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릴케의 프로방스 여행/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본문
《릴케의 프로방스 여행》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이리나 프로벤 엮음
황승환 옮김
... 시인 릴케가 세 번의 프로방스 여행을 하며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이다.
철산도서관 시니어독서치료 수업을 마치고 난 날, 아침에도 멀쩡하던 날씨가 돌변하여 억수로 비가 내렸다.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가 도서관 3층 종합자료실에 들어가서 800번대 서가에 꽂혀 있는 이런저런 책을 훝어 보다가
눈에 띈 이 책을 대출하였다.
릴케는 알지만(이름만...) 그에 관한 책은 처음이다.
1875년 12월 4일 프라하에서 태어난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독일 현대시를 완성한 20세기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시는 인간 실존에 대한 깊은 통찰력, 사물의 본질에 대한 미적 탐구, 인간성을 희구하는 고독, 삶과 죽음에 대한 형이상학적인 사유로 가득 차 있다.
릴케는 1911년 파리에서 출발하여 볼로냐로 가는 여행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곳은 프로방스였습니다. 당신께서도 언젠가 꼭 한번 그리로 가보셔야 합니다." 라고 어느 편지에 쓴 바 있다. 이 여행으로 그는 한평생 사랑했던 남프랑스의 풍광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임종을 앞두기 얼마 전에도 그는 마지막 거처를 프로방스에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랐었다.
빛과 광활함의 땅인 프로방스는 릴케에게 있어 "그냥 보기"를 극복하고 "보는 법을 배운" 곳이었다.
이 책은 프로방스 여행에 대한 릴케의 진술과 이곳의 풍광과 문화공간 덕분에 영감을 얻어 창작한 문학 텍스트를 최초로 한데 모은 것이다.
이리나 프로벤은 덧붙인 글에서 이 여행으로 릴케의 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적하였다. 콘스탄틴 바이어의 사진은, 릴케 자신이 한때 세잔과 페트라르카의 족적을 따랐던 것처럼 릴케가 추천한 경로를 쫓아간다. 바이어는 마리아 숭배 행사가 열리는 생트마리드라메르, 엑상프로방스, 폴 세잔의 생활권, 암벽도시 레 보, 오랑주의 고대원형극장, 알리스캉 공동묘지가 있는 아를, 릴케가 페트라르카의 등정을 상상 속에서 따라 올랐던 방투 산, 타라스콘, 보케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인에게 특별히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던 교황의 도시 아비뇽 등 릴케를 특히 매혹시켰던 장소들을 사진에 담았다.
1926년 12월 릴케는 한 여인에게 장미꽃을 꺾어주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 같은 달 29일에 스위스 발몽에서 5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사실은 장미가시에 찔린 것이 직접적인 죽음의 원인은 아니고 백혈병으로 죽었다고 함)
릴케의 묘비명에는 그가 장미의 시인이었음을 알 수 있는 글이 새겨져 있다.
"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 수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 누구의 잠도 아닌 즐거움이여."
"프로방스 여행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당신도 꼭 한번 가보시길..."
ㅡ헤드비히 피셔에게 보낸 릴케의 편지
1911년 10월 25일
아비뇽
" 그 도시는 처음부터 파리행 급행열차를 타고 마지막으로
뒤돌아본 순간까지 저에겐 경탄의 대상이었습니다."
ㅡ로자 쇼블로호에게 보내는 편지
1909년 11월 17일
릴케는 1909년 처음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하였다. 그는 1909년 5월 하순 일주일 정도 생트마리드라메르, 아를, 레 보, 엑상프로방스 등을 여행하였고, 같은 해 9월 하순부터 10월 초순까지는 아비뇽에서 머물렀다.
1911년 10월에는 남프랑스에서 두이노로 가는 도중 프로방스 지방을 거쳐가면서 아비뇽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것이 릴케가 프로방스 체험의 전부이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릴케는 이 여행을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 중 하나로 손꼽았으며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있었지만 생전에 실현하지는 못했다.
프로방스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무엇보다도 세잔과의 재회였다.
릴케는 1909년 5월 28일 세잔의 고향인 엑상에 도착해서 아내 클라라에게 세잔의 흔적을 찾아볼 기대감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어쨌든 여행길을 떠났음에 나는 종종 기쁨을 느끼고 있다오. 내가 본 모든 것들. 여행이란 정말 멋진 일이오. 하지만 결코 한 번도 제대로 보며 여행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뿐이오. 이제 제대로 보면서 여행한다면, 틀림없이 무엇인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 생각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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