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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로즈의 일상 스케치

코카서스 조지아 카즈베기 주타 트레킹(2) 지난 겨울이 남긴 설원과 빙하가 만든 호수 본문

걸어서 세계속으로/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코카서스 조지아 카즈베기 주타 트레킹(2) 지난 겨울이 남긴 설원과 빙하가 만든 호수

다보등 2024. 7. 16. 13:50

주타마을에서부터 시작되는 오르막은 숨이 턱에 차도록 힘들었다.
이곳 주타마을이 해발 2,200m이다. 
말이라도 타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슬며시 꾀가 나기도 하였다. 
우리 일행들은 숨도 차지 않은 모양이다. 저만치 앞서간 일행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트레킹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경치에 감동하면서 죽을힘을 다해 언덕을 오르는 중이다.
 

와!!! 이미 풍경에 반했다

 
 
느릿느릿 언덕을 오르는데 30분이나 걸렸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숨이 차도록 올라온 오르막 끝 지점에서 너도나도 사진 한 장씩 남기고 쉬었다 간다.

 

 
 
6월의 초원엔 온통 야생화 천국이다. 아름다운 야생화에 자꾸 걸음이 느려진다.
일일이 다 찍을 수도 없고 그저 눈에 담는다.
생전 처음 보는 꽃들도 있다.
꽃이름을 어디 물어볼 곳이 없다.
보라색꽃 구슬붕이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설산을 배경으로 한 피프스 시즌 산장

 
 
와!!! 경치가!!
주타마을에서 차우키 산(5,047m)이 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오늘 우리가 트레킹 할 곳이 저 산아래 어디쯤이겠지?
 

 

차우키 호수까지가 목표이다

 

 
 
주타트레킹이라 함은 보통 주타마을에서 차우키 패스를 따라 로쉬카 트랙까지 걷는 18km의 길을 일컫는다. 이는 코스가 길어서 넉넉잡아 왕복 6시간이 걸린다. 물론 가다 힘들면 돌아오면 된다. 
그러나 시간이 넉넉치 않은 여행객들은 보통 3km 지점에 있는 차우키 호수까지 갔다가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택한다.
산을 오른다기 보다 길을 따라 걷는다고 보면 되는 코스로 주타의 알짜배기만 골라 즐길 수 있다.
 

FIFTH SEASON

 
 
설산을 배경으로 세상 멋진 곳에 자리잡은 산장 이름은 'fifth Season'이라고 다섯 번째 계절이다.
기가 막힌 이름의 피프스 시즌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시작을 하였다.
인솔자는 출발하는 우리에게 무리하지 말고 체력이 닿는 데까지만 다녀오라고 한다. 
일찌감치 앞서 가버린 다른 일행들은 이미 시야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우리 네 명은 천천히 즐기며 걷자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발을 하였다.
 

출발에 앞서 인증사진 남기고

 
 
지난겨울 쌓인 눈은 이제야 녹기 시작하였고 잔설은 여기저기 빙하처럼 신기한 모습이다.
쌓인 눈 아래로 물이 흐르는 곳도 있으므로 자칫 잘못하면 약해진 눈이 무너질 수 있으므로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해빙기인 이 계절에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면 위험할 수 있다. 
 

 
 
곳곳에 지난 겨울의 흔적인 눈은 여전히 많았고 6월에 눈길 트레킹이다.
유럽의 알프스라 불리는 아름다운 코카서스 깊숙이 들어간다.
 

 
 
거대한 눈이 길을 막았고 눈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이 애매했다. 우리는 어정쩡하게 망설이고 있었다.
이때 외국인을 인솔하고 온 가이드가  안전한 길을 찾아 안내를 하고 있었고 멀찌감치서 보고 있던 우리에게도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덕분에 우리는 그들을 따라 안전하게 눈을 건너갈 수 있었다.
(나중에 들어 보니 우리 일행들은 이쪽에서 눈을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치우쳐 다른 쪽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호수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갔다고 했다) 
 
 

 
 
눈길을 잘 지나왔는데 갑자기 친구들이 더 이상 가지 않고 이곳에서 점심 먹고 그만 내려가겠다고 한다.
외국인들을 보면 복장도 세상 편한 복장이다. 그렇다면 이 코스가 그리 어려운 길이 아닌데 그만 간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많은 이들이 앞서서 갔고 친구들이 가지 않는다고 덩달아 남기는 싫었다.
나는 그대로 진행하기로 하고 친구들은 뒤에 남았다.
 

