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그래도 아직은 벌초를 해야지 본문
지난 주말이 벌초하는 날(음력 8월 첫 번째 주말)이라 아들이 지 아빠를 대신해서 고향에 내려갔다.
예전엔 당연히 남편이 갔었으나 언젠가 부터 나이 든 어른들은 벌초에서 제외된 지 오래되었다.
시댁(시아버님, 시어머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이 있는 동네는 집성촌이라 아랫마을 윗마을 전부 일가들이라 만나면 할배,할매는 기본이고 아저씨이고 아지매였다. 처음 결혼하고 시골에 갔을 때 웃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절하느라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누가 누군지 기억하는 것도 몇 년이나 지난 후 구별이 되었다. 조카며 사촌들이 시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랬던 곳이 지금은 나이 든 분들만 계신다. 빈집도 흔하다.
신혼 초 시댁엘 가면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불을 때는 부엌도, 문지방이 낮아 걸핏하면 이마를 찧고 하던 한옥 구조도, 일일이 인사를 해야 하는 어르신들이 많은 시댁 동네가 신기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였다.
벌초하는 날이 되면 고향에 가서 부엌일을 도우며 아들을 업고 벌초하는 걸 보았다. 아이가 조금 자라서는 아빠나 아저씨들 뒤를 쫓아다니며 벌초하는 걸 보고 자란 그 아들이 장성하여 요즘은 아빠 대신 벌초를 하러 간다.
이번엔 손자도 함께 갔으니 훗날 손자가 예초기를 잡게 될런지 모르겠다.
그때도 후손들이 조상 묘를 찾아 벌초를 하게 될까?
예전엔 벌초하는 날 도시에 나가 있던 가깝고 먼 친인척이 모여 추석을 앞두고 미리 작은 명절 분위기였다. 한 집에 한 명씩만 참석하면 된다지만 것도 옛말이고, 요즘은 벌초하러 오지 않는 이들이 태반이다. 젊은 사람들은 죄다 도시로 나가고 나이 든 사람만 남아 벌초하는 일도 힘들 것이다. 가만보면 해마다 오는 사람만 오는 것 같다. 벌초하러 가는 자손들 중에 우리 아들이 가장 젊은(어린) 자손인 셈이다.
예전의 시끌시끌, 화기애애한 모습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오래전에 시골에 계신 분들이 이래저래 힘들다고 선산에 있는 묘들들 전부 정리하여 가족 납골당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그것이 또한 그리 쉬운 일은 아닌지라 흐지부지 세월만 흘렀다.
'가족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우리 엄마 (35) | 2022.10.03 |
---|---|
소래포구에서 대하 먹고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31) | 2022.09.15 |
손자의 특별한 방학 수업 (18) | 2022.08.05 |
엄마, 건강하셔야 해요 (14) | 2022.07.27 |
친정엄마와 친정나들이 (0) | 2022.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