사진도 찍는다.

기차가 지나가자 서둘러 풍애터널로 진입한다.

 

풍애터널을 통과하는데 10분이 걸렸다. 컴컴한 터널과는 달리 바깥은 평화롭다.

철쭉들과 파란물이 한창오른 나무들과 강물이 흥겹다.

 

 

 

또 하나의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 온다. 다행히 터널을 다 빠져 나온 후이다.이번엔 화물열차라고....

기차시간을 미리 알아가지고 와서 적절히 이용을 했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철로주변의 홀로 있는 농가가 한가롭다.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 아름다운 길도 걷고....

 

현동역에 도착을 하여 지난번 승부역에서 일회용커피를 바닥을 내었던것 처럼 현동역에서 또 커피 신세를 진다.

요즘 역장님들은 이렇게 다들 친절하신가?ㅎㅎ 기차길로 왔냐고 묻는말에 모두들 약속이나 한것처럼 "아니요!!"

하지만 역장님이 모르실리가 없지......앞서 지나간 기차에서 무전으로 연락을 했다는 소문이.....ㅎㅎㅎ

 

 

울진 55km....울진이 멀지 않구나...

 

울진방향 국도를 버리고 배나들이 마을쪽으로 내려 간다.

 

배나들이 마을 진입로에 한여울소수력발전소란 표지석이 보인다. 한여울소수력발전소는 1987년 완공된 2400kw급 사설발전소로

이는 봉화군 가정용전기의 1/3정도를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한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후두둑 빗방울이 들자 잠시 소란스럽게 비옷들을 챙기느라 손길이 바쁘다.

 

이천원짜리에서 몇만원짜리까지 우비자랑을 하며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빨강우비 노랑우비 파랑우비......"노래도 하며.....

그치만 비는 시늉만 내다말고....다시금 비옷을 벗느라 걸음이 늦어진다.

 

 

빨간옷이 선명한 아낙의 빨래하는 손길이 세탁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텔레비젼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다.

언덕위 주인을 기다리던 개는 사람구경하기 힘든 이곳에 떼로 걷는 무리에 놀라서 반가움인지 두려움인지 목청껏 짖어댄다. 걷다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개들의 짖는 소리와 몸짓에 두려워서인지 반가워서인지 알게 된다는거....이것도 걷다보면 얻게 되는 산경험이라면 뭐....ㅋ

 

강물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숨가프게 고갯길도 올라야 하고...

 

정성스럽게 일구어 놓은 밭을 보니 농부의 힘들었을 손길이 느껴진다.

그 정성스러움 뒤에 걸으면서 보았던 폐비닐의 신음소리가 들려 마음 한구석이 편치는 않다.

모든걸 충족시킬 수는 없나 보다....

 

몇시간째 걸어도 사람을 잘 만날 수 없는 한적한  임기3리 마을입구에 경북 도교육감 선거 벽보가 웬지 낯설다.

 

임기3리를 지나며 사과나무밑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민들래가 우리의 발길을 즐거웁게 한다.

 

 

군매리마을의 쇠비름이 잔뜩 자라고 있는 푹신한 강둑길을 걸어간다. 앞서 간 도반들의 흔적이 길게 나있다.

 

요즘 보기 힘든 할미꽃이 지천이다.

 

낙동강을 걸으며 간간히 만나는 빈집들....

양지마을의 주인떠난 집앞에 정갈하게 공들여 놓은 밭에는 무얼 심을런지 비닐을 뒤집어 쓴 밭고랑이 길다.

              

 

12시35분....임기리 소천초교 임기분교에 도착을 했다...

교문앞에 냉이꽃밭이 메밀밭을 연상 시킨다.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역시나 찰밥 한덩이와 김, 김치가 전부인 점심이지만 여기까지 메고 온 정성에 감사하며 이렇게나마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영양, 봉화로 갈라지는 31번 국도를 만난다.

 

31번 국도가 이어지는 임기교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길을 잡는다.

 

 

 

 

 소수력발전소 물막이 옆을 지나며 강을 건너야 할 곳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나 걱정을 해 본다.

 

댐하류의 작은 다리는 옛 물알나루 물알리-수하동이란 곳이다.

혹시 저곳을 건너야 하는데 그사이 다리가 생긴건 아닌지....우리끼리 끼득대며 걷는다. 선생님께서 그냥 가신걸 보면 아닌것도 같고...

만약에 저곳을 건너야 하는데 그사이 다리가 생겼다면 틀림없이 뭐라고 한마디 하셨을건데 그냥 지나쳤다는건 도강을 하는곳이 여기가 아닌가벼.....ㅋ

 

 

공윤님의  묵직한 베낭에 매달린 로프라든가 반바지 차림에 도강의 포스가 제대로 느껴진다.

 

드뎌 임기소수력발전소가 보인다. 사람하나 없고 자동차조차도 만나지 못한채 여기까지 왔다. 

발전소아래의 푸른물은 도저히 우리가 건널 수 없는 깊이이지만 위쪽은 물이 말랐다.

 

 

오랜 가뭄으로? 아님 갈수기라서? 암튼 물이 줄어 발에 물을 묻히지 않고 건널 수 있다니 강물을 건널꺼라고 마음 단단히 먹었던 기대가 수그러지고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강건너 법전면 눌산리 물알로 건너 간다. 반바지에 로프까지 준비한 공윤님의 허무함을 달래며....ㅎㅎ

 

못내 아쉬워 물속으로 뛰어든 여전사(?)들...

나는 하지못했지만 모두들 같은 맘으로 박수를 보내고 격려를 보낸다. 하필 이곳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을껀데 용감한 그대들에게

진정으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