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경기둘레길 시흥 54코스(역방향) 본문
2022년 2월 12일
날씨가 봄날이다. 한낮에는 10도까지 오른다는 기분좋은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집을 나섰다. 소사역까지는 30여 분이면 도착할 것이다. 경기둘레길 전체 60코스 중에서 오늘 걷게 될 부천 54코스 소사역이 우리집에서 가장 근접한 출발지이다. 이후론 차차로 멀어질 것이다. 10시 무렵 소사역 3번 출구에서 스탬프를 찍고 역방향 시흥쪽으로 출발을 하였다.
소사역 3번 출구 앞 출발지엔 경기둘레길 55코스 안내 표지판이 있고, 그 옆에 스탬프함에는 55코스 시작, 54코스 종점 도장이 함께 들어있다. 55는 지난 번에 완주를 하였고 오늘은 54코스를 목표로 스탬프함에서 54인증 도장을 꽝 찍었다.
스탬프함 앞쪽으로 횡단보도 건너 경기둘레길 파란 화살표가 보인다. 길을 건너면 왼편으로 고가다리 위로 오르는 계단입구에도 안내 화살표가 붙어있다. 역방향으로 걷는 우리는 파란색 화살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위 사진에 보이는 흰색 건물이 서울신학대학교이고 경기둘레길은 교정 안으로 이어지지만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금지인지라 교문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교문 앞에서 바로 왼편 골목 안으로 가야했다. 우회 안내 표시는 따로이 없다. 다행이 도반 중에 지난 주에 이 길을 답사한 분이 계셔서 앞장서서 안내를 맡으셨다.
54코스는 여러 곳에 공사 구간이 많아서 우회를 해야 하는 구간이 있으나 뭐 특별한 안내가 없다고 한다.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니 정지용의 향수길이다.
옥천 출신인 정지용 시인이 어찌 부천 소사마을의 향수길 주인공이 되었을꼬?
정지용향수길을 따라 주택가 골목을 걷다 성주산 둥지 유아숲 체험원 부엉이가 있는 입구로 들어서면 신학대학에서 넘어온 경기둘레길 표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여기까지도 우회에 대한 특별한 안내는 없었다.
그저 먼저 걸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한 것을 참고하여 걷는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었다면 많이 당황하고 헤매게 되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의 화살표 모양은 아주 도움이 되는 좋은 표시이다. 더군다나 거리와 소요 예정 시간까지 적혀있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 지 얼마되지 않아 성주정聖柱亭에 도착하여 겉옷을 벗어야 했다.
벗었던 겉옷은 걷는 동안은 입을 일이 없었다. 나중에 완주하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입었으니 종일 날씨가 봄날처럼 따스했다.
♣ 경기둘레길 시흥 54코스(역방향) : 부천 소사역 - 은계호수공원- 호조벌-시흥 연꽃테마파크(13.7km, 4시간30분)
시흥연꽃테마파크는 비오는 여름밤이면 여기저기 불빛이 번쩍인다. 활짝 핀 연꽃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모이는 까닭이다. 보통천 물길을 따라 호조벌을 걷는다. 호조벌은 백성을 구휼하기 위해 간척한 농경지다. 물길로 이어지던 걸음은 신현동으로 접어들면 숲길로 바뀐다. 잠깐 신천동 도심구간을 걷고 소래산으로 들어선다. 소산서원을 만나고 산길을 올라 바위에 새긴 보살님을 뵙는다. 하우고개 허공에 걸린 출렁다리를 건너 숲길을 나가면 소사역이다.
마침 궁금하던 정지용 향수길이 조성된 연유를 알 수 있는 안내문이 성주정 앞에 있었다.
....정지용 시인은 부천에 살면서 소사역, 지금의 부천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 이화여대까지 통근을 하기도 하고, 일요일이면 인천 답동성당을 다녔다. 그러다 소사성당이 창립되자 소명지하도부근 경인철도와 소사천 개울을 건너 소림별장 즉 소사성당으로 다녔다. 아직도 꼬불꼬불 그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를 기리기 위해 1993년에 그가 살던 건물 벽에 '정지용 시인이 시심을 키웠던 곳이다'라는 기념푯돌을 설치하였다....
