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협곡따라 물길을 걷는 자이언 네로우스 트레일 본문
협곡따라 물길을 걷는 자이언 네로우스 트레일
2016년 6월 18일(여행 9일차)
오늘도 역시 어제와 같이 비지터센터에 주차를 하고 셔틀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셔틀버스는 친환경 무연 전기버스이고 무료로 이용을 할 수 있다. 역시 엄청난 사람들로 긴줄을 서야했다. 다행인건 셔틀버스는 금방금방 도착을 했고 줄도 그만큼 빨리 줄어 들었다. 시닉드라이브의 종점인 Temple of Siwanava에 내려 1마일을 걸어 Narrows트레일이 시작되는 캐년 어귀에 도착하게 된다.
Temple of Siwanava 정류장에 트레일을 안내하는 입간판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유구한 세월동안 버진강의 흐름에 깍고 깍여 이루어진 협곡을 따라 강을 거슬러 오르는 캐셔니어링의 형태를 가미한 묘하고도 생경한 길이다. 원래 대부분의 종주자들이 걷는 이 네로우스 트레일은 버진 강의 상류에 해당하는 Chamberlane's Ranch에서 시작하여 물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을 택하여 16마일의 황금같은 주변 경관을 즐기며 중간 지점에 두 군데 조성된 캠프장에서 하루 야영을 하면서 종주하는 것인데 오늘 우리는 체험형 트레킹으로 물살을 차고 역류하여 Deep Creek 지점까지 진군했다 되돌아 오는 코스이다.
우리는 배낭속에 최소한의 짐만을 챙겼다. 점심을 포함한 여러 물건들이 젖지 않게 단단히 꾸렸고 물속을 걷기 위해 스틱은 중요한 준비물이었다. 아쿠아슈즈나 끈이 달린 스포츠샌달을 신었다. 혹시 몰라서 카메라는 아예 배낭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카메라 대용으로 핸드폰은 방수팩에 넣어 목에 걸었다. 처음엔 막상 물속을 걷다보니 균형 잡기도 힘들고 하여 사진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서며 핸드폰으로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더러는 물살이 제법 빨라 걷기가 쉽지 않았으나 익숙한 발걸음으로 너나없이 잘들 걸었다. 어른아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아주 호쾌한 트레일이었다.
버진강을 옆에 끼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 간다. 마치 구름위를 걷듯이 미지의 장소로 가는 이 기분은 뭐라 표현해야 할지...
여행을 하다보면 아주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행복한 일상을 발견하게 된다. 길모퉁이를 돌때마다 설레인다. 그리고 길끝에서 만나는 또 다른길이 반갑다.
네로우스 트레일의 물길을 만났다. 무장을 단단히 한채 저마다의 다양한 복색의 수많은 인파들로 입구는 상당히 붐비고 있었다. 많은 인파에 짐짓 놀랍기도 하였지만 것도 잠시 우리도 그들 사이를 비집고 거침없이 그러나 조금은 조심스레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창대하다던가? 개울물 같았던 계곡은 이내 물길이 깊어지고 계곡은 더욱 더 좁아졌다. 시원스레 물속을 걷는다는건 통쾌하기가 이루 말 할수가 없다. 이렇게 물속을 걷는 트레킹은 한번의 경험이 있다. 오래전 강원도 아침가리골 백패킹을 했더랬다. 아침가리골 백패킹때의 그 흥분되고 짜릿함은 잊을 수가 없었다. 물길을 걸었던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리라 싶다. 첫사랑을 잊을 수 없듯이 말이다.ㅎㅎ
어른아이 다 함께 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고 인상적이었다. 어떤 가족은 슈트를 맞춰 입고 물길을 따라 내려왔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지팡이를 하나씩 들고 걸었다. 아마도 입구에서 지팡이를 대여를 하는 모양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지팡이 뿐만 아니라 아큐아슈즈도 대여를 한다. 준비없이 찾아 온 관광객들에게 물길을 걷는데 필요한 모든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고한 선사시대 인류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훨씬 이전부터 거대 암벽들이 물길에 깍이고 깍여 형성된 협곡은 거대 바위들이 하늘을 가리워질 정도로 시공을 덮고 있었고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으로 이끼 낀 통벽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짙은 황색의 직벽에는 물과 바람과 눈, 그리고 모든 자연의 충돌을 버티어 온 상흔이 검은 멍으로 남아 아로 새겨져 있고 그래도 그 틈바구니에서 모진 생명을 키워 온 수목들이 차라리 청초한 색을 발하며 흩어져 있다. 인색하게 비끼는 햇살을 받으며 자라는 야생화는 수묵화에 마지막 찍는 빙점처럼 단연 돋보이는 존재이다.
