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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서 행복한 섬 '증도'의 모실길 중 1코스 본문
느려서 행복한 섬 '증도'의 모실길 중 1코스
아줌마 네명이서 떠나 온 1박2일의 '증도'여행이 이틀째가 되었다. 어제 내려 올때 비온다는 일기예보가 있긴 하였다. 바람도 심하게 불어 아무래도 날씨가 수상타며 내일은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던 길벗가이드 말이 무색하게 구름이 약간 끼어있긴 하지만 아침하늘이 맑다. 친구들이 아침잠을 즐기고 있는 사이에 홀로 밖으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상쾌하기 그지없다. 깊은 숨을 들이 마시며 산책길에 나섰다.
민박집 마당에서 내려다 본 마을전경. 우리는 어제 오산리에 있는 민박을 이용하였다. 마침 길벗가이드의 숙모님댁이라 하였다. 그나저나 이곳은 웬만하면 이리걸치고 저리걸쳐서 친인척이 아닌 집이 없는듯 하였다.
산책길에 나서 조그만 웅덩이를 지나는데 우렁우렁 큰소리로 우는 황소개구리 소리가 조용한 동네를 들썩이고 있다. 어제밤 우렁우렁 이상한 소리에 처음엔 무슨 소린가 하여 민박집 쥔장께 물어 보았더니 황소개구리라 하였다. 오래전에 단체로 황소개구리 잡느라 야단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자연적으로 도태되고 있다하던데 이곳은 아직 남아 있나보다. 혼자 황소개구리가 우는 농로를 걸으며 내 발자욱 소리에 혹시나... 행여나 길위로 풀쩍 튀어 나올까 은근 겁이 나 발자욱 소리가 나지 않게 살금살금 걸었다. 다행히 튀어 나오지도 않았지만 소리만 들렸지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황소개구리가 울던 웅덩이 건너편으로 우리가 묵었던 한옥황토민박집이 보인다. 리조트나 펜션을 이용할려다 가격도 너무 비싸고 하여 민박을 이용하였는데 이불도 깔끔하고 주방이나 샤워장도 널직하여 우리가 하룻밤 묵기엔 그저 그런대로 좋았다.
어제 집에서 준비해 온 쌀을 씻어 밥(검은 콩까지 넣은 현미밥)을 하고 김치랑 김,오이지로 소박하나마 한상 가득 차려 아침을 먹었다.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정말로 맛나게 먹었으니 말이다. 한공기 하고도 반공기씩 더 먹었다.(남기면 곤란하니까...ㅋ) 그렇게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길을 나섰다.
우리가 묵었던 오산리에서 이곳 바다가 보이는 방축리까지는 15분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우리는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의 길' 1코스를 역순으로 광암나루터방향으로 갈참이다. 방축리에서 1코스 종점인 목넹기까지는 30여분은 걸어가야 한다.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되집어 오면 왕복 한시간은 족히 걸릴 것인지라 포기하고 그냥 증도대교가 있는 광암나루터로 방향을 잡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날씨가 장난아니게 뜨겁구나~~.
출발에 앞서 가지않는 길이 궁금한지라 눈길 한번주며...저 길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면 하트해변이 있다는데 그냥 먼발치서 목넹기방향으로 눈길 한번주고 돌아선다.
걸은지 30여분...처음으로 길안내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한길이라 그리 헷갈리진 않았다.그러나 갈림길에서는 초행자를 위한 길안내가 너무 안되어 있어 참으로 애매하였다. 순방향이 아닌 우리처럼 역방향으로도 걸을 수 있는데...도통 헷갈려서 짜증이 나기도 했다. 퇴약볕에다 그늘도 없는 길에서 말이다~~ㅋ
길가에 고사리가 지천이다. 처음엔 그냥저냥 지나치다 고사리가 자꾸 보이자 어느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고사리체취에 빠져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지체를 하였다. 어찌나 재밌어하고 좋아라들 하는지....ㅎㅎ
들판 한 가운데서 두번째 이정표를 만났는데 이곳에선 참으로 헷갈렸다. 삼거리였기 때문이다. 기존 나있는 도로를 따라 가야할지 참 애메하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순방향에서 오면 길건너에 있는 이정표를 보며 화살표방향으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처럼 화살표방향인 방축에서 오는 이들은 여기서 한참을 헤맸다.
