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기형도시인의 생가터 본문
광명시 소하동에 있는 기형도 시인의 생가터
빈집 /기형도(1960년~1989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어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광명시 소하동에는 기아자동차공장이 있다. 처음 소하동으로 이사를 와서야 이곳에 기아자동차공장이 있다는걸 알았다.뭐 그리 중요한건 아니다.
나는 소하동으로 작년 여름 8월에 이사를 왔다. 그동안 주변에 산도 올라보고 전국에서 7번째로 크다는 광명전통시장도 가보았다. 언제 광명전통시장도 소개해야겠다. 지난 토요일 전국적으로 세찬 바람과 비가 왔다. 다음날 일요일엔 세수를 한것같은 뽀샤시한 하늘이 정말 아름다웠다.
딸아이와 함께 아파트를 벗어나 주변을 걸어 보기로 하였다.소하동 우리동네랑 친해지기 1단계이다.ㅎㅎ
소하동은 광명시에선 신도시라고 부른다.다른곳의 신도시가 그렇듯이 아파트가 숲을 이룬곳이다. 아파트의 숲을 벗어나 잠시만 걸어도 주변은 온통 들판이다. 잘 뚫린 도로를 달리다보면 궁금하였던 비닐하우스들이 늘어선 길로 접어들었다. 금방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집도 없다. 여기저기 콘테이너박스들만이 이곳이 그래도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라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4월봄날이다. 개나리가 피어있어 봄이구나싶기도 하고...꽃샘추위가 쉽사리 물러나지를 않아 아직은 산빛이 어둡긴 하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다투어 올라오기 시작하는 꽃눈들이며 가지끝에 물이 오른 모습들이 간지러운 그런 얄궂은 봄날이다.
그러다 문득 기형도 시인의 생가터라는 안내문을 만났다.
기형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처음 시인의 이름을 들은건 언젠가 우리땅걷기 신정일 선생님이 들려 주신 '빈집' '안개' 등의 시를 접하면서 처음 그를 알게 되었다.
파고다극장 영화관 한켠에서 그는 죽은채로 발견되었다고 했다.그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그래서 더 그를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도 몇번 그의 시를 대할 기회가 있었다. 가끔씩 만나는 그의 시는 어딘지 어두웠다.
그러나 나는 그를 잘알지 못한다.
뜬금없이 만난 기형도의 생가터. 그가 광명사람인걸 또 처음 알게되었다.
생가터라는 안내문은 있으나 집은 없다. 그 자리에 콘테이너가 대신 서있다. 무슨 공장인듯 보인다. 참 당황스럽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동안 몇군데의 유명인사 또는 시인묵객의 생가를 다녀보긴 하였으나 이렇듯 당황스러운 생가는 또 처음이다.
그래도 이런식으로나마 그의 생가였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어 다소 안심이 된다. 언젠가는 당황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자리를 뜬다.
그의 없어진 집만큼이나 당황스럽게 바로 집옆으로 KTX열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KTX가 지나던 굴다리를 지나니 생판 딴동네로 들어 섰다. 낮으막한 산이 가로막아 밖에선 이곳이 보이지 않는 그런 마을이다.
이곳의 봄도 산수유가 먼저 도착하였다. 사람이 상주하는 동네라기보다 주로 콘테이너를 설치하여 작업을 하는 작은 공장같은 그런 곳들이 있는 곳으로 보였다. 텃밭들이 많은걸 보니 이제 날이 더 따뜻해지면 많이 바빠질 주말농장을 보는듯 하다.
또 다른 굴다리를 만났다. 그 위로 다리가 세개나 연이어 있다. 경인고속도로, 제2경인고속도로,서부간선도로 등등일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런 고속도로들이 지나는듯 하다. 지나 온 마을은 들어 올때도 KTX굴다리를 들어섰고 나오는 길은 또 굴다리를 지나야 했다. 뒤로는 야산이 가로막아 이곳말고는 진출로가 따로 없다. 사방이 막힌 동네다. 이곳을 빠져 나오니 삼천리 도시가스가 나온다. 밖으로 나오니 도로 이름에 일직로라는 표기가 보인다.안양으로 나가는 길이 보이고 광명 KTX역사가 눈앞이다.역사 인근에 있는 코스트코엔 차량들이 줄을 지어 들어서고 있다. 기분좋은 산책을 하였다. 내친김에 이원익기념관까지 한바퀴 돌아 볼 참이다. 이원익? 누굴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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