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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젊은날의 초상"이 그려지는 대진해수욕장을 지나서/동해해파랑길 본문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이 그려지는 대진해수욕장을 지나서/동해해파랑길
영덕군 축산면 축산도-영해읍 사진리 말발-대진해수욕장-고래불해수욕장-울진군 후포면-거일리
지난달 5월29일 축산항에서 네번째의 해파랑길 기행이 마무리되었었다. 6월 5일(일) 일주일만에 다시 축산항을 찾았다.
5월 우리가 축산항을 찾았을땐 축산항에서 축제가 벌어져 항구 전체가 축제분위기로 떠들썩하였었는데 오늘 아침 축산항은 조용하다.
일단 날씨가 너무 좋다. 6월인 것이다.
해파랑길을 만듬에 있어서 신정일선생님과 함께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시는 도의원께서 축산항을 찾은 우리들에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함을 전한다.
축산엔 섬 아닌 섬 죽도가 있다. 죽도는 대나무가 많다고해서 죽도라 했는데 해발 80m 정상에는 하얀 등대하나가 서 있다. 고려시대 이후 왜적
방어선으로 적의 침략시 봉화대의 발화산으로 봉화를 올렸다고 한다. 1935년에 세워진 등대는 망망대해에서 축산항으로 들어오는 어선의 안
내자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죽도는 원래 섬이었으나 일제시대에 메워져 육지가 되었다고 한다.
죽도등대에 오르니 축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며 축산천을 가운데 두고 왼편으로 축산해수욕장이 펼쳐져 있고 오른편으로 축산항이 보인다.
마침 꽁치잡이 배가 들어왔었는지 항구에는 꽁치를 담은 상자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사진리라는 재미난 이름을 가진 마을을 지나며 이젠 눈에 익은 자연스러운 모습의 미역말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어딜가나
동해바닷가를 걸으며 향긋한 미역내가 물씬 나는 작업장을 지나는 일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다. 가만보면 미역말리는 작업은 여자들 일인듯하다.
작업장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들 미역을 자연산이다라고 하는데...어떤걸 자연산이라 하는지는 몰라도 양식장에서 미역을 따다가 이렇듯 해풍에
말리는 탓에 자연산이라 하나 싶기도했다.
어서오십시요 대진3리청년회라는 이정표가 있는 마을로 접어든다. 소나무사이로 방파제의 빨간등대가 보인다.그 아래 바닷물의 푸른 색이 매혹적
이다. 이제 대진해수욕장이 얼마남지 않은 모양이다. 걷는내내 바다는 아름다우나 포장된 도로를 걷다보니 따가운 아침햇살도 버겁고 길도 버겁다.
대진해수욕장은 이문열의 출세작 <젊은날의 초상>의 '그해 겨울'에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그려져 있다.
"내가 대진에 도착한 것은 그날 오후 두 시경 다시 내리기 시작한 진눈깨비 속이었다.
쉴 겸 젖은 옷을 말리느라 읍에서 몇 시간 지체한 탓이었다.
지금은 경상북도에서 몇 안 되는 해수욕장의 하나로 상당히 발전했다고 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대진은 여름 한 철을 제하면 볼 품 없는 포구에
지나지 않았다.더구나 한 겨울의 인적 없는 그 포구는 그대로 유령의 섬과 같았다. 읍에서 그곳에 이르는 마지막 십리 길도 그리 순탄했던 같지는
않다. 진눈깨비로 얼룩진 그날의 수첩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바다, 나는 결국 네게로 왔다. 돌연한 네 부름은 어찌 그렇게도 강렬했던지,”
(중략)
“돌아가자 이제 이 심각한 유희는 끝나도 좋을 때다. 바다 역시도 지금껏 우리를 현혹해온 다른 모든 것들처럼 한 사기사詐欺師에 지나지 않는다.
신神도 구원하기를 단념하고 떠나버린 우리를 그 어떤 것이 구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갈매기가 아니고, 존재가 그 지속을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이문열은 불우한 청년기를 견디고 검정고시를 치러 서울 대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사법시험을 준비하였다. 그러던 그에게 자신의 아버지가
남로당의 고위간부로 활동하다 월북하여 북측 고위간부를 지냈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이 알려진다. 결국 그는 반공이념이 지배하던 당시 연
좌제로 인해 제도권역내에서 자신에게 활동이 허용되는 한 치의 영역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방황한다. 유서와 약병을 상비하고 방황하던
그가 대진해수욕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곳 대진 바닷가에 유서와 자살을 위해 가지고 다니던 약병을 던진다. 대진바닷가는 그가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 곳이다. “진실로 예술적인 영혼은 아름다움에 대한 철저한 절망위에서 시작된다.
