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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눈 온 날, 기형도 문화공원 산책 본문

일상스케치/광명누리길

눈 온 날, 기형도 문화공원 산책

다보등 2022. 12. 13. 10:29

12월 6일(화)

아침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올해 첫눈인 것 같다.

책상에 앉았는데 눈은 책에 가 있지만 신경은 온통 밖으로 나가고 있다. 이러다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 밖으로 나갔다.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인근에 있는 기형도문화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에서 가까우니 멀리까지 나가도 되지 않는 호젓한 공원이다. 발밑에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참으로 듣기 좋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술이 있는 모양이다. 틀림없이~!

(한 시간 남짓 산책 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눈이 대부분 녹아 버렸다. 나오길 잘 했다.)

 

산수유열매

 

 

기형도 시인의 여러 시들이 시비로 조성이 되어 공원 여러 곳에 있다.

기형도 시는 어딘지 어둡다. 

기형도는 광명시 출신이었고, 1960년생으로 1989년 돌연사한 시인이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시인이었고 오다가다 들은 풍월로 이름만 알고 있던 기형도를 광명에 이사 와서 제대로 알게 된 시인이다. 광명시에서는 기형도문학관을 설립해 그를 기리고 있다. 기형도문학관과 함께 기형도문화공원이 같이 있다. 

 

사철나무열매
산사나무열매

 

 

저녁노을이 지면......

눈 속에 묻혀 보이지 않은 나머지는?

기형도 문화공원은 사계절 늘 나의 단골 산책로인 곳이라 내 블로그 안에서 어렵지 않게 눈에 묻힌 나머지 싯구를 찾을 수 있었다.

 

 

 

저녁노을이 지면

신들의 상점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성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사원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 걸음도 들어갈 수 없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그 성  / 기형도 시 <숲으로 된 성벽>에서

 

 

지난주 일주일 동안 시험기간이었다.

내내 책과 씨름을 하느라 오늘에 사 짬이 난다.

마지막 과제까지 제출하고 나니 해방이다. 

이제 긴 방학이고 그 끝에 2월이면 졸업이다.

쓰담쓰담....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