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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어린 단양의 남한강/한강종주 본문
온달과 평강공주의 전설이 어린 단양의 남한강
2012년 6월 23일
한강종주 4차 이틀째 아침에 사뿐사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제 첫날 일정을 접었던 북벽교가 보이는 영춘에서 다시 시작할 참이다.
촉촉히 내리는 빗속에 출발에 앞서 신정일 선생님이 김지하시인의 시 한편을 읽어 주셨다.
남한강에서/김지하
덧없는
이 한때
남김없는 짤막한 시간
머언 산과 산
아득한 곳 불빛 켜질 때
둘러봐도 가까운 곳 어디에도
인기척 없고 어스름만 짙어갈때
오느냐
이 시간에 애린아
내 흐르는 눈물
그 눈물속으로
내 내쉬는 탄식
그 탄식속으로
네 넋이 오느냐 저녁놀 타고
어둑한 하늘에 가득한 네 얼굴
이 시간에만 오느냐
남김없는 시간
머지않아 외투깃을 여미고
나는 추위에 떨며 낯선 여인숙을
찾아 나설게다
먼 곳에 불빛 켜져 주위는
더욱 캄캄해지는 시간
이 시간에만 오느냐
짤막한 덧없는 남김없는
이 한때를
애린
노을진 겨울강 얼음판 위를
천천히 한 소년이
이리로 오고 있다.(...)
오전 8시 30분 영춘을 출발한다.
영춘교를 건너기전 자욱한 안개속에 잠겨있는 온달산성을 바라본다.
남한강이 보이는 성산의 정상부근을 돌로 쌓은 산성이다. 온달산성은 고구려 평원왕(재위 559~590)의 사위인 온달장군의 이야기가 이 지방에 전해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구려 온달장군이 신라군과 싸우다 전사했다고 전해지는 산성이다. '성산고성(온달산성)'이라는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확인할 수 있을 뿐 축성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영춘교를 건너자 왼편으로 난 둑방길엔 개망초가 흐드러졌다. 어떤 화려한 꽃보다 더 화려하게 피어있는 모습이 비와 안개와 개망초가 도반들의 알록달록 우산과 겹쳐 꿈길처럼 아름답다.
내 마음의 유월은
망초꽃이 피는 계절
먼산에서 뻐꾸기 느리게 울고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자리에
지천으로 망초꽃이 핀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사랑이 머물다 간 폐허 위에 피는 꽃
유월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망초꽃을 따라 흘렀다.
산모퉁이 옛 절터였을 것이다.
쓰러진 농가의 마당이었을 것이다.
어두워져가던 저녁 강변이었을것이다.
망초꽃이 핀 자리는 향기도 없이 허전한 이야기만 가득하다.
해산령 너머 오랑캐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파로호 골짜기
적막한 산중에 뻐꾸기 울고
망초꽃이 피어서 서글퍼지는 날
망초꽃을 찾아 떠도는 나그네 몇이
그리움처럼 머물다 간다. - 망초꽃 / 이형권
강 건너편엔 온달국민관광단지가 보인다.
한석소수력발전소
군간교
군간교 아래로 사이곡천이 남한강에 합류한다.
단양 향산리 3층 석탑/보물 제405호
신라 눌지왕 19년(435)에 묵호자가 깨달음을 얻은 이 곳에 향산사를 처음 건립했는데 묵호자가 죽은 뒤 제자들이 탑을 건립하고 그의 사리를 모셨다. 향산사는 임진왜란 때 불타 버리고 3층 석탑만 남아 있다. 1935년 도굴꾼에 의하여 사리가 없어지고 넘어져 완전 해체된 것을 향산리 주민들이 다시 세웠다. 신라 석탑 양식을 따랐으며 대작은 아니지만 단정한 조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구인사박물관앞에 있는 '금강식당'에서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많은 관광버스들과 승용차들,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이었다.
관광지라서인지 만족도가 떨어지는 그저 그런 산채비빔밥이었고, 다시 오후 기행이 시작되었다.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
(사)우리땅걷기에서는 1300리 길 한강종주를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을 하였고 12월까지 이어질 한강따라 걷는 여정에는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강의 물줄기 태백시 검룡소에서 시작되어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에서 강으로서의 생을 마감한 후 서해로 들어가는 한강의 긴여정에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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