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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세상의 끝 피스테레 Fisterra/산티아고순례길 35일차 본문

해외 트레킹/산티아고순례길 800km

세상의 끝 피스테레 Fisterra/산티아고순례길 35일차

다보등 2021. 2. 17. 08:06

2018년 6월 15일

성모발현지 묵시아를 떠나 30여 분을 달려 Fisterra에 도착을 하였다.

우리는 피스테레의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활짝 웃는 얼굴로 접근을 한다.

숙소가 필요하면 자기네를 이용하라면서 명함을 나눠준다. 피스테레의 무니시팔 알베르게는 산티아고에서 예까지 걸어온 순례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다.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 숙소이다. 미리 예약된 숙소가 없었으므로 친절해 보이는 아주머니네 숙소를 이용하기로 하고 그녀를 따라 갔다. 집은 깔끔한 삼층집이었고 층마다 주방 하나와 세 개의 방이 있는 구조로, 7명인 우리 일행들은 이층의 방 두 개와 삼층의 방 한개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방도 깨끗하고 주방이 넓직하여 아주 맘에 들었다. 이곳에서 이틀을 묵기로 하고, 서둘러 제로 포인트가 있는 땅끝으로 갔다. 여기까지 걸어오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으나 오래 담아두지 않기로 하였다.

0.00km라고 적힌 돌비석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대성당에서는 덤덤하더니 제로포인트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는 건 뭔일인지...

제로포인트에서 배낭과 스틱, 신발을 벗어놓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절로 환호성이 나왔다.

"야~~~!!! 해 냈다!! 해 냈어!!! 감사합니다!"

푸른 대서양을 바라보며 예까지 무사히 오게됨을 감사와 기쁨을 나누었다.

순례자들이 이곳까지 걸어와서 신발등을 태우며 새로운 다짐을 하던 그을린 자리를 보며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지금은 태우는 모든 행위가 금지되었다. 커다란 청동신발앞에서 대서양 바다를 보니 그동안 걸었던 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피스테라마을로 돌아와서 해산물 위주의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이 곳에서는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로 하였으나 숙소의 주방이 너무 홀륭하여(? 그동안 알베르게 주방만 보다보니), 주방을 놀리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장을 봤다.

 

밤 9시반에 일몰(정말 해가 늦게 진다)을 보기위해 다시 제로포인트가 있는 등대로 올라갔다.

걸어 오르다보니 해가 설핏 지기 시작을 한다. 서둘러!!

종일 날씨가 썩 좋지 않은 날인지라 일몰은 그닥 훌륭하지 않았으나 순례길의 끝자락에서 대서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런 멋진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으니 감동이었다. 그래 결코 쉽지 않은 경험이다. 붉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숙연해졌다. 세상엔 감사할 일들이 너무 많다. 매사 감사 표현에 서툴지만 앞으로든 마음속에 담아 두지말고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마을로 돌아와 맥주 한 잔하며 그동안의 순례길 이야기에 시간가는줄 모르게 담소를 나누다보니 자정이 다 되어간다.

이런 늦은 시간임에도 광장에선 음악소리며 떠들썩하는 소리로 무슨 행사가 한창이다. 음악소리에 이끌려 잠시 구경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긴 하루를 보냈다...

 

산티아고순례길을 무탈하게 걸어 예까지 올 수 있었음에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0.00km제로포인트!!

순례길의 조력자(?)중 하나인 나의 신발과 배낭, 스틱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는 시간~~!ㅎㅎ

산티아고순례길의 공식적인 종착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지만 피스떼라 0.00km 세상의 끝에서 느끼는 감동도 그 못지않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울컥하는 마음으로 나를 쓰담쓰담 하게 만들었던 곳이다.

피스떼라는 지구가 둥글다는 걸 모르던 시절 로마인들이 세상의 끝이라고 믿었던 곳이다. 실제로는 스페인의 땅끝이지 유럽 대륙의 땅끝은 아니라고 한다. 유럽 대륙의 땅끝은 깍아지를 듯한 해안절벽이 일품인 그리고 거센 바람으로 기억되는 '호카 곶'으로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있다.

 

세상의 끝을 지키고 있는 등대

 

신발이나 순례길에서 함께 했던 물건들을 태우는 의식을 행하던 그을린 자국이 남아있는 곳에 커다란 청동신발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은 태우는 행위가 금지이다.

피스떼레의 어촌 마을 풍경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한 후 오후 9시반에 제로포인트로 다시 올라갔다.

세상 끝에서의 일몰.

종일 날씨가 흐렸으나 대서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었다.

어디서건 일몰을 수없이 보았고 감탄도 하였으나 산티아고순례길을 마치며 제로포인트에서 맞이하는 일몰은 다른 의미로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