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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나무아래 법정스님이 계신곳 '불일암' 본문
후박나무 아래 법정스님이 계신 곳 '불일암'
송광사새벽예불을 마치고 잠시 방사에서 공양시간까지 눈을 붙였다. 50여분 짧지만 짧지 않은 그 시간의 달콤함이라니! 오전8시이전엔 불일암 참배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가 있어 공양후 송광사경내를 참배하고 불일암으로 가는 길로 올라섰다. 법정스님께서 수없이 오르내렸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랐다. 불일암으로 가는 길은 송광사를 벗어나 찬찬히 걸어 올라도 30여분이면 오를 수 있는 한가로운 길이다. 요즘엔 고즈넉한 그 길을 따라 불일암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많아 졌다고 한다.송광사는 법정스님의 출가본사이다. 스님은 송광사 뒷산에 직접 불일암을 짓고 이곳에서 홀로 17년 가량 거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소유'도 이곳에서 썼다. 무소유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자 1992년 강원도 모처로 거주지를 옮겨 지냈다고 한다.
산길을 오르다보면 부도암이 보이며 그 옆으로 부도밭이 보인다. 제일 위쪽에 보조국사비와 송광사사적비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으며 아래로 크고 작은 부도가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 부도는 대부분 조선중기 이후에 조성된 것들로 별다른 특색없이 평범한 모습이다.
부도밭을 지나 조금 오르다보면 감로암이 있다. 그 감로암 전방 한쪽에 귀부에 비신을 얹은 비석 한 기가 서 있다. 주변에 달리 특별한 안내표지판이 없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송광사 감로암 창건자인 원감국사비라 한다.
호젓한 산길을 걸어 오르다보면 대나무 우거진틈에 허술한듯 소박한 사립문이 하나 있다. 불일암입구이다. 살짝 열린 사립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서 대나무터널을 지나면 문득 여느 시골집 마당같은 모습으로 먼저 자그마한 두칸짜리 요사채 한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그리고 오른편으로 한단 높은 언덕위에 불일암이 앉아있다.아침햇살을 받고 있는 불일암에 인기척에 놀라 쪼르르 달아나는 다람쥐가 먼저 눈에 띈다. 다람쥐가 사라진 곳에 불일암 현판이 보인다.
계단을 몇개 올라서니 단청없는 소박한 시골집을 닮은 불일암이 보이며 모퉁이에 먼저 법정스님만큼이나 유명해진 빠삐용의자가 눈에 띤다. 스님이 만든 마음을 비워버린 의자이다. "빠삐용이 절해고도에 갇힌건 인생을 낭비한 죄이거든, 이 의자에 앉아 나도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는거야" 불일암 암자 모퉁이에 빠삐용의자가 앉아 있다. 의자는 엉성하게 생겼다. 다듬지 않은 지멋대로의 나무이다. 불쏘시개로 쓰였음직한 나무모양새는 장작더미에서 쓸만한 참나무 통장작을 골라 판자쪽을 잇대어 만든 것이라 한다. 법정스님만큼이나 유명해진 나무의자 "빠삐용의자"이다.
대나무터널을 지나 불일암으로 들어서는 입구 오른편으로 얼기설기 막아놓은 작은 부스가 보이는데 이것은 해우소가 아니고 여름 샤워장이라고 한다. 불일암 마당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불일암옆으로 낮으막한 언덕위에 제7대 자정국사 부도 묘광지탑이 있다.고려 후기에서 조선초까지 송광사에서 16국사가 배출되었다.현존하는 16국사 부도 중 자정국사의 부도 묘광탑은 모양새가 단아하고 기품이 있으며 당시의 모습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불일암은 고려후기에 활동한 자정국사(?~~1301년무렵)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창건무렵 자정암이라 하였으나 오랜 세월 수많은 선승들이 지나며 여러번의 중수가 이어지다 1975년 법정스님이 중수하면서 불일암으로 바뀌었다.
자정국사부도가 있는 언덕위에서 내려 다 본 불일암 텃밭과 요사채의 모습, 그리고 앞쪽으로는 여름 샤워장의 모습이다.
불일암 마당에 스님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후박나무아래 스님의 유언에 따라 유골을 모셨다. 스님은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라고 상좌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암자를 찾는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통나무의자가 몇개 놓여져 있으며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주전자와 컵을 마련해 두었다. 빠삐용의자옆에 사탕바구니도 놓아 두었다. 그러나 암자엔 사람들만 위한 쉼터만 있는게 아니었다. 요사채아래 다람쥐먹이를 주는 곳인듯 싶은 곳이 있었다. 물과 약간의 먹을 꺼리를 놓아 두었다.작지만 넉넉한 공간인 것이다.
불일암에서 나와 올라올때와는 다른 길을 택하여 하산을 하였다. 산길 주변에 대나무가 터널을 이루었다. 무소유 길이란 안내판이 여러곳에 설치되어 있다. 대나무숲을 지나면 쭉쭉 뻗은 편백나무들이 빽빽하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富)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법정스님 '산에는 꽃이피네'-
불일암 가는 길 : 순천 송광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오르면 된다. 30여분 아름다운 대숲과 솔숲, 편백나무숲을 걷다보면 불일암에 도달한다. (참배시간 : 오전8시이후~~오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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