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야간 침대 열차를 타고 아스완으로~ 본문
2023년, 1월 5일, 오후 4시 54분, 알렉산드리아를 떠나 카이로로 돌아가는 길에 해가 지고 있었다.
처음 카이로에서 알렉산드리아로 갈 때는 너무 피곤하여 내내 잤다면, 오늘 다시 카이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
멀리 이집트 피라미드가 보인다. 큰 것 두 개와 작은 것 하나...
카이로 기자지역에 있는 것으로 우리가 아는 그 피라미드가 저곳이라고 한다.
나중에 둘러볼 곳이지만 이렇게 석양이 지는 시간에 차창으로 먼저 만나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셀레이고 흥분되었다.
카이로 시내로 들어서며 석양은 더욱 붉게 타올랐다.
머나먼 남의 땅에서 노을을 보니 마음이 스산하였다.
카이로에서 남부 도시 아스완까지 가는 방법은 비행기, 기차, 고속버스. 미니버스 등 다양하다. 우리는 기차를 이용하여 아스완으로 간다. 아스완으로 가기 위한 기차역은 람세스역과 기자역 두 군데이다. 이집트 정부의 권고에 따라 보통 개인들은 람세스역을 주로 이용하고, 단체 여행들은 기자역을 이용한다고 한다. 같은 기차인데 람세스역을 출발한 기차가 기자역에도 정차한다. 우리가 이용할 기차는 침대열차로 보통 12시간이 걸린다고.
역으로 들어갈려면 검색대를 통과하여야 했다. 그렇게 기자역내로 들어서니 현지인들과 여행객들로 난리 북새통이었다. 역안에서는 이동을 하여도 괜찮으나 역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기차는 수시로 들어오고 또 지나갔다. 머리 위로는 전철도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역시 이집트 수도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카페테리아에서 편안하게 앉아 기다릴 수 있었다. 나중에 자리값으로 음료수($3)를 하나씩 주문하는 것이 관례란다. 음료값은 단체 경비에 포함이었으나 부산에서 혼자 왔다는 분이 음료값을 지불하였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동안에 배달 되어온 한식도시락!!
별별 다양한 반찬들에 맛있기까지 하였다. 양도 많아서 도시락 하나를 둘이 먹어도 될 정도였다. 도시락에 대해 별 기대도 없었으므로 그저 그런 도시락이거니 생각을 하였는데, 일단 열어보고 다양한 반찬들에 잠시 놀랬고, 먹어보고 다들 칭찬 일색이었다. 나중에 여행 말미에 카이로 다시 왔을 때 이용하게 될 한식당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게 되었다.
반찬들은 종류가 많았는데 그러나 반찬들이 하나같이 맛이 있었다. 아직 비닐을 풀지 않은 국은 김칫국인데 완전 엄지 척 이었다. (나중에 여행 말미에 식당에 들른 우리 일행들은 김칫국을 몇 번씩이나 리필을 했다). 음식 양이 많았으나 아까워서 다들 남김없이 먹는 분위기였다. 2인분 같은 1인분 도시락이었다.
여러 대의 기차들이 지나가고 오후 8시쯤 우리가 타고 갈 기차가 정차를 하였다.
2인 1실 객실은 아래 의자를 접어 어찌어찌하면 침대가 되었고, 이층은 벽면에 베이색의 나무판을 위로 올리면 이층 침대가 되었다. 이런 것들은 역무원이 와서 일일이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아침에 침대를 접는 것도 요청하면 와서 해준다. 베개나 이불도 깨끗한 커버로 마무리를 하여 상태가 괜찮았다.
객실 내부에는 작은 세면대가 있어서 양치나 세면에는 문제가 없었다. 객실 끝에 화장실이 두 개 있었고 낡은 변기였으나 일회용 변기 덮개 비닐도 있었다. 나름 청결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룸메(언니)가 아래층을 쓰게 하고 나는 이층을 사용하였다.
나는 그동안 여행 중에 인도에서나 중국에서 몇 번의 야간열차 경험이 있었으나 이집트에서 침대열차는 또 다른 형태였다. 사실 2인 1실 열차는 처음이다. 매번 4인 1실이던지 또는 6인 1실인 침대열차를 이용했더랬다. 그러니 이집트에서 2인 1실 침대열차는 (처음인 분들은 불편했겠지만) 내 경험상 괜찮은 침대열차였다. 이제 기차는 밤새 나일강을 끼고 달리고 달릴 것이다. 비행기로 카이로에서 아스완으로 쓱 날아가는 여행사들도 많던데, 것도 좋지만 이런 열차 경험도 나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2023년 1월 6일(금)
흔들림이 심한 기차였다. 어제 알렉산드리아에서 새벽 2시에 잠이 깨어 이 시간까지 버텼으니 '오늘밤엔 잘 자겠지' 하였다.
그래서인지 밤새 흔들리는 기차에서 나름 편하게 잘 잤다. 혹시 춥지는 않을까 걱정은 기우였다.
어스름 아침이 밝아 오는 낯선 풍경 속으로 시선을 들이 밀어 본다.
기차는 나일강을 따라 상류로 가는 중이다. 우리가 보는 지도상으로는 아스완이나 룩소르가 지도상 아래쪽이지만 나일강의 상류라고 한다. 푸른 나일강을 따라 대추야자나무가 무성하다. 초록초록한 밭도 보인다. 수로를 따라 농경지와 주택들이 빼곡한 마을도 지난다. 이집트는 나일강의 축복을 받은 나라이다.
온갖 다양한 음식들로 구성된 열차 안에서 먹는 아침 조식이 도시락으로 나왔다.
어제 한식도시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 구성이 괜찮았다.
치즈도 괜찮았고 나는 크로와상과 커피(승무원이 보온병을 들고 다니면서 차와 커피를 따라준다)를 먹었던 것 같다.
조각 야채도 남기지 않았고, 망고쥬스도 맛있어서 남김없이 쭙쭙.(무한 긍정적인 나~~ㅎㅎ)
이날의 여행 메모에는 '밥, 빵, 과일 - 맛보다는 다양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남은 것들은 곱게 다시 뚜껑을 닫아 자리에 두었다. 나중에 객실 청소하는 이들이 와서 나눠 먹기도 한다고.
조식 후에는 내릴 준비를 하느라 좀 바빴다. 일단 캐리어는 복도에 내놓으면 된다.
비록 작지만 객실 안에 세면대가 있어서 좋았다. 아침 단장을 하고 내릴 준비를 하고 차창 밖 풍경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기차는 예정된 도착 시간보다 40여분 늦게 오전 10시 무렵 아스완 역에 도착을 하였다.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여기는 이집트니까.
오전 10 무렵 아스완역 도착.
기차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을 하여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긴했다.
버스로 이동하여 첫 일정이 미완성 오벨리스크를 보러 가는 일이었다.
카이로를 떠나 본격적인 이집트에서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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