어느 순간부터 경기둘레길은 시흥 늠내길과 내내 같이 간다.
오렌지색 시흥 늠내길 나무판에 파란 화살표는 방향을 잡고 길을 걷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래 경기둘레길 나무판은 그저 몇 코스라는 것만 있어 방향을 잡기엔 아무 도움이 안된다. 애매한 곳에 반갑게 달린 리본보다 못하다.
저 앞쪽으로 도로(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야할 지, 오른쪽으로 가야할 지 아무런 안내가 없다. 갈림길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리본조차 번번히 만나지 못하여 헷갈리게 한다. 대안으로 시흥 늠내길을 따라 가다보면 나타나는 경기둘레길 표식....
눈치껏 걸으라는 그런 뜻인듯 ;;
고가다리 밑을 어렵사리 지나고...
시흥대야역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간다.
횡단보도를 건너 시흥대야역 방향으로 직진이지만 횡단보도 건너 왼편에 있는 순대국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12시가 조금 안된 시점이지만 미리 먹고 걷기로 하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목적지까지 적당한 식당이 없었다.
은계호수방면으로 가는 길 도중에도 많은 공사현장을 지나간다.
이곳을 지나는 길은 헷갈리고 애먹이는 구간이 길게 이어진다.
횡단보도를 건너 왼쪽의 은계호수공원 왼편으로 지나야 하지만 공사중이라 우회해야 한다(홈페이지에 우회 안내가 되어있다). 횡단보도 건너 그냥 직진한다.
걷다보니 은계호수공원이 왼편으로 지나간다. 원래는 호수 저 건너편으로 경기둘레길이라고 한다.
앞쪽 육교를 건너 왼편으로 내려서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육교 위에서 본 도로 오른쪽을 끼고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은계호수공원 부근을 지나는 이 구간이 가장 혼란스러운 길이지 싶다.
하천을 끼고 걷다 은빛초등학교를 지나면 수로공사 중인 다리밑으로 진입하면 된다. 별시리 안내는 없지만 막아놓은 파란색 거치물을 지나 냅다 건너편 둑으로 올라서서 진행하면 되더라는...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어디엔가 우회로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안내표시가 없으니.
그렇게 어렵사리 올라온 제방길은 오래도록 가야했다.
너른 평야는 '호조벌'이다.
300년 전 바다를 막아 만든 간척지로 여의도 면적의 2배에 이르는 시흥시 최대 곡창지다.
이곳은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초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전국적으로 농토가 황폐해져 백성들이 굶주림에 고통받을 때 국가에서 바다를 막아 간척을 해서 만든 농토다.
조선시대 승정원일기를 보면 호조벌은 조선 20대 임금 경종 1년인 1721년 시흥시 포동 걸뚝과 하중동 돌장재를 잇는 호조방죽을 완공한 뒤 안쪽 개펄을 메워 조성한 농경지라고 기록되어 있다. 간척은 지금도 쉽지 않은 공사인데 그 옛날에 백성을 위하여 간척을 하여 이런 농경지를 만들었다니 예사롭지 않아 너른 호조벌을 다시 둘러보게 된다.
띄엄띄엄 보이는 시그널을 따라 다리를 건넌다.
양옆으로 너른 호조벌과 하천이 꾸준히 따라온다.
겨울 황량한 들판엔 별시리 볼 것은 없지만 어느 순간 하늘을 덮는 철새가 나는 모습은 덤인 듯!
부천역에서 13.6km를 걸어 오후 2시20분에 목적지에 도착을 하였다. 점심시간 포함하여 4시간 20분 소요.
먼저 걸은 블로그 님들의 경험을 공유도 하고, 미리 길을 답사한 도반의 안내도 받으며 54코스를 무사 완주하였다.
도중에 우회로가 많아서 정보없이 걷는다면 쉽지 않았을 54코스였다.
이제 우리는 경기둘레길 54코스 완주 스탬프를 찍고 53코스 구간인 시흥갯골생태공원 방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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