시선을 던지는 곳마다 빼어나게 수려한 풍광이라 굳이 배경을 선택할 필요도 없이 피사체인 사람만 조준하면 자연 하나의 작품이 되어 버리는 곳이다. 때로는 거친 물쌀을 이기며 걷고 때로는 깊은 수심에 가슴 조리며 긴장하고 때로는 높은 바위를 기어 오르기도 하고 혹은 고사목을 타고 물을 건너기도 하는 참으로 묘하고도 생소한 즐거움이 협곡안에 가득 채워져있다.
열심히 상류를 거슬러 오르다보니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점심시간이 넘었다. 다소 지치고 배가 고픈 우리는 지류가 흘러드는 곳에는 마찬가지로 협곡이 형성되었고 지류협곡에는 명소도 더러 형성되어 있다. 그 중 한 지류협곡으로 들어서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각자의 도시락을 풀어 놓는 그 사이 박대장은 버너로 라면을 끓이기 시작하니 동행들이 그 라면 냄새에 모두 모여들여 조촐한 파티가 벌어졌다. 서서 먹는 점심이었지만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은 밥상이었다. 우리들의 웃음 소리가 협곡안에서 길게 메아리되어 울리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이 순간. 자이언의 협곡에는 보물을 찾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우리의 동심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네로우스트레일을 마치고 브라이스 캐년으로 이동하여 림을 도는 관광트레킹을 세군데 정도 하고 오후시간 숙소에 여장을 풀어 놓고 이른 저녁을 먹고 석양이 질 무렵 브라이스 캐년으로 이동. 림 위에 올라 야간 트레킹을 위한 도상 답사를 한 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산 낙조의 풍광을 감상한 뒤 야간 트레킹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협곡 깊숙히 들어 가서 나오지 않는 한사람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지체가 되어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결국은 야간 트레킹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자이언캐년에서 브라이스캐년으로 이동중 멋진 바위산들이 펼쳐졌다. 브라이스캐년은 자이언캐년에 비해 여성스럽단다.
자이언캐년을 벗어나고....
브라이스캐년은 시즌동안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수백명이 모여들어 퀸스가든과 나바호 트레일 야간산행을 할 수 있도록 산행로를 개방한다. 푸른 달빛에 비치는 모습이 낮에 보던 그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리라...
이름하여 Bryce Night Trekking이다. 그러나 이 날은 야속하게도 짙은 구름에 가린 구름은 얼굴을 보여 줄 기미가 없었다. 어두운 계곡에선 한치앞도 보이질 않았다. 그저 앞사람의 렌턴불빛이 등대가 되어 그 뒤를 따르기도 급급했다. 전혀 주변 경치가 감이 오질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간혹 희미한 달빛에 실루엣으로 나타나는 그림자가 신비스러웠다. 어차피 야간산행이란게 보여주는게 아니니 미지의 계곡을 시원한 밤에 걸었다는 것이 그저 흥미로웠다.
'해외 트레킹 > 2016 미서부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억겁의 시간 콜로라도 강이 만든 '홀스슈 밴드' (0) | 2016.08.03 |
---|---|
신이 빚은 화려한 조각품 브라이스캐년 트레킹 (0) | 2016.08.01 |
자이언의 웅장한 위용 엔젤스 랜딩 트레킹 (0) | 2016.07.27 |
솔트레이크시티를 떠나 캘리포니아로~;; (0) | 2016.07.26 |
그랜드 티톤 국립공원 그래니트 캐니언 트레일 (0) | 201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