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호암미술관 니콜라스 파티展 : 더스트(1) 본문
용인민속촌이나 에버랜드는 아이들과 가보기도 하였으나 근처에 있는 호암미술관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다.
누가 이야기하면 "응, 그래 거기 있는 거 알아." 정도?
지난번 <우연히 웨스앤더슨전>을 보고 온 후, 딸아이가 호암미술관 같이 가자고 전화가 왔다.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 호암미술관 - 니콜라스 파티전 : 더스트
2024.08.31.~2025.01.19.
그래서 부랴부랴 날을 잡고 1월 7일 오전에 딸아이가 집으로 나를 데리러 왔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흐린 하늘이다. 막힘없는 도로를 달려 호암미술관까지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우리는 예약 없이 그냥 가서 현장에서 매표를 했다. 나는 경로우대로 7,000원, 딸은 호암미술관 쿠폰을 내려받아 30% 할인을 받았다. 이럴 때 은근 기분 좋다.
호암미술관은 미술관이라고는 하지만 박물관 같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희원'이라는 정원이 아주 볼 만하단다. 미술관에 들어 가려면 희원을 거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입장권 하나로 두 곳을 다 볼 수 있다. 우리는 일단 전시부터 보고 희원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이때 아래쪽에서 오는 이들에게 카멜 위치를 들었고 전시를 보기 전에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다.
즉흥적인 생각이었다. 카페는 전시기간 중에만 운영을 한다고 한다.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선생이 30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품을 바탕으로 1982년 4월 22일에 개관되었다. 전통과 미래가 만나고, 한국과 세계가 만나는 호암미술관은 미술을 통하여 미래에 대한 창조적 가치를 발견하고 역사적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배움의 장소다.
또한 1997년 5월에 개원한 희원(熙圓)에서는 한국 전통 조경의 멋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국 조경의 조형적 근원인 '차경(借景)'의 원리에 따라 조성된 전통 정원 희원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안내문 참조)
입구에 들어서니 이층 계단 참에 붉은 절벽 사이로 힘차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 그림이 기이하게 압도적이다.
저 그림은 파스텔로 그린 것이고 전시가 끝나면 사라질 5점의 그림 중 하나라고 한다.
전시는 1, 2층에서 전시 중이다. 무료 오디오 가이드(큐피커)가 있어 딸아이가 대여했다.
두꺼운 코트를 보관할 수 있는 룸이 있어 우린 코트를 보관함에 넣었다.
전시 제목 '더스트'는 파스텔 고유의 특성을 회화적 재현의 주된 방식이자 주제로 받아들이는 파티의 작품세계와 연계된다. 마치 '나비의 날개의 인분처럼' 쉽사리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파스텔은 지극히 연약하고 일시적인 재료다.
파티에게 있어 파스텔화는 '먼지로 이루어진 가면'이자, 화장과 같은 환영이다. 또한 미술관 벽에 직접 그리는 거대한 파스텔 벽화는 전시 동안에만 존재하고 사라지는 운명을 지닌다.
호암미술관은 스위스 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세계 전반에 아우르는 최대 규모의 서베이 전시<더스트>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 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한국 고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히 제작한 파스텔화 신작 20점과 해당 고미술, 파티의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회화. 조각 48점을 선보인다. 파티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6주 간 미술관에 머물며 직접 미술관 로비와 전시실 내부 벽면에 그린 대형 파스텔 벽화 5점도 만날 수 있다. 이 역시 조선시대 만화나 도자기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전시 기간에만 존재하고 폐기된다.
이번 전시 제목은 먼지, 티끌, 분진을 뜻하는 '더스트 dust'로, 존재는 했지만 곧 사라질 모든 것들이 인생, 문명, 자연 같은 주제로 확대 되면서 존재와 부재, 생성과 소멸 등에 대한 사고의 폭을 더 확장시켜 준다.
파티는 '백자 태호'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초현실적인 동굴 풍경을 그렸다. (태호 : 태를 담는 항아리)
붉은 색의 강렬함이 느껴지는 나무 기둥 숲이다. 십장생도의 붉은 소나무 (적송)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조선 시대 '십장생도 10곡병'과 김홍도의 '군선도' 속 다양한 상징물들을 상상의 팔선(八仙)을 형상화한 신작 초상 8점에서 재치있게 샘플링한 것을 볼 수 있다.
사슴과 학, 당나귀, 박쥐 등으로 몸이 대체돼 있거나 개를 머리카락 삼기도 하고, 복숭아와 연꽃이 가득한 화면은 기이하면서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십장생도 병풍 안에 그려진 버섯이나 복숭아, 사슴, 학, 구름, 소나무 그리고 폭포 등이 다양한 상징으로 샘플링되어 신작 초상 안에 들어 있다. 병풍 속 그림들을 보는 것도, 니콜라스 파티 작품 속에 들어 있는 동양적인 걸 알아채는 것도, 숨은 그림 찾듯 재밌다. 더군다나 이 그림들이 파스텔로 그린 거라는 게 작품 감상하는 동안 내내 신비로웠다.
이제 2층 전시장으로 이동한다.
'공연,영화,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암미술관 니콜라스 파티展 : 더스트(2) (0) | 2025.01.12 |
---|---|
존 윌리엄스 '스토너 STONER' (0) | 2025.01.10 |
요즘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옥씨부인전' (0) | 2025.01.07 |
전시 : 우연히 웨스 앤더슨2, 모험은 계속된다(下) (36) | 2024.12.17 |
전시 : 우연히 웨스 앤더슨 2, 모험은 계속된다(上) (0) | 2024.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