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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비바람을 뚫고 피레네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비바람을 뚫고 피레네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다보등 2020. 7. 21. 22:35

2018년 5월 12일

생장에서 묵은 숙소는 17유로에 아침 1유로였다. 커다란 바게트를 잘라 잼을 바르고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오전 6시에 생장을 출발하였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두운 골목길을 걸었다. 이제 본격적인 산티아고순례길 시작인 것이다. 어찌 흥분되지 않을소냐! 마치 구름빵을 먹은듯 몸이 공중으로 자꾸 떠올라갈 것 같았다.

 

어두워서 이정표 글씨가 보이지도 않았다.

산티아고순례길에 8명의 지인들이 함께 했다. 걷는걸 좋아하는 걷기 달인들이다.

제일 연장자인 뚝배기님은 순례길이 벌써 5번째이다. 어마어마한 이력을 가진 우리의 대장인셈이다. 든든한 유경험자가 있으니 정말 큰 힘이 되고 좋았다. 그러나 유경험자라는 함정(?)이 있을줄은 정말 몰랐다.나중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런지 어쩔지는 모르겠다.ㅎㅎㅎ

생장을 출발하여 조금씩 산을 오르다보니 안개가 점점 짙어지기 시작을 했다.

이른아침이라 안개가 심한가 하는 마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도 안개는 걷힐 기미는 안 보이고 완전 시야가 확보가 안되었다.

안개속을 걸어 오리손 산장에 8시20분에 도착을 하였다. 커피 대신 핫초코를 마셨다. 에너지가 필요한 것 같아서리...

오리손산장은 생장에서 7km정도 거리에 있는 산장으로 규모가 작아서 예약 필수이란다. 그러나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간다고.

안개가 비가 되어 비옷을 입고 출발을 하였다. 고도가 높아지며 빗줄기가 세지고 바람도 거세다.

정상 부근에서는 우박이 쏟아졌다. 손등이 아플 지경이었다.그 와중에 손도 시리다. 여기는 한겨울인가 싶을 정도였다.

역시 해발 1,400m가 넘는 피레네산맥을 넘는다는 건 그리 만만한 길이 아니었나보다.

피레네산맥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이루는 산맥이다.

1807년 나폴레옹의 부대가 이베리아 반도를 침공할 당시 이 루트를 이용했다고 하여 나폴레옹루트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출발할 때는 안개속이라서, 고도가 높아지며 비비람속을 걷느라 주변 풍경은 하나도 볼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도 카메라앞에선 스마일~~

비가 계속 오니 어디 앉아서 점심먹을 새도 없이 주구장창 걸었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왔다는 중년의 한국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손을 떨며 어제저녁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먹을 것을 구했다. 우선 급한대로 사탕부터 꺼내서 먹게 하고 물을 나눠주었다. 별 준비없이 나선 산티아고길 ,위에서 첫날부터 혹독한 시련을 견디고 있었다. 그러나 함께할 수 없어 뒤에 오시라하고 헤어졌다. 며칠이 지난 후에 다른이들에게 들어보니 산티아고길을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다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도전하겠다며. 그래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또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길이기도 한 만만한 길이 아닌 산티아고순례길이다.

생장에서 론세스바예스까지 25.6km, 7시간 걸려서 오후 1시 론세스바예스에 도착을 하였다. 기진맥진...

많은 순례자들이 속속 도착을 하고 침대를 배정받기 위해 줄이 길었다. 순례길에서의 숙소는 거의 대부분 도미토리이다.

적게는 서너명, 많게는 수십명이 한꺼번에 잠을 자는 곳도 있었다.

 

종일 빗속을 걸어 오느라 온 몸이 꽁꽁 얼었다. 침대를 배정받고 샤워하고 나니 몸이 풀린다. 오후3시반이 넘어가며 배가 고프다. 저녁시간은 7시인지라 우선은 낮에 미쳐 먹지 못한 바나나랑 크로아상을 다같이 나눠 먹었다.

 

숙소10유로, 저녁 순례자메뉴 12유로

두가지 메뉴, 치킨과 생선 중 하나, 와인 기본제공

 

그렇게 오랫동안 벼르고 벼르던 산티아고순례길이었건만 첫날부터 비바람속을 걷느라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었다. 피레네산맥의 아름다운 경치를 찬양하는 글을 많이도 보았건만, 경치는 고사하고 그저 비바람을 피할 곳도 없는 막막한 길을 쉬지도 못하고 걸었던 기억만 남았다. 첫날부터 빗속을 걸은 탓인지 34일 순례길 중 거의 절반 이상을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암튼 오늘 비바람치던 피레네산맥을 넘어 오느라 지친 첫날, 일찍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