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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진안고원 아침 안개 속 산책 본문

일상스케치

진안고원 아침 안개 속 산책

다보등 2022. 11. 1. 06:55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에 있는 숙소 '진안고원 용담호의 아침'은 단독 주택이다.

분위기는 그냥 시골 할머니집이나 친척집에 놀러온 느낌 그대로였다.

어제는 마당에서 바베큐로 분위기 있는 저녁 시간이었다.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불멍을 즐기는 걸 보면서 나는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여 구미 결혼식에 갔다가 다시 진안으로 오느라 하루 종일 차를 탄 것이 너무 피곤하였다.

 

다음날 이른 아침(?) 7시에 살며시 일어나 창밖을 보니!

안개가 마당까지 내려와 있었다.

다른 가족들에 방해가 되지 않게 살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진안은 고원이라 아침엔 영하로 내려 가기도 한다고 들었는데 그닥 춥지 않은 아침이라 다행이다.

 

 

 안개 속에 묻힌 마을 풍경이 궁금하여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했는데 낯선 인기척에 여기저기서 댕댕이들 짖는 소리에 발길을 마을 밖으로 돌렸다.

 

 

 

집앞에서 길따라 걸어 나오니 대왕참나무 가로수 길이 멀리 이어지고 있다.

'이 공간 만의 향기는 어땠을까?

스쳐가는 바람의 소리는 어땠을까?

시각적인 것보다 청각적인 것이 먼저 생각나는 풍경...'

대왕참나무에 이끌려 안개 속으로 자꾸 걸어 들어 가게 된다.

 

 

이렇게 안개 속으로 자꾸 들어가다간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슬며시 걱정이 되어 사방을 두리번 거리게 된다.

길을 벗어나 안 쪽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발을 내려다보니 맨발에 슬리퍼인지라 ... ;;;

 

 

용담호 주천 생태공원 포토포인트도 있고...산림탄소상쇄의 숲이라는 안내도가 있는 걸 보니 

신경써서 조성한 길인 모양이다.

계속 걸어 들어가다보니 잘 조성된 파크골프장도 있었다.

안양천 산책길에서 파크골프연습장만 보았던 나로서는 제대로 된 멋진 파크골프장을 보니 놀랍더라.

 

 

 

안개 속에 숨다/ 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감을 두려워한다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 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