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Gratitude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본문

공연,영화,서적

Gratitude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다보등 2024. 3. 12. 22:46

올리버 색스 '고맙습니다' 책을 상호대차로 신청하여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받으며 아! 하는 소리가 나왔다. 도서관 사서도 많은 책들 속에서 이 책을 한참 만에 찾아내었다. 그렇게 얇고 작은 책이다.

이 책은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메모할 수 있는 수첩 정도의 크기에 딱 그 정도의 두께이다. 

 

삶의 마지막 2년 동안 쓴 에세이 네 편을 묶은 이 책에서 올리버 색스는 나이  든다는 것과 질병 그리고 죽음을 놀랍도록 우아하고 또렷하게 응시한다.
2005년 진단받았던 희귀병 안구 흑색종이 9년이 지난 후에 간으로 전이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종류의 암에는 선택할 수 있는 치료법이  얼마 되지 않았고 의사들은 그가 살 수 있는 날이 6개월밖에 안 될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색스가 남은 몇 달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나는 가급적 가장 풍요롭고, 깊이 있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 남긴 문장들 속에는 삶에 대한 따뜻한 감사로 가득하다.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나는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없이 강렬하게 느끼고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우정을 더욱 다지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글을 좀 더 쓰고, 그럴 힘이 있다면 여행도 하고, 새로운 수준의 이해와 통찰을 얻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그러려면 나는 대담해야 하고, 분명해야 하고, 솔직해야 할 것이다. 세상과의 계산을 제대로 청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더불어 약간의 재미를 누릴 시간도(바보 짓을 할 시간도) 있을 것이다. /27- 28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특히 작가들과 독자들과의 특별한 교재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29

 

 

 

 

몇 주 전, 도시의 불빛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시골에서 밤하늘 가득히(밀턴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루처럼 별들이 흩뿌려진" 것을 보았다. 이런 밤하늘은 칠레의 아타카마 같은 고지대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일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친구 케이트와 앨런에게 말했다. "죽어갈 때 저런 밤하늘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군."

   "우리가 휠체어로 밖으로 데려가 줄게." 친구들이 대답했다.

지난 2월 내가 전이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글로 밝힌 뒤,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수백 통의 편지가 쏟아졌고, 그 많은 사람들이 애정과 감사를 표현했으며, 덕분에 나는 어쩌면 내가 착하고 쓸모 있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모든 위로가 지금까지도 대단히 기쁘고 고맙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중 무엇도 별이 총총한 밤하늘만큼 내게 강하게 와닿는 일은 없었다. /36

 

 

 


색스는 2014년 12월에 진단을 받고 2015년 8월에 사망했으니 삶을 정리할 시간이 꼭 8개월 있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그후 쓰였는데 그의 마지막 선물치고는 너무 얇은 책.

색스가 남긴 이 마지막 글들은 그가 세상과 우리에게 보내는 작별의 편지들이다.

그가 8개월에 쓸 수 있었던 최선의 결과인 이 책에서 우리는 쓰이지 않은 이야기까지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중요하지 않은 것엔 한 단어도 쓸 여유가 없어 정제되고 또 정제된 문장들'이라고 옮긴이는 말한다.

 

나는 이 책으로 작가 올리버 색스를 처음 만났다.

옮긴이는 그런 내가(독자가) 운이 좋다고 말한다. 앞으로 읽을 목록이 넘치기 때문이란다.

그가 마흔 살에 죽을 줄 알았다는 이야기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암페타민 중독에서 벗어난 계기였다는 병원이야기는 <깨어남>에 담겨 있으며,

화학 주기율표에 대한 사랑 고백은 <엉클 텅스텐>에서 더 읽을 수 있다.

이 책의 전편 혹은 본론 격인 자서전 <온 더 무브>도 빼 놓울 수 없다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