동네가 없어서 사람만나기도 힘든 곳에서 간신히 지나는 주민들 만나 염산포구방향을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기는 길도 없고...뭐할라고 갈려고 하는지 샤뭇 갸우뚱거리며 방향을 알려주었다. 주변에 산불이 났는지 까맣게 탄 나무들이 산자락에 있는 모습을 보며 길을 따라 걷다만난 염산포구....그러나 더 이상은 나아갈 수가 없었다. 염산포구엔 빈배만 메어있고 길은 없었다. 그저 바다로 나가는 뱃길만이 있는 곳이었다. 다시 되집어 나오며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아래 지도를 보면 염산포구 들어 가기전 동그라미친 부분에서 분홍색방향으로 가야 제대로인데 우리는 살짝 왼쪽길로 접어 들었다. 사실 길은 왼쪽길이 바다로 향한 길이라 아무런 표시가 없으니 당연히 그리로 갔다. 분홍색길은 나중에 다시 되집어 나와 지도를 보고 혹시나 하고 접어 들었는데 이 길이 맞은지 어떤지 몰라 불안해 하며 한참을 가다보니 길안내표시가 있었다. 순방향에서 왔다면 어렵지 않았을 길이지만 우리처럼 역방향으로 걷는 이들도 고려해봄이 좋지 않을까요? 살짝 나무에 리본만 메달아 놨어도 헷갈리지 않겠는데....
염산포구에서 돌아나와 아침에 민박을 나서며 담아 온 커피랑 서울서부터 가지고 온 빵을 간식으로 먹으며 잠시 쉬었다. 사실 1코스길엔 그늘이 없는 길이라 걷는내내 힘들었다. 길의 끝까지 그늘이라곤 없는 그런 길이었다. 뜨거운날 걷기엔 고역인 길이다. 어제 길벗가이드가 안내한 길들도 걸어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천년의 숲길 외엔 그늘없기는 비슷하지 싶다.
어렵사리 길을 찾아 걷다 바다를 만났다. 우짜든동 제대로 걷는 것 같아 무진장 반가웠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깊은 산속 임도를 따라 걸으며 내심 불안했다. 다시 되돌아 나가는 불상사가 생기는건 아닌가 하고....간간히 불안감을 해소해 줄 리본이나 표식이 아쉬웠다.
그러다 만난 길안내...어찌나 반가운지....우리는 그럭저럭 염산마을을 지나 구분포로 향한다.
드디어 슬슬 갯벌이 가까이 보이며 이제 이 길도 끝이 보인다.여기까지 걸은 지 3시간정도 되었다. 길이 헷갈리기도 하였고, 고사리 꺽느라 시간을 좀 지체하기도 하였다.
문득 길을 버리고 저편 어제 본 삐비가 지천인 습지로 내려섰다. 길이 없지 싶었는데 그래도 길은 있었다. 포장된 도로를 버리고 이곳으로 내려서서 삐비꽃 군락을 보니 정말 오늘 오전내내 퇴약볕을 걸으며 심히 불편하였던 심기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너무 신나서 일단 한장씩 사진을 찍고....ㅎㅎ
그래도 어제는 길벗가이드가 계셔서 네명이 들어 간 사진을 찍어 주니 좋았다. 오늘은 우리끼리 서로서로 찍어주며 찰칵~~^^
어릴적 길가나 무덤가에서 피기전의 삐비는 봄철 들에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중 하나였다. 지금도 가끔 길을 걷다 삐비를 보기도 하지만 그때의 맛을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그때는 그리도 맛이 있었건만 지금은 영 그랬다. 그 삐비가 이렇게나 군락을 이루고 있다니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을철 억새가 있다면 봄철엔 삐비가 있다. 억새보다 키도 작고 부드럽기까지 하니 참으로 희안한 볼거리 중의 볼거리이다. 처음엔 바닥이 질까봐 걱정을 하였지만 어인일인지 바닥은 말라있었고 우리는 겁도없이 삐비꽃속으로 거침없이 걸어다녔다.
