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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시간은 더디게 가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다 본문

일상스케치

시간은 더디게 가기도 하고 빠르기도 하다

다보등 2026. 7. 6. 11:29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구절이 있다. 선행을 남에게 과시하지 말고 은밀히 하라는 말이다. 나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나는 오른손이 하는 걸 자랑한다. 왼손에 기브스를 한지 한 달째, 오른손이 어지간한 일을 하지만 양손을 쓸 수 없는 일상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간은 흐르고 왼손을 쓸 수 없는 불편함은 아주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수술을 하고 며칠 병실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땐 씩씩하게 온갖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편이 어지간한 건 옆에서 다 해주긴 하지만 혼자서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했다.  
그러나 것도 시간이 지나며 점점 무기력해진다. 할 수 없는 게 많다. 매번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하는 것도 지치고...
매사 귀찮은 것 투성이다.
매끼 식사는 아이들이 가져다 채워 놓은 반찬으로 해결하고, 점심은 대부분 매식이다. 하지만 나가는 것도 번거로워 배달이 잦을 수밖에 없다. 간편식으로 온갖 것들은 다 사다 쟁여 놓았다. 부엌일을 전혀 하지 않던 남편이 이젠 일머리가 조금 나아졌다. 나만 고생하는 게 아니라 남편도 덩달아 고생이다.
거의 20일 즈음 집콕하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슬슬 산책도 나가고, 나갈 구실을 찾아 가벼운 볼일을 보러 나갔다.
아파트 정원에 단풍나무가 초록색 커튼을 드리운 모습에 나 홀로 기뻐하고, 불편하지만 한 손으로 사진을 찍는 열정을 보였다.

 

 
하루는 이른 아침 산책길에 개망초가 만발한 동네 작은 공원에서 싱그러운 풀향기도 소중하다.

 
노란 꽃을 활짝 피운 모감주나무를 보니 장마철이 된 모양이다. 6월 장마철에 피는 모감주나무를 장마나무라고도 한단다. 하지만 본격적인 장마는 아직이다.

 

자귀나무


그나마 핸드폰에서 글을 쓰는 건 한 손으로도 가능하니 다행이긴 하다. 
매사 고마운 일이다.
별것 아닌 것들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매번 느끼게 된다.
시간이 빨리 지나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왜 이리 시간이 더디게 가는지.
손목 부상을 입은 지 한 달, 매사 귀찮아서 무기력하게 지내다 그나마 이렇게나마 블친들께

소식을 전할 마음을 내어 기분 좋다.
예전엔 좋은 일이 생기길 바랐다면 요즘엔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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