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영양 자작나무 숲 본문
2021년 11월 21일
청송 주왕산을 돌아본 후, 다음날은 경북 영양에도 인제 원대리 못지 않은 자작나무 숲이 있다길래 청송 온김에 영양 자작나무 숲엘 가기로 하였다. 청송에서 영양까지는 그리 멀지 않는 거리이다. 추수가 끝난 들녘을 채우고 있는 마시멜로(곤포사일리지)의 흔한 풍경을 차창밖으로 보면서 곤포사일리지에 대한 이야기(축산 농가에 재 판매를 해서 소먹이가 된다는, 혹은 비닐 사용량이 많아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는 둥)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깊은 산속 주차장이다. 먼저 온 몇 대의 차들이 주차를 해놓았다. 우리도 한켠에 주차를 하고보니 자작나무숲 입구까지 3.2km 거리라 적힌 걸 보며 걷기가 만만치 않겠다 했다. 그러나 계곡에서 들리는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깊은 산길을 걷는 것도 참 오랜만이라 좋았다. 아침 햇살이 숲 안쪽까지 깊숙히 들어와 신비스런 분위기도 연출한다.
영양 자작나무 숲은 「1993년 죽파리 일대에 인공 조림한 30.6ha 규모(축구장 40개에 해당하는)의 약 12만 그루의 자작나무들이 어느새 어엿한 청년 숲으로 자랐다. 자작나무로 유명한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보다 3배나 크다고 한다. 아직 공식 개장하지 않았지만 약 2km의 산책로가 조성돼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든다.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덕분에 오지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아침 햇살이 숲 속 깊숙히 들어와 빈나뭇가지들에 걸려 반짝거린다.
참 조용한 아침이다.
어디메쯤에서부터는 휴대폰 전파마저 끊긴다는데 '휴대폰은 잠시 꺼두세요'라는 광고문구가 생각난다.
영양에서도 첩첩산중에 자리한 죽파리는 최고의 오지마을이다. 이곳에 수령 30년생인 자작나무 명품 숲이 자라고 있다.
초입에서 3.2km라고 적혀있는 걸 보았음에도 가도가도 나타나지 않는 자작나무를 원망하며 걸었더랬다.ㅋㅋㅋ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짠하고 나타난 하얀 나무를 보고 감탄을 하게 된다.
잎은 다 떨구고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나목 그 자체...
자작나무가 만드는 특유의 빛깔이 지나온 길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작나무. . .
온전한 수형을 볼 수 있는 게 겨울 나무의 또 다른 매력이다.
2km의 자작나무숲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나올 수도, 정상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갔다 내려올 수도 있다.
영양 자작나무 숲은 국가지정 국유림 명품 숲에 지정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정식 개방을 하지 않아 안내소가 따로 없지만 안내판은 잘 갖춰졌다.
한 무리의 자전거 탄 이들이 자작나무숲 안쪽으로 거침없이 들어가버렸다.
우리는 중간쯤에서 아직은 따스함을 유지하고 있는 보온병의 커피를 마시며 자작나무의 하얀 자태를 감상하며 하늘도 보고 또 나무도 보고...그랬다.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함이 찾아든다.
하얀 수벽이 둘러싼 자작나무 사이길로 오솔길이 나있다.
흰 나무 빼곡히 펼쳐내는 순백의 치유의 숲.
영양자작나무숲은 2023년 정식개장이라고 한다.
순수함과 깨끗함이 어우러진 이곳이 너무 요란스런 관광지화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순백의 세계에서 속세로 돌아와 서울로 가는 도로는 그리 녹녹치 않아서 서울이 가까워질수록 더디기 그지 없다.
그와중에도 활엽수보다 몇 곱절 더 많은 자작나무의 피톤치드를 듬뿍 마신 탓인지 우리는 쉴새없이 떠들며 무사히 서울로 진입하였다. 청송에서의 2박3일이 꿈처럼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뒤따라 청송의 유명한 <시나노골드> 황금사과가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고맙다는 전화를 하니 후배는 '우리의 인연 값'이라며 맛있게 드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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