정말 지루할뻔 하였던 길의 끝에서 우연히 삐비군락지로 들어가서 그동안의 지루함을 한방에 날렸다. 그리고 제대로 신이난 우리들은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증도대교를 건너기로 하였다. 사실 너무나 목이 마른데 어디 물을 먹을만한 곳도 없었다. 마침 광암나루터 근처의 논에서 일을 하시던 분에게 매점을 물으니 인근엔 매점이 없단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먹을 물을 내어 주셨다. 염치불구하고 페트병에 절반쯤 들어있는 물을 우리가 다 마셔버렸다. 미안해 하는 우리에게 점심먹으러 집에 갈꺼라 괜찮다 하신다. 물을 얻어 마시고 버스정류장의 위치를 물어 버스를 타고 지도버스정류장으로 갈려고 하였으나 내친김에 증도대교를 건너기로 하였다. 버스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하여서.....
증도다리 입구에 재밌는 조형물이 있는데...영판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같은데 집게발로 담배를 끊고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글쎄 다시 봐도 담배피고 있는 것 같다~~ㅋ
증도대교를 건너자 마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어제 우리를 가이드한 길벗가이드 박종천님(주민여행사 길벗/061-261-6200/010-5005-1868)의 차가 우리앞에 떡 서는 것이었다.응???마침 읍내에 나가는 길인데 우리를 만났다며 버스정류장까지 태워다 주마하신다. 얼마나 반가운지~~기쁘다 구주오셨네!!! ㅎㅎ
덕분에 편하게 지도버스정류장까지 왔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길을 걷는건 알고 있을 것이고 힘들면 전화하라 했지만 전화할 상황이 아닌지라 내쳐 걸었는데 딱 그시간에 우리앞에 나타난걸 보면 참 신기하였다. 다리위를 씽씽 달리며 지나치던 차량중 누군가가 우리가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신고(?)를 했나보다...그래서 버스정류장까지 태워주러 나왔나? 본인은 읍내에 차량정비를 하러 가는 길이라 했지만 글쎄 어떻게 그렇게 시간이 딱 맞을 수가 있냐구~~어쨌거나 저쨌거나 감동의 물결이 증도를 덥치고 있었다.
지도 버스정류장에 도착을 하여 제일 먼저 시원한 맥주로 달궈진 몸을 식혔다. 주변에 있는 정보지를 가져다 바닥에 깔고 편하게 앉아 마시던 맥주의 맛이란 정말 워라고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지도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40분에 한대뿐이다. 우리는 일찌감치 그 버스를 포기하고 아침에 느긋하게 길을 걸었다. 지도에서는 버스가 하루에 한번꼴로 있으니 그걸 포기하고 광주로 가서 서울가는 KTX를 타기로 진작에 정하였다. 우리가 도착하였을때는 시간이 남아서 지도에서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편하게 쉬었다. 그렇게 마음이 푸근할 수가 없었다.
바람이 불어 오는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푹 쉬었다가 버스정류장으로 왔다. 마침 광주가는 버스가 2시50분에 있단다. 우리가 정류장에 들어섰을때 2시 47분이었다. 다음버스는 두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서둘러 버스에 탑승을 했다. 우리가 버스시간을 챙기면서 다녔으면 이렇게 느긋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연히 버스시간은 착착 맞아 떨어졌다. 광주에 도착을 하여 KTX마저도 10분을 남기고 열차를 탔으니 말이다. 시간이 우리랑 딱딱 맞아 떨어져 스릴넘치는 시간여행이었다. 덕분에 광주에서 맛난 저녁을 먹을 작정이었으나 서울에 도착을 하여 9시나 된 시간에 늦은 저녁을 먹어야 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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