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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부얼진 가는 길, 해바라기밭에서의 추억 본문

걸어서 세계속으로/정통 실크로드 신장자치구

부얼진 가는 길, 해바라기밭에서의 추억

다보등 2021. 7. 27. 07:24

2014년 8월4일

우리는 알타이시를 떠나 부얼진으로 행했다. 도로변 양쪽으로 해바라기밭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해바라기밭을 보며 거침없이 달리는 차를 원망하며 너나없이 창에 이마를 대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갑자기 차가 멈추었다. 오잉?

우리의 인솔자인 케이씨가 난감한 표정으로 양해를 구했다. 숙소에 여권을 두고와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숙소에 묵을 때 모두의 여권을 맡겼다가 퇴실하면서 여권을 되돌려 받아야 하는데, 세상에나 만상에나!!

글쎄 그걸 깜밖했다는 거다. 

잠시의 소란 후에 그럼 우리를 여기 내려놓고 갔다오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우리는 그 틈에 해바라기밭에서 놀고 있겠노라고. 세상에나 이런 기막힌 기회가 또 있을 수 있겠나 싶었다. 다들 감격에 가까운 기쁨을 대놓고 드러냈다. 

그렇게 해서 느닷없이 한 시간가량 해바라기밭에서 백양나무 그늘에서 한도끝도 없이 즐겼다. 그 와중에 해바라기 꿀을 따는 양봉업자를 만나 즉석에서 해바라기꿀을 구입하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다는.

 

알타이시를 벗어나며 그네들의 공동묘지가 나타났다. 낯선 풍경이다. 

그러면서 끝도없이 이어지는 해바라기밭.

야아~~~!!!

탄성과 한숨이?

이 멋진 곳을 스쳐지나가는 안타까움에.

 

 

여권을 찾으러 가는 버스를 보내고 우덜은 해바라기밭으로.

그의 실수가 우리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해바라기밭을 스쳐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이 환호성으로 바뀌고.

 

 

누군가가 도로 건너편 해바라기꽃밭에서 양봉하는 가족을 찾아냈다.

소문(?) 듣고 너도나도 우르르~~

가족인 듯한 이들은 느닷없는 사람(?)들이 나타남에 적잖이 놀라워했다.

 

 

대박!

갑자기 또 누군가가 꿀을 살 수 없냐고 물었다. 담아 줄 병이 없어서 안된다고 했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생수병의 물을 쏟아버리고 거기에다가 꿀을 덜었다. 정말이지...기발한 생각들이었다. 500리터 생수병 한 병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싸다 싶은 가격이었던 것 같다(500리터 생수병에 4천원 정도?). 더군다나 거스름 돈을 생각해서 아구가 딱 맞게 셈을 해서 꿀을 추가로 더 산것 같다.

양봉가족들은 생각지도 않은 꿀 판매로 대박이었을 것이다. 

 

해바라기꿀은 연노란색으로 생각보다 묽었다. 시간이 지나면 점성이 높아진다고.

지금 이 사진과 글을 적으면서 그때의 일들이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절로 미소가 인다.

그날 다들 아이처럼 즐거워했더랬다.

느닷없는 사람들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느닷없이 꿀을 엄청 사갔으니 저들도 이게 꿈인가 싶었을 것 같다.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상황이 연출되었다는 게 너무 재밌고 신나는 일이었다.

 

 

 

금방 채취한 해바라기꿀은 묽어서 음료수처럼 마시기도 하였다. 

갑자기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너른 해바라기밭에서 금방 짠 꿀을 먹는다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우리는 흥분되는 체험을 한 탓으로 되돌아온 버스를 타고 가면서 오래도록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