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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카눈이 오기 전 날 산책길에 만난 저녁 하늘 본문

일상스케치/광명누리길

카눈이 오기 전 날 산책길에 만난 저녁 하늘

다보등 2023. 8. 10. 06:15

내일(10일) 남해안을 시작으로 들이닥칠 태풍의 영향으로 시원해졌다.

시원해졌다는 것을 좋아해야 할 일인지 걱정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

현재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제6호 태풍 카눈은 1951년 이후 처음으로 한반도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태풍이 될 전망이란다. 전례 없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를 걱정해야할 일이란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우선은 시원해서 좋다.

앞일을 알지 못하는 우매함 간사함이다.

내일 오전이면 남해안에 상륙한다는 뉴스를 보며 저녁을 일찍 먹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동네산책에 나섰다.

나는 일단 걷게 되면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가끔은 사진 찍고 무언가를 보느라 느려지긴 한다.

그렇게 1시간을 걸으면 대체적으로 5-6천보 정도이다.  1시간 반 정도는 걸어야 만보가 넘는다.

 

 

오후 6시 40분 쯤 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조용한 숲을 독차지 하고 걷는 기분이 좋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우거진 숲을 걷는 것 자체가 상쾌하다.

작지만 충분한 공원이다.

 

 

산을 벗어나 주변을 크게 돌았다.

늘상 사람들이 많더니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도 사람들이 없다.

약간 낯선 느낌이다.

 

 

 

오늘 자세히 보니 방음벽에 새 충돌방지를 위한 조치로 자잘한 점들이 그려져 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었지만 투명창에 점들이 빼곡하다.

예전엔 여기저기 독수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연구 결과 새 그림은 효과가 없고 새들에게 투명창의 존재를 인식시킬 다른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바로 유리창에 5×10cm 이내 간격으로 작은 점들을 찍어주는 것이란다.

잘한 일인 것 같다.

알게 모르게 많은 새들이 충돌하여  안타까운 일이 많다고 하던데 이제 그건 방지가 되겠다.

 

 

 

 

갑자기 눈에 들어온 하늘.

요즘 일몰시간대가 오후 7시 30분이다.

지금 시간이 오후 7시 10분쯤.

하늘이 너무 예뻐서 잠시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아침이나 저녁 산책의 연장선으로 이곳까지 자주 걸었던 길이지만 마침 해가 지는 이 시간대는 처음인지도 모를 일이다.

모자 푹 눌러 쓰고 걷는 것에 집중하여 걷다가 방음벽 때문에 고개를 든 덕분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래 사진 속 살짝 볼록한 산이 광명동굴이 있는 가학산이다.

이렇게 서쪽 하늘을 관심있게 보며 걷는 것도 아마 하늘 덕분인 것 같다.

밋밋했으면 그냥 땅만 보고 지나갔을 지도.

도로 끝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체육시설이 있는 곳이다.

나는 그곳을 지나 좀전에 걸었던 코스를 다시 걷는다.

작은 공원이라 한시간을 넘게 채우려면 몇 번은 왕복해야 한다.

 

 

다시 공원으로 들어와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공원은 은근한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어 내가 좋아하는 코스다.

바깥으로 돌면 마냥 평지를 걸어야 하므로 피로도가 더 큰 것 같아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선호한다.

 

 

숲을 벗어나 다시 크게 공원을 중심으로 걷는다.

 

 

 

오잉!!!

30분 상간에 하늘이 더  아름다워졌다.

오후 7시 28분 막 일몰이 시작되려는 시간대이다.

어머어머!!

이 길은 도로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차들이 다니는 길이 아니다.

근처에 황룡사라는 작은 절이 있어 그곳으로 연결되는 도로이다.

그러니 맘 놓고 걸어도 되는 길이다.

가끔은 쉬러 오는 차들이 갓길에 주차를 해놓기도 한다.

옆의 방음벽은 제2경인고속국도이다.

 

 

내일이면 강력한 태풍 카눈이 결국은 경로를 바꿔 한반도를 관통한다하여 긴장감 속에 있다.

태풍이 오기 전 하늘은 역설적으로 아름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