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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달려 새벽 3시 순천 송광사 새벽예불 본문
밤새 달려 새벽 3시 순천 송광사 새벽예불
송광사 새벽예불!
참여하고 싶었으나 그동안 기회가 없어 벼르고 벼르던 송광사의 새벽예불에 드디어는 기회가 찾아왔다. 밤9시 동대문역사박물관역에서 출발을 하여 이동하며 몇군데에서 불자들을 더 태우고 밤새 버스는 남도를 향하여 달리고 달렸다. 그 시간에 우리들은 잠을 자야하지만 나는 마음이 들떠서인지 어쩐 일인지 잠은 오지를 않고 가사상태이다. 더욱이 환기구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차다. 6월이라지만 한낮에는 불볕 더위건만 깊은 밤 달리는 차안으로 날아드는 바람은 어찌나 찬지 추워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불편함은 송광사를 가는 기대감에 들떠 견딜 수 있었다. 그렇게 밤을 새워 달린 버스는 오전 2시35분 송광사입구에 도착을 하였다. 칠흑같은 어둠이 주변을 감싸고 있는 와중에 우리들은 발소리를 죽이며 송광사매표소를 지나 불빛 한자락없는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 들어갔다. 손전등을 켜고 걷다 잠시 불을 끌라치면 암흑이다. 그 어둠속에 묻혀 있던 나무 실루엣이 실제보다 더욱 커 보이는 듯하고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조차 더욱 크게 들린다. 발부리에 무언가가 걸릴새라 조심스런 발놀림조차 엄숙하기 조차 하였다.
송광사 경내 들어서며 깊은 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칠흑같은 어둠속 대웅전의 환한 불빛이 여기가 어딘가? 선경인가? 온 몸에 신경이 올올이 일어서는 느낌으로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에 잔뜩 주눅이 들기까지 하였다. 어둠속에서 들리는 목탁소리, 예불을 올리기전 도량을 깨끗히 하는 의식인 도량석이 시작되었다. 조용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목탁소리는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너무 크지도 않게 작지도 않게 조용히 사물을 깨우는듯 하였다. 스님이 도량석을 도는 동안 우리는 경건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도량석을 돌던 스님은 대웅전계단을 올라 문앞을 좌우로 여러번 반복을 하시며 목탁을 두드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가운데 문앞에서 마무리를 하신다. 마무리 하시는 그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절로 옷매무새를 다듬게 된다.어디선가 사브작사브작 조심스런 발자국소리. 어둠속에서 스님들이 여기저기 전각에서 열을 지어 대웅전으로 오는 모습이 보인다. 스님들이 대웅전으로 들어 가시고 우리들 또한 대웅전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좌정을 하고 마음을 추스리고 있자니 밤새 잠을 자지못하여 몽롱한 머리속이 맑아 지는듯 하다.
그러다 둥둥둥...둥둥...둥덕더 둥덕...덩덩덩....북소리가 들렸다. 법고이다. 마음속까지 두들기는 듯한 소리는 천지를 울리는듯 하다. 힘차게 깊게 울리는 북소리. 리듬을 타며 느리게 혹은 빠르게 아래위를 두드릴때마다 소리는 달리 들리고 밖에서 안으로 칠때 또한 소리의 깊이가 달리 들린다. 이 또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빨라졌다 느려졌다. 사위는 어둠에 묻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환한 점처럼 법고쪽으로만 불빛이 비춰 더욱 신비스럽고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어서 범종소리의 그 깊고 청아한 울림이 삼라만상을 깨우고도 남음이다. 가슴 밑바닥까지 휘젓고 나가는 듯한 범종소리는 법고소리에 가물가물 기우던 정신이 일순 고개를 바짝들게 된다. 서서히 작아졌다 다시 시작되는 종소리의 끝을 잡고 있자하니 어느 순간 이어지는 목어소리는 법고와 범종과 달리 어딘지 투박한듯 하지만 이 또한 규칙적인 리듬감으로 밤에도 눈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언제나 깨어 있으라 정진하라고 일깨우는 듯하다. 비어있는 나무속을 빠르게 두드리는 그 소리는 물고기들이 유연하게 헤엄을 치는 듯 부드럽기 그지없다. 땡땡땡땡....운판을 두드리는 소리는 어쩐지 낯설다. 북이나 종, 목어 소리와는 달리 어울리지 않는 듯한 잘 못 건드린 소심한 쇳소리가 난다. 그러나 그 또한 경박한듯 하지만 규칙적인 소리는 무겁지 않은 가벼운 소리이다. 하늘을 날아 다니는 모든 날짐승들을 위해 치는 소리라 한다. 짧은 여운이 느껴지는 운판은 금방 끝이났다. 이 모든 소리들이 삼라만상을 깨우는 시작인 것이다.
드디어는 작은 쇠종소리가 법당안에 울리더니 목탁소리와 더불어 스님들의 장엄한 염불합창이 이어졌다. 많은 스님들과 양쪽으로 나누어 자리를 잡은 우리들이 드넓은 대웅전안을 꽉 채웠다. 언젠가 송광사새벽예불을 취재하는데 그 소리를 잘 표현하기위해 마이크를 놓을 위치를 여러 각도에서 찾다보니 의외로 법당안의 부처님 귀쪽에 마이크를 설치하니 음향효과가 제대로 표현이 되더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우리가 지극정성으로 드리는 염불이 부처님께제대로 전달이 되는 모양이다. 그저 듣고만 있어도 가슴이 뛰고 은혜롭기까지 하였다. 스님들의 장엄한 염불합창은 반야심경을 마지막으로 끝이나고 다시 금강경독송이 이어졌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부처님의 가피가 내리는듯 하였다. 하루일과의 중심은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는 새벽녘 바로 그 순간에 있다는 말이 문득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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