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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낙동강 걷기 제2구간 첫째날(2) 본문

물길따라 떠나는 여행/낙동강 천 삼백리길을 걷다

낙동강 걷기 제2구간 첫째날(2)

다보등 2009. 4. 30. 11:53

발에 물을 묻히지 않고도 강을 건널 수 있었음을 안도해야 할 지 어쩔지....마음 한구석이 짠함을 느끼며 걸음을 재촉한다.

길은 없다. 강물이 길을 막아 사람들의 발길을 돌려 세웠으니 제대로 된 길이 있을리 없다. 임기소수력발전소 부근에는 다리도 없고 하여 물이 불면 포기하고

돌아가야 하고 강을 건너도 길이 없었으니 법전면 아름마을에서 명호소수력발전소까지는 길이 없을 뿐만 아니라 험한 벼랑이고 댐구간이라 낙동강변을 따라

산길을 찾아 우회하여 삼동리 합강나루로 내려 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발자취는 없고 오직 모래사장과 풀들 우리들의 거친 숨소리와 걸음을 함께 하는 강물소리만이 맴을 돌뿐이다.

'길위에서 길을 잃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길이다.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길위에서 외로운 걸음을 걸을 뿐이다.

 

물은 쉼없이 흘러 어느땐 소리 죽여 흐르다가 어느땐 큰소리로 괄괄대며 흐르기도 한다.

좋다 좋다~~~쉴새없이 절로 나오는 탄성이 물소리에 묻혀 버리기도 한다.                           

  

손에 닿을 듯 낙동강은 나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걷는다.

길은 없다. 그저 우리가 가는 이 길이 길인 것이다. 찔레에 찔리기도 하고 앞선 사람이 건드리고 간 나뭇가지에 부딛치기도 하며 걷는다.

 

지난 여름 큰물에 떠내려 왔을 비닐조각들이 사람 키를 훌쩍 넘어 메달려 있다.

어수선한 폐비닐의 쓰레기들을 보며 너무나 안쓰럽다.어찌할꼬 이 많은 쓰레기들을.....ㅜ.ㅜ

 

쓰레기와는 상관 없이 강물은 맑디맑다.

이 맑은 낙동강물이 어디쯤에서 부터 그리 오염이 되었을까? 

하류까지 이렇게 맑은 물이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를 만나면서 부터 더 이상 맑은 물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잠시 쉬면서 뒤돌아 본 픙경이 엽서 같다.

쉴새없이 감탄하며 흥분하며 노래한다.

 

길이 없는 이 구간은 제대로 강따라 걷는다는 느낌이 팍팍 난다.

 

풀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거친 바위에 손을 긁히기도 하며 그 와중에 간간히 사진도 찍으며 걷느라 암튼 고생이다.

 

손에 잡힐듯 하던 물길이 잠시 멀어진 길가엔 조팝나무가 한창이다.

잠시 강물이 멀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 간다.

 

걷다보면 자꾸 추월을 당해 후미를 못 벗어난다. 선두는 어떻게 축지법을 쓰는지 도무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나마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 다리 아픔도 발의 통증도 잊을 수가 있다.법전면 눌산리 아름마을 앞을 지나고 있는데 빈집들이 보인다.

 

주인은 떠나고 없지만 마당의 명자나무는 여전히 붉은 꽃을 홀로 피우고 있다. 

 

선두는 언제나 여유롭게 쉬다가 후미가 도착하기가 무섭게 일어 선다.우이씨~~~야속혀~~~ㅜ.ㅜ

강변길은 여기서 끝이 나고 산길로 우회하여 삼동리 합강나루로 내려서야 한다.

 

점점 더 눈에 많이 뜨이는 빈집들....

무성한 풀들이 냉랭한 집안 풍경을 더 을씬년스럽게 한다.

 

주변은 초록으로 화사한 빛을 더 해 가는데 비어 있는 집은 온기를 잃고 허물어져 간다,

사람의 있고 없음이 이렇듯 황량한 모습으로 무서움증을 유발한다.

 

길을 끝없이 이어지고 서서히 지쳐가는 내몸을 달래가며 마음을 단단히 잡는다.

 

 

경북 봉화군 법전면 눌산리 00번지...

마침 오늘이 제사날이라 마당에 불을 지피고 나물을 삶고 있던 주인네가 무더기로 들이 닥친 지친 우리들을 반가히 맞아 주셨다.

물도 마시고 다리도 쉬고 물도 보충하고...이 마을에서 명호소수력발전소쪽으로 갈려면 길없는 길을 가야했는데 아마도 여기서

농로로 가라는 촌부의 말을 들은게 큰 착오였음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주민들이야 우리들에게 자신들도 다니지 않는

그런길을 권하지 않는다는건 너무나 당연한 일....어둑어둑 해는 저물려고 하고... 그러니 안전한 길을 택했는데...그만...ㅜ.ㅜ

 

비닐을 덮지 않은 정갈한 밭고랑이 정겨운 길을 따라 끝이 없을 것 같은 길을 걷는다. 비닐은 덥지 않은 밭에는 무얼 심는 것일까? 한발한발 걷는게 고통인

와중에도 궁금하다. 하지만 물어 볼 여유가 없다. 그저 모두들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다. 말이 없어진 우리들.....

발이 넘 아파서 걷는 걸음이 말그대로 가시밭길이다.

 

 

도대체 이 길은 언제나 끝이 나 종착지에 다다를 것인지.

지루한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도중에 몇몇은 수술(?)을 했단다. 그나마 수술이라도 하니 걷는게 좀 편해졌다고 한다. 수술 할 형편도 못되는 어중간한

내 발은 주인 잘못 만남을 한없이 원망하겠지....ㅜ.ㅜ

 

 

참나무재를 지나 개노리재에서 오늘을 마감을 한단다. 시간이 5시40분. 무려 10시간 가까이 걸었다.37km정도를 걸었다니 정말 많이 걸었다.

 

※법전면 눌산리 아름마을에서 명호소수력발전소까지는 댐이 있어 낙동강을 따라 갈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험한 벼랑이다. 우회하여

삼동리 고개를 올라 다시 낙동강으로 내려갈 예정이었지만 마을(바그내마을?)주민들이 편한 농로를 권하는 바람에 삼동리에서 10km나

떨어진 개노리재로 뒤돌아가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차를 타고 숙박지로 이동하여 내일 아침 명호소수력발전소에서부터 낙동강 걷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숙박지는 명호소수력발전소에서 멀지않은(2~3km떨어진) 낙동강변 명호면 소재지의 펜션이다.

 

개노리재 마을버스정류장에 그려진 그득한 고추를 보아하니 아팠던 발이 언제나 싶게 미소가 번진다.

그곳에 앉아 오늘 수고한 다리를 달래며 앉아 있는 회원들의 화사한 미소가 아름다운 버스정류장이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황안나 선생님이 가져 오신 양주(?)와 초석님의 닭찜으로 뒤풀이를 하며 고단했던 오늘을 마감한다.

 

 

<봉화 소천면 분천에서 법전면 눌산리까지 걸어 온 낙동강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