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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딸과 함께 걸었던 올레 15코스 '한림-고내올레' 본문

제주올레

딸과 함께 걸었던 올레 15코스 '한림-고내올레'

다보등 2012. 1. 30. 10:41

딸과 함께 걸었던 제주올레 15코스 '한림-고내올레'

 

 

 

 

 

하쿠나마타타....

어제밤 우리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이름이다. 언젠가 혜진이가 나에게 사다 준 오소희씨의 "하쿠나마타타 우리 같이 춤추지 않을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예쁜 집에서 따뜻한 밤을 보냈다.오늘도 역시 '하쿠나 마타타'에서 묵을 것이다.하쿠나마타타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No problem"이란 뜻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이다. 하쿠나마타타에서 아침으로 따스한 크림스프와 토스트,계란 찜을 먹고 오전 9시쯤 15코스를 걷기 위해 출발을 하였다. 오늘은 어제밤 함께 묵었던 사람들중에 경상도에서 온 이들의 차를 얻어 타고 어제 우리가 마쳤던 곳으로 왔다.그들은 우리를 내려주고 성산포방향으로 붕~떠났다.어제 우리는14코스가 끝난줄도 모르고 내쳐 지나쳐 20여분을 더 걸었다. 그곳에서 오늘 시작을 한다. 오늘은 15코스 끝나는 곳에 숙소가 있어 한결 마음이 든든하다. 하늘이 우중충하다. 바람 또한 세차지만 그나마 다행인게 그닥 춥지 않다는거....

 

 

 

 

 

 

 

 

 

 

 

어제 우리가 마쳤던 곳에서 다시 15코스를 시작한다. 15코스는 한림의 바다에서 출발해 중산간의 마을과 밭, 오름을 돌아 다시 고내의 바다에 이르는 올레다.바다를 등지고 한적한 마을에 들어서면 끝없이 펼쳐진 양배추밭들이 있다. 드문드문 한적한 집들이 있고 양배추 푸른 밭들이 우리랑 함께 길을 간다.너른 들판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는 큼지막한 물탱크도 신기하다.

 

 

 

 

 

 

 

 

 

 

 

 

 사장(射場)밭

옛 선조들이 활쏘기를 하던 곳이라 한다. 북쪽은 평평한 양지빌레가 있고 남쪽으로는 15m정도의 구릉으로 되어 있어 활를 쏘았을 때 바람의 방향이나 화살로 인한 위험이 없어 활터로는 알맞은 지형이라고 한다.

 

 

 

 

 

불현듯 바다가 드문드문 모습을 보여주는 들판을 걷는 것도 재밌다.걷다보면 방향감각을 잃게 되는데 아! 저 방향으로 바다가 있구나~머리속으로 지도를 그려본다. 바다가 서쪽에 있구나...그럼 나는 북쪽방향으로 걷고 있는건가? 그러다 바다는 멀어지고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다시금 숲길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양배추 끝없는 밭들이 있어 이런저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올레길을 걷는다. 제주에는 그저 귤밭만 있는게 아니다 끝없는 무우밭도 있고, 당근밭도 있으며, 오늘처럼 양배추의 진수를 보여주는 길도 있어 흥미롭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짬짬이 검색을 하며 현재 위치를 확인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상은 날로 달라지고 빨라진다. 아날로그 세대인 나로선 따라 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바뀌며 사용설명서조차 복잡하다.읽어봐도 모르겠고 글씨는 또 왜 그리 작은지...ㅋ 그러나 그 놀라운 스마트폰의 위력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신기하긴 하다. 그러나 아직도 어렵다.^^*

 

 

 

 

 

 

 

 

 

 

 

 

참외도 아니고 호박인가? 속을 잘라서 보니 호박씨 같은게 가득 들어 있다만 호박은 아니고...흔하게 보이는 열매다마는 아마도 먹을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여기저기 나뒹구는걸 보면...^^;;

 

 

 

 

 

