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시인 <기형도 문화 공원> 산책하다 본문
요즘은 비도 자주 온다. 아침에 내다보니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특별한 일 없는 날이라 머리를 좀 자를까하고 미용실 앞에 오니 문이 닫혔다. 생각하고 보니 화요일이다.
우리 동네 미용실은 대부분 화요일이 휴무다.
그런데도 걸핏하면 화요일에 미용실 갈 궁리를 잘한다. 화요일이 나에겐 미용실 가기 좋은 날인가?
암튼 미용실은 허탕을 치고 이왕에 나선 발걸음을 기형도 문화공원으로 향했다.
비는 오지만 산책을 하여도 될 정도로 오는 비라 괜찮았다.
집에서 10분이면 되는 거리에 기형도 문화공원이 있다. 공원의 규모는 작지만 호젓하게 걸을 만하다.
공원은 제2경인고속도로와 이케아 광명점 사이에 있는 작은 규모이다.
기형도 문화공원이 조금 외진 곳이라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요즘은 근처에 큰 건물들이 들어서고 하면서 점심시간이면 산책하러 나오는 이들이 더러 보였는데,
오늘은 비오는 날이라 한 바퀴 돌아 나올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초록 초록한 잎사귀들과 떨어져 뒹구는 낙엽들이 혼재하는 산책로다.
아직은 초록이 무성한 8월이다.
그럼에도 날씨는 가을로 접어든 것 같다. 선선하다 못해 춥기까지 하니 날씨가 이래도 되나 싶다.
비에 젖은 벤치와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영판 가을 모습이다.
이왕에 기형도 문화공원엘 들어섰으니 기형도 시인에 대해서 옮겨 보았다.
기형도(1960-1989) 시인은 경기도 시흥( 현재 광명시 소하동)에 살면서 서울과 안양을 오가며 시인으로 신문기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종로 파고다극장에서 심야영화를 보던 중 뇌졸중으로 29세의 짧은 생애를 마쳤다.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인은 구체적인 이미지를 통해 우울한 자신의 체험과 추상적 관념들을 형상화해 왔다. 주로 유년 시절의 기억이나 도시인의 삶을 통해 비극적인 정조를 드러내면서 독창적이고 개성 강한 시를 발표해 왔다. 시인 기형도가 죽은 해 5월에 유고시집으로 <<입 속의 검은 잎>> 이 발간되었다.
기형도 문화공원 내엔 시인의 詩들을 다양한 모습으로 접할 수 있게 설치되어 있다.
기형도 시인의 시는 대체적으로 무겁다. 그가 활동하던 1980년 대 어두운 시대상이 시에 반영된 듯.
광명시는 시인 기형도를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해 2017년 11월에 기형도 문학관과 기형도 문화공원을 조성해 개관하였다.
사진 오른쪽 건물은 롯데몰, 왼쪽은 지난 3월에 개원한 증앙대 광명병원이다. 사진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중앙대병원 뒤편으로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빌딩이 두 개가 있다. 사진 끝 지점에 파란색이 보이는 곳은 코스트코 광명점이다. 도로는 KTX 광명역으로 이어진다.
늘 이곳에 오면 한참을 서서 내려다보게 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너무나 달라진 거리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반갑기도 하다.
기형도 문화공원 산책을 하다 기형도 시인에 대해 들여다보았다.
광명에 살다 보니(것도 집 옆에 있는) 기형도 시인에 대해 알게 되었다.
80년 대를 살다 요절한 시인이다 보니 학교 교육으로 접하지는 않았던 시인이다.
내가 아는 향토사학자 신정일 선생님이 좋아하던 시인이다.
신정일 선생님을 통해 기형도 '빈집'을 알게 되었고 광명에 이사 와서 기형도 시인 이름을 들었을 때
'어! 내가 아는 시인'이라며 괜히 우쭐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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