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푸엔테 라 레이나에서 에스텔라/산티아고순례길 5일차 본문
2018년 5월 16일
오전6시20분, 출발전 일행들은 둥글게 서서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고 출발을 하곤했다. 찌뿌드한 몸이 가벼워진 느낌. 모처럼 맑은 아침이다. 조금 걷다 뒤돌아보니 동녁 하늘이 붉게 밝아온다. 서쪽으로 걷는 여정이다보니 종일 해가 뒤쪽에 있어 덜 피곤하다. 그러나 이렇게 해가 뜨는걸 봐야 하는 날은 뒤돌아보며 감탄감탄! 역시 오늘도 온갖 꽃들이 지천인 길을 걷는다. 순례길을 걸으며 인생이 어쩌고 과거와 미래가 어쩌고 깨달음을 얻게 되는 사색의 길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저 아름다움 풍경과 꽃들에 눈맞추며 걷는 길이다. 산티아고순례길 34일 여정 중 이제 5일차. 걷기도 벅차고 바쁘다. 한낮으로 가면서 덥다. 그동안 벗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겉옷을 벗고 얇은 바람막이로 걷는다. 며칠 사이 얼굴을 익힌 있는 한국인과 서양인들과 쾌활하게 올라! 부엔까미노!를 나누며 힘차게 걷는다. 오늘은 컨디션도 좋다 비오지 않는 맑은 날씨탓인듯.
이른 아침 걷다가 처음 만난 문을 연 바르에서 빵과 커피(1유로, 걷는 내내 어떤 바르에서든 정말 맛있는 우유를 넣은 카페콘레체)로 아침을 먹고 다시 걷고, 점심엔 햄버거와 맥주 한 잔.
열심히 걸어 4만보가 넘을 무렵 에스텔라 공립알베르게에 도착하여 크레덴시알에 도장찍고, 방배정 받고(이때 아래층 침대를 받기 위한 눈치작전ㅋ 그러나 대부분 순서대로 배정해 준다),침대시트를 받고 6유로 지불. 샤워하고 빨래하고 햇볕과 바람좋은 마당에 넌다. 마트가서 장을 봐서 저녁을 해먹었다. 소고기, 삼겹살, 와인, 맥주,우거지된장국,고추피클, 내일 먹을 주먹밥 만들고, 잠시 마을구경~
잠자기전 발에 바셀린 바르고, 아침 출발전 다시 한 번 더 바셀린을 발라준다. 그래서인지 34일간 걷는내내 물집이 잡히지 않았다. 고마운 일이다.
모처럼 맑은 아침, 해가 뜨는 분위기도 감상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5일차 아침!
큰 도로가 지나는 고개를 넘다보니 펜스에 수많은 나무십자가들이 진풍경이다.
주변에 작은 나무가지를 주워 나도 어설프나마 십자가를 만들어 공백을 채웠다.
서쪽으로 향하는 까미노길, 아침 그림자는 길~~다.
양귀비가 곳곳에 정말 많아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던 꽃들중 하나이다.
액자같은 모습의 풍경에 매료되어 힘든 것도 잊게 만드는 까미노 길.
푸른 밀밭 넘어 보이는 마을은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이지만 가도가도 저 멀리에, 멀어도 너무 먼 마을이었다.
가리비 표식이나 노란 화살표만 따라 가면 된다.
날씨가 정말 아름다웠던 5일차.
간이매점이 있어서 순례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메고 다니기 무거운 과일을 길에서 사서 먹을 수 있으니 참 좋았다.
순례길 800km중 남은 676km를 걸어가면 된다.ㅋ
한국에서 출발할 때 챙겨온 생수병, 마을마다 있던 식수대에서 물을 채워 다녔다. 울나라 생수병이 가볍고 튼튼하다.ㅋㅋ
파란 밀밭과 노란 유채밭을 걷는 순례자들
볕 좋은 마당에 빨래를 해서 널어놓으면 금방 말라서 뽀송뽀송.
오늘은 침낭도 햇볕에 널어 소독을 했다. 기분좋은 날~!
에스텔라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원시원한 강물, 마을이 제법 크다.
대부분의 알베르게에는 주방을 이용할 수 있다. 처음 며칠은 매식을 하였으나 아마도 이때부터 저녁을 거의 해먹었다. 저녁을 하면서 다음날 먹을 점심을 간단한 주먹밥을 만들기도 하였다.
종일 걷기 때문에 계란을 사서 삶기는 기본이다. 매일 삶은 계란 1-2개, 바나나 1개, 야쿠르트, 빵 등을 전날 슈퍼에서 사서 배낭에 넣고 다니며 간식겸 식사대용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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