<제주 납읍리 난대림> 천연기념물 제375호

납읍초등학교 앞에있는 제주 납읍리 난대림은 예로부터 양반들이 시를 짓거나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원시적 식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지역에는 후박나무, 생달나무, 종가시나무 등이 상층목을 이루고 하층에는 자금우, 마삭줄 등이 자생하고 있다.평지에 남아 있는 보기 드문 상록수림 지대로 나무의 종류는 단순하나 전형적인 난대림상을 이루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아서 문화재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납읍리 난대림숲을 한바퀴 돌아 나와 다시 길을 재촉한다. 마침 이곳은 제법 큰 마을이다. 보건소도 있고 조그만 가게도 있어 어제 종일 굶을 걸 생각하고 마실것과 과자를 구입했다. 어제는 이런것을 구입할 마을도 가게도 없었다. 오늘은 부자가 된것 같다며 한바탕 웃었다.그러다 마을 끝에서 식당을 만났다.통털어 아마도 이 식당 하나뿐인것 같았다. 마침 시간도 오후 1시가 가까웠고 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당안에는 밭에서 일을 하다말고 점심을 먹으러 온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두루치기와 그런류의 찌게를 먹고 있었다. 우리는 둘이서 먹기에 적당한 것을 찾아 보았다. 그러다 제주향토음식인 몸국을 주문했다. 식당벽에 커다랗게 몸국에 대해서 적어 놓은걸 보며 "그래~향토음식을 먹어봐야해~~" 그리고 우리는 참 탁월한 선택을 하였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몸국 1인분 5,000원이다 ^^*

 

 

 

 

납읍리에 있는 금산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던 '몸국'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백일홍 길이라고 적힌 간세를 지났다.백일홍이란 '배롱나무'를 일컫는 것이다. 7~9월 붉은꽃이 피는 나무이며 오랫동안 꽃이 피어있어서 아마도 백일홍나무라고 불리우는 모양이다.나무껍질을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간즈름나무라고도 한다.

 

 

 <배롱나무>

 

 

 

 

 

 

초록색의 드넓은 밭에서 여인네들이 주저앉아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드문드문 이런 밭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베어서 자루에 담아내고 있어 무슨 밭인가 궁금하여 물어보니 취나물이라고 한다.밭이 어찌나 넓은지 다 베어 낼려면 몇날며칠이 걸릴것 같았다.

 

 

 

 

 

 

 

 

 

 

 

 

 

 

오후 3시...어느덧 서서히 지쳐가고 있을 무렵...남은 거리 1.4km!!

지친 헤진이를 잠시 앉아 쉬게하고 하가리 방향으로 혼자서 걸어 갔다. 간간히 지나는 자동차들만이 있는 한적한 곳에 아이 혼자 두고 걷다보니 또 걱정이다. 그래 잠시 걷다 다시 뒤돌아 혜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쉽게 쉽게 걷자 너무 많은걸 볼려고 하지말자~~ㅎㅎ

 

 

 

 

 

다시 바다가 보인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고내포구가 지척이다. 갑자기 힘이 나고 발걸음에 날개가 달린듯 부지런을 떨며 걷는다.

종일 흐렸다 맑았다 뿌연 하늘이지만 그래도 우리를 고생시키지 않는 날씨가 너무나 감사하다.밭길에서나 오름에서나 지척에 바다가 있었고 가끔은 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를 격려했다. 그래도 오늘은 제때 점심도 먹었고 베낭엔 아직 비스킷이랑 우유가 들어있다. 더욱 중요한건 우리의 숙소가 끝나는 지점에서 지척이라는 점이 큰 위안이 된다. 따뜻한 묵을 곳이 지척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15코스의 끝이다. 3시 33분!

6시간 30분이 걸렸다. 어제와는 달리 일찍 시작을 하기도 했지만(1시간 30분은 빨리 시작을 했다) 점심도 제때 먹었고 바람도 덜 타고해서인지 14코스와 15코스는 거리가 그닥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피로도가 훨씬 덜 하다.일찌감치 숙소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다. 아직 올레꾼들이 오기엔 시간이 좀 이른시간이기도 하다. 따뜻하게 방온도를 올리고 둘이서 설핏 잠까지 잤으니...그리고 어두워진 후에 저녁을 먹으러 마을로 내려갔다. 바닷가엔 횟집외에 우리가 먹을 만한 식당이 눈에 띄이질 않아 잠시 헤메이긴 했지만 올레꾼들이 많이 드나든것 같은 분식집에서 만두국으로 따뜻한 저녁을 먹었다.제주에 온지 일주일...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간다. 모처럼만에 딸과 함께 한 제주여행이었고 오름과 올레길을 걸었으니 꽉찬 여행을 한 것 같아 아주 좋다. 혜진이도 그런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캄캄한 바다를 마주하고 하쿠나마타타로 돌아가는 내 가슴속으로 차갑지만 향기로운 바다바람이 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