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한라산둘레길 1구간, 천아숲길 본문
4월 21일 일요일
어제는 한라산 일대에 기상악화로 입산이 통제되는 바람에 한라산둘레길을 걷지 못했다.
오후부턴 날씨가 점점 좋아졌다. 일요일인 오늘은 한라산둘레길 1구간~2구간을 걸을 수 있었다.
결론은 어제 굳은 날씨에 걷지 못했음이 너무 다행이었다. 오늘 이렇게 아름다운 한라산둘레길을 보여 주려는 신의 배려라고 무작정 생각하기로 하였다.
어제오늘 2개 구간씩(1-2구간, 3-4구간) 이틀에 나눠 걸을 예정이었으나 차질이 생겼고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1구간 천아숲길과 2구간 돌오름길을 두 개 구간을 이어서 걷기로 하였다.
또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라 저녁 비행기 시간을 염두에 두고 아침 일찍 서둘렀다. 항구식당에 오전 7시 30분에 아침을 예약해 놓았으니 늦지않게 우리도 7시에 펜션을 나섰다.
오전 7시 반이 살짝 지난 시간이지만 늦지않게 식당에 도착을 하였고 복지리로 아침을 먹고 식당에서 싸놓은 김밥을 하나씩 챙겨 1구간 시작점인 천아숲길로 출발하였다.
한라산둘레길 1구간 천아숲길 8.7km
| 코스안내

천아수원지에서 보림농장 삼거리까지 8.7km의 구간으로 한대오름, 노로오름, 천아오름 등이 분포하고 있다. 노로오름인근 한라산중턱 해발 1000 고지 일대에 검뱅듸, 오작지왓이라고도 불리는 ‘숨은물뱅듸’가 있고, 무수천계곡으로 흘러가는 수자원의 보고인 광령천이 내려오는 곳에 천아수원지가 있으며 인근에 어승생수원지가 있다. (한라산둘레길 홈피)

천아숲길 시작점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한라산둘레길(천아숲길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2.2km를 걸어야 시작점에 도착을 한다. 차가 있다면 어승생수원지를 내비에 치고 1139도로에서 한라산둘레길 표시된 사잇길로 차를 몰고 끝까지 들어가면 작은 공터에 주차할 수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는 렌트한 차가 두 대라 차 한대를 마치는 곳인 서귀포자연휴양림에 주차해 놓고 한 대는 이곳에서 주차하고 시작하면 되지만 거기까지 오고 가는 시간도 꽤 되는 지라 그냥 두 대의 차를 이곳에 주차하고 출발하였다.

와! 주차장 아래쪽 계곡을 보고 입이 떡 벌어진다. 집채만한 바위들부터 온갖 크기의 돌들이 나뒹굴고 있는 계곡은 물이 아니라 바위들이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눈비가 많이 와서 계곡에 물이 흐를 때는 건널 수 없겠다. 그런 사태가 생길 수 있는 한라산이므로 어제 우린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아래를 보니 이미 출발하고 있는 다른 팀들도 보인다.
우리도 서둘러 출발을 하였다.
안개가 스물스물...
몽환적인 분위기에 그렇지 않아도 멋진 계곡이 안개까지 스물 거리니 꿈속인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계곡을 건너 숲으로 들어서며 감탄에 감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숲은 원초적인 자연 그대로 원시림을 방불케 하였고 안개마저 그 분위기를 북돋아 주었다.
안개와 숲에 매료되어 정신이 없는 와중에 갑자기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다.
미쳐 다리도 풀리기 전이라 잠시 힘들었으나 10여분 정도 오르니 평판한 길이다.
천아오름(796.3m)으로 가는 길로 한라산둘레길은 오르다가 옆으로 빠지게 된다.
숲이 깊어 이토록 기이한 초록을 품었는가,
새파란 하늘이 녹아들어 이토록 생생한가?
얼마나 매혹적인 초록인지!!
이런 건천들이 어제처럼 한라산에 비가 많이 내리면 계곡으로 쏟아져 내리는 물을 감당할 수가 없는 위험한 상황이 되므로 입산금지가 되는 것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건천 계곡을 수없이 많이 건너야 했다.
근처에 표고버섯 재배장에는 몇 대의 주차된 차들이 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한라산 목재나 버섯 등 각종 임산물을 수탈하기 위해서 만든 임도를 복원한 길을 따라 양쪽으로 조릿대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조릿대는 분류상으로 풀이라고 한다. 한라산 조릿대는 육지의 조릿대와 달라 '제주조릿대'라는 이름을 가졌다. 제주조릿대는 가장자리에 흰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제주 섬에 가뭄이 자주 들었는데 그때 종족 보존을 위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사람들이 따다 먹는 구황식물 역할을 했다고 한다. 요즘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라산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이렇게 무성해졌다고 하는데, 현재는 너무 무성하다 보니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골칫거리가 된 제주조릿대이다.
평지를 걷는데 왜 그런지 갈수록 점점 숨이 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발 700에서 800으로 오르는 길이라서 고도차이로 숨이 차는 거란다.
어쩐지~
1구간 종점인 보림농장 삼거리까지 4.8km 남은 지점을 지난다.
주변은 삼나무 일색이고 바닥은 제주조릿대가 점령을 하였다.
걷는 내내 너무 아름다워서 한숨이 나온다.
어제 비가 와서 걷지 못한 건 오늘 이런 풍경을 보여주려고 그랬나 싶었다.
어제 걷지 못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안개는 알게 모르게 어느 순간 슬며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오후 12시 18분 1구간 종점인 보림농장 삼거리에 도착을 하였다.
3시간 정도가 걸렸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길이라 말이 필요치 않다.
역시 한라산이다.
제주올레길 곶자왈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해외 여러 나라에 트레킹도 다녀봤지만 빠지지 않는 길이다.
이어서 걸을 2구간 돌오름길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일단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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