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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조지아, 거대한 동굴 도시 바르지아 본문

걸어서 세계속으로/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거대한 동굴 도시 바르지아

다보등 2024. 9. 1. 14:35

조지아 국경 통과 후 다시 몇 시간을 달려 바르지아 동굴수도원에 도착을 하였다.

그전에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하여 마을 공원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마켓에서 간단하게 준비한 음료와 아침에 챙겨 온 머핀과 삶은 달걀로 간단한 점심을 해결하였다. 

사실 아침에 고기 위주로 먹어서 그런지 종일 든든했다. 긴 버스 이동 중에 배가 고파도 힘들다.

 

 

 

평화로워 보이는 차창 밖 풍경을 감상하면서 졸다 깨다 하나보니 어느 도시에 도착을 하였다. 점심을 먹기 위함이다.

어린이 놀이시설도 잘 되어있는 호젓한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 앉아서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편하게 점심을 즐겼다.

공원에서 우리가 머무는 동안 한 사람도 볼 수는 없었다. 

한낮의 마을은 고요하기만 하였다.

 

 

 

점심을 먹고는 다시 두 시간도 넘게 달려서 드디어 바르지아에 도착을 하였다. 주차장에 내리니 까마득한 바위절벽에 구멍이 숭숭 뚫린 벌집 같은 모양새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바르지아(Vardzia) 동굴 도시는 조지아 남부의 아스핀자 근교 므트크바리(Mtkvari) 강의 좌측 제방이 있는 예루셸리 산의 측면에 동굴을 내어 구축한 동굴 도시(수도원)다.

12세기 후반 몽골족의 위협을 끊임없이 받아온 조지아의 왕 타마르는 몽골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성소 건설을 추진하였다. 바르지아 동굴 도시는 몽골족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건설되었으며, 므트크바리 강의 근처의 비밀 통로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하다. 13개 층에 5천 개가 넘는 방이 있으며, 교회, 왕실, 와인저장고, 마구간, 빵집, 고지대농업용수 설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어마어마한 동굴도시는 몽골의 침입에도 견딜 수 있었지만 자연의 힘 앞에서는 맥없이 파괴되었다. 지어진지 100년이 지난 1293년 발생한 큰 지진으로 도시의 2/3가 파괴되었으며 숨겨졌던 구역들이 노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굴 수도원은 페르시아의 침입과 약탈로 파괴된 1551년까지 지속되었다. 이후 오스만 제국이 들어온 이후 동굴도시는 완전히 버려졌다.

 

 

 

 

까마득한 동굴수도원을 바라보며 '저기까지 올라 가야해?' 하며 다들 기겁을 하였다.

그런데 다행인건 걸어도 되지만 동굴수도원 입구까지 미니밴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짧은 거리라고는 하지만 다들 똑같은 생각~~ 걸어 올라가고 싶지가 않았다.

인원이 많은 우리는 두 번에 나눠 탔고 더러는 밴을 기다리지 못하고 걸어 오르기도 하였다. 

밴에서 내리니 그새 누군가 샘물을 발견하고 알려 주어서 시원하게 마셨다.

왠지 수도사들이 마시던 약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더위가 가시는 기분이었다.

 

 

밴을 기다리지 않고 걸어 오는 일행들
저 아래 왼쪽으로 주차장과 매표소가 있는 곳이다
므트크바리 협곡
지진으로 무너져 동굴 내부가 들어난 모습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동굴도시는 현재 관광객 편의를 위하여 통로와 계단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입구 쪽에서는 방송국에서 나와 촬영 중이었다. 우리는 촬영 동선을 피해 관람로를 따라 이동을 하였다.

동굴수도원에 대해선 여행사에서 보내준 안내서를 대충 보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이리저리 미로처럼 생긴 동굴 속을 

헤매었다. 그러다 잠시 동굴 밖으로 나오게 되면 눈앞에 펼쳐진 경치가 일품이다.

햇볕은 뜨거웠으나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시원하다.

 

 

 

 

검은 연기로 그을린 교회 내부에는 성서를 그린 벽화로 빼곡하였다.

동굴은 점점 높은 곳으로 깊숙히 들어가면서 좁은 구역은 몸을 수그리고 이동해야 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였다면 어둡고 이리저리 미로 같은 동굴 속이 무서울 뻔하였다.

 

 

 

아버지 기오르기 3세 뒤를 이어 이 동굴도시를 완성한 타마르(조지아의 전성기를 이끈 여왕)가 어릴 때 동굴 속에서 길을 잃었는데, 삼촌이 타마르타마르 찾아 불렀고 타마르가  '아크 바르지아(나 여기 있어요~)'라고 해서 이곳을 '바르지아'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이런 곳에서 5만 명이라는 그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니 상상이 안된다. 각종 편의시설도 그렇고, 먹는 거며 식수며, 오폐수 관리며 아무리 생각해도 생존에 필요한 것들만 추려도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짐작도 안되고 믿기지도 않는다. 

 

 

 

 

막판에는 가파른 동굴 속 계단을 내려가게 되어있어 자칫 미끄러질까 긴장하며 내려오니 드디어 동굴 밖이다.

내내 긴장되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고 간간히 멀리 보이는 풍경에 감탄도 하면서 아찔아찔 어지러운 구간을 지나 드디어 동굴밖으로 나왔다. 

 

뒤돌아본 입구는 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포도밭
므트크바리 강

 

 

오랜 세월이 흐르며 거의 눈에 띄지 않은 채 감춰져 있었던 신비한 곳을 둘러보았다.

바르지아 동굴 도시를 둘러보는 데는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려 수량이 많아졌다는 므트크바리 강물은 거칠게 흐르지만 평화롭기 그지없다.

일행들이 다 모일 때까지 잠시였지만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