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아헤스-부르고스 23km/산티아고순례길 13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아헤스-부르고스 23km/산티아고순례길 13일차

다보등 2020. 10. 9. 23:13

2018년 5월 24일  6시 출발.

차분한 아침, 안개 자욱한 아침...

삼십분쯤 걸어 생각지도 않게 이른 시간에 문을 연  Bar에서 카페콘레체와 어제 저녁에 남겨 둔 빠예야(식당에서 먹었던)를 아침으로 해결했다. 여전히 안개 자욱한 그 길을 걸어 은근한 오르막의 정상에 오르니 커다란 십자가가 서있다. 십자가 주변에 돌들을 많이 올려 놓았길래 나도 돌 한 개를 올렸다. 완만한 내리막 아래 광활한 평원을 끝에 작은 마을을 지나 부르고스를 향하는 길은 도로하고 나란히 걷게 된다. 부르고스 외곽에 들어서니 공장지대랑 자동차관련된 창고형 건물들과 이리저리 엮힌 도로가 정신 없다.

계속 그런 길을 두어시간을 걷는다. 외곽에서 신도시를 지나고 구도심으로 이어지는 길은 너무 지겹고 힘든 길이다. 버스타고 훅 지나갔으면 싶은 그런 재미없고 지루한 도심을 다 지나야 우리가 원하는 알베르게에 도착을 한다. 산타 마리아 대성당이 있는 일명 부르고스 성당으로 유명한 도시란다. 고생스럽게 찾아간 알베르게는 규모도 크고 시설도 아주 좋다. 우리는 배정받은 각자의 자리에 배낭만 던져놓고 우선 점심 먹으러 나갔다. 성당 광장에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걸 보아하니 스페인에서 3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는 부르고스성당의 유명세를 알겠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성당은 나중으로 돌리고 점심이 우선이다. 만만한 중식당에서 8인코스로 요리를 먹었다. 지난번 팜플로냐에서 먹었던 중식과 비슷하다. 돌아오는 길에 성당구경을 했다. 순례자는 할인가격으로 4.50유로이다. 자세한 설명을 알 수 없어 아쉽긴 했으나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이다.

오늘 걸은 23km는 초반에 아름다운 길도 걸었지만 거의 대부분 부르고스 외곽지대를 공장지대와 도로를 걷는 길이라, '부르고스'하면 너무나 지루하고 힘든 순례길로 기억될 것이다. 그에 대한 보답인지 알베르게는 그동안 거쳐온 어떤 곳보다 시설짱! 가격짱(5유로)이다! 그러나 조리시설이 없어 해먹을 수는 없다. 대신 전자렌지 등은 있으므로 데워 먹는건 그런대로...

내일부터는 나랑 동현언니는 동키서비스이용을 그만하기로 했다. 사실 동키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일행들이 동키서비스를 작정하고 온 탓에 덩달아 순례길 초반에 정말 힘들 때 요긴하게 이용을 잘한 것 같다. 동키서비스는 좋은 서비스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힘들 때 가끔 이용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그래서 배낭에 짐을 최소화해야 함이다.

 

이른 시간에 문을 연 Bar가 있어 커피랑 빠예야(는 어제 저녁에 먹다 남은)로 아침을 해결했다.

 

 

자욱한 안개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산자락을 오르며 철조망 울타리 안쪽에 안개속에 양들이 모여 있었다.  양을 보기전에 냄새로 먼저 알아챘다는...

 

떡갈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완만한 언덕을 올라 정상에 오르면 눈앞에 나무로 만들어진 십자가상을 만난다.

많은 돌무더기 한켠에 나도 돌 하나를 올렸다.

십자가상을 지나니 광활한 평원이 눈 아래로 펼쳐져있다.

아침 해는 언제나 등뒤쪽에서 비추니 우리는 그림자놀이를 하며 이름모를 아름다운 꽃길을 걸어 내리막을 따라 평원속으로 걸어 간다.

 

자칫하면 순례길이 고행길, 내가 덜 힘들려면 짐은 최소한으로 해야한다.

 

공장지대의 어수선함과 고속도로가 주는 소음을 견디며 대도시 부르고스 입구에 진입을 하였다.

그러나 적당한 알베르게가 있는 곳까지는 도시의 반대편까지 중심부를 통과하여야 하며 거리는 4km가 넘는다.

너무 힘들었던 부르고스...

 

힘들게 부르고스에 도착을 한 보상으로 알베르게는 짱 좋았다!

 

자전거순례자들을 위한 자전거 거치대
넓고 쾌적한 식당, 취사는 안되지만 전자렌지는 있다.

 

점심을 중식으로 잘 먹은지라 마트에서 샐러드 재료를 이것저것 사서 저녁으로 해결

부르고스 중심부를 지나 산따 마리아 대성당 인근의 알베르게에 도착을 하였다. 시설도 좋고 규모도 크다.

부르고스는 까미노를 위한 도시라고는 할 수 없으나 중세부터 여러 가지 산업이 발전했던 도시로 순례자를 위한 모든 서비스가 잘되어 있는 도시라고. 884년에 아르란손 강변의 언덕에 만들어진 마을은 1035년 까스띠아 왕국의 건설과 1075년 주교 교구의 이동으로 점점 커다란 도시로 모습을 바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