‘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은 그런 절망위에서 비롯되었다.” -카페메일참고-
대진해수욕장 달구어진 모래밭을 맨발로 걷다보니 어느새 송천천을 건너며 덕천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총총이 해수욕장이 이어져 있다.
이곳 해수욕장 해안길을 걷다보니 "경상북도수산자원개발연구소"가 있다. 연구소에서 공급하는 해조류는 연안 10m이내의 마을어장에 시설하여
갯녹음 현상 방지 및 전복,성게 등의 먹이, 각종 어패류의 서식지를 확대할 계획이란다. 갯녹음 현상은 해조류 군락이 없어지고 석회조류의 번식
으로 바위 표면이 백색으로 변하는 것이라 한다.
고래불해수욕장이 가까워지며 모터보트의 요란한 굉음이 시원한 여름바다를 예고한다. 아름다운 바닷물, 아름다운 백사장, 시원한 물빛에
매료되어 걷는 발걸음이 자꾸만 느려지고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걷는 묘미에 따가운 햇살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아이마냥 즐겁다.
고래불해수욕장엔 그나마 바다를 즐기러 나온 가족들이 많다.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
모래묻은 발을 대충 털어내고 바람에 햇볕에 말려서 신발을 신고 이동을 한다. 7번국도를 따라 걸어야 하는 관계로 건너 뛰어 후포에서 시작을
하기로 의견을 보고 일단 버스로 이동을 한다. 버스를 타니 암튼 좋다~~ㅎㅎ
후포를 몇백미터 앞에두고 출발에 앞서 나무그늘에 앉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다음 행보를 시작한다. 회원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바닷물이 어찌나 맑고 예쁜지 이후로는 내내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픈 유혹을 견디느라 힘들었다는.....ㅋ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영덕에서 울진으로~~~^^*
후포해수욕장으로 접어들며 후포항의 크기를 가늠해 본다.
경상북도 울진군 남쪽끝에 있는 동해중부해역의 주요 어항이며 꽁치,오징어,고등어,대게,가자미 등 동해안에서 나는 모든 어종의 집산지이다.
항구 주변에 선박모양으로 지은 후포수산업협동조합과 후포수협회센터, 어판장, 후포어시장 등이 있다. 후포항여객선터미널에는 울릉도까지
운항하는 여객선이 2006년 운항이 중지되었으나 얼마전 다시 개항하였고, 항구의 방파제는 감성동,학꽁치가 잘 집히는 이름난 낚시터이기도 하다.
후포어시장에서 각자 나름의 입맛대로 횟거리를 사서 함께 나눠 먹는 시간도 잠시 가졌다. 쫄깃한 오징어회와 멍게, 그리고 이름은 모르겠지만
생선회등을 새콤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과 멋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격식 따위는 없었지만 길바닥에 마구 앉아서 먹는 해찰하는 맛도 기행
의 일부분으로 받아 들이면 좋지 않을까?ㅎㅎ
시골에 나타난 화장품백화점!!
신쌤은 "동동구리미있소?"라고 묻고
쥔장 曰 "여기 있는게 모두 동동구루무요~"라고 한다.ㅎㅎㅎ
평해읍 거일리....도로없음이라는 표지판이 앞을 막는다.
오후 6시40분 오늘 일정을 마치고 "칠보산청소년수련원" 의 숙소로 향한다. 시간상으로는 열시간이 넘는 시간이나 걸은 거리로는 얼마되지 않는
다 한다. 아마도 날씨가 더운 관계로....바닷물이 너무나 아름다웠던 관계로 해찰을 많이 한 까닭이리라. 아무려면 어떠랴 우리가 계획한 하루일
정을 무사히 소화하지 않았는가.....내일을 위해 수련원에서 휴식을 취해야한다. 밤에는 약소하지만 캠프파이어도 하고 운영진에서 준비한 야식
으로 밤분위기를 띄워주니 더 할 나위없는 멋진 야영이 된듯하였다. 모두들 굿나잇~~^^*
해파랑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탐방로로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의 해변길, 숲길,마을길,
해안도로를 잇는 장장 688km의 국내 최장거리 탐방로입니다. <688km를 리수로 환산하면 1720리에 해당 하지만 편의상 1800리로 표기한다>
(사)우리땅 걷기에서는 2011년 장기도보기행으로 정하여 3월부터 12월까지 10회에 나누어 전 구간을 완보할 계획입니다.
"해파랑길"이란 이름은 문화부가 공모를 통해 결정했다고 합니다.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르른 바다색인 '파랑' '~와 함께'라는
조사의 '랑'을 합쳐 '해파랑길'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길은 한지역에서 끝나는 길이 아닌 부산광역시,경상남도,경상북도,강원도를 거치는
길이다. 각 지방단체들의 협조와 협력을 통한 지원이 필요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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