 
 
못내 아쉽긴 하지만 일단 혼자라도 가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함께 눈길을 지나온 외국인 여행객들을 따라 부지런히 걸었다.
서서히 산이 가까워지며 펼쳐지는 차우키 매시프(Chaukhi massif, 다섯 봉우리) 풍경에 사진을 찍고 또 찍으며 감탄만 할 뿐 뭐라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드넓은 초원을 지나 그리고 그 끝에는 차우키 매시프(Chaukhi massif)가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점점 커지는 빙하의 모습을 바라보며 코카서스의 매력을 마음껏 즐긴다.
 

 
 
언덕을 하나 올라섰는데 갑자기 호수다.
헙!
사실 친구들이 멈춘 곳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였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앞서간 우리 일행들도 아무도 없다.
다들 차우키 패스를 넘어갔나 싶은 그때 호수 건너편에 있던 두 명의 일행을 만났다.
그들도 다른 사람이 안 보인다며 어디 갔나 하던 참에 나를 만나서 무척 반가워했다. 
 

주타(차우키)호수

 
 
우리는 호숫가에 앉아 함께 점심을 먹었다.
나는 어제 밤에 미리 삶아 놓은 감자 2개와 빵 그리고 한국에서 가져간 건조식품 시래기된장국을 아침에 뜨거운 물에 풀어 보온병에 담아 왔는데 감자와 빵이랑 같이 먹으니 찰떡같이 잘 어울렸다.
그 어떤 것보다 시래기된장국이 신의 한수였다.
함께 있던 두 명에게도 나눠 주었다.
그들도 역시 시래기된장국에 감탄하며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만년설이 녹아 만들어진 호수, 차우키 산이 호수에 비치는 모습은 마치 알프스 미봉 마터호른 같은 풍경이다. 
사람들은 조지아의 알프스라고 부르곤 한다던데 그 이상의 감동이 있다. 
 

 

주타호수


 
눈이 아직 녹지 않았고 지난번 폭우로 길도 없어져 차우키 패스를 넘어갈 수는 없었다. 
우리는 주타(차우키) 호수에서 충분히 즐기고 하산하려고 하는데 중도에 포기하겠다고 하였던 그래서 이미 내려갔을 거라 생각한 친구들이 호수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게 이렇게 반가운 일인가 싶을 정도였다.
어찌 된 일인가 물으니 내려가는 어떤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조금만 가면 호수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왔단다. 
우짜든동 왔으니 너무 기뻤고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
모든 선택에는 저마다의 즐거움이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제 1차 집결지인 피프스 시즌 산장으로 내려간다. 
바람에 살랑대는 야생화, 지난겨울이 두고 간 설원, 아름다운 대자연을 원 없이 보고 담는다.
 

 
 
한참 내려가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일행들을 갑자기 만났다.
이때까지도 몰랐는데 일행들은 아까 눈길을 건너지 못하고 왼쪽으로 치우쳐 가게 되었고 호수로 가는 길이 훼손되어 갈 수가 없었고 그곳 폭포(라고 하기에도 애매한)라 생각한 곳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 길이라고 한다.
호수를 보지 못한 이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차에서 내리자 뒤도 안 돌아보고 부지런히 사라졌던 일행들은 결국은 이렇게 해서 다른 곳에서 코카서스를 즐긴 것 같다.
 

이래 많은 이들이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곳에 갔단다
피프스 시즌의 엽서같은 풍경
피프스 시즌 산장

 

 
 
모이기로 한 약속된 시간이 남아서 우리는 피프스 시즌 산장에서 시원한 맥주와 그리고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주타트레킹의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즐겼다.
수많은 사람들이 극찬한 코카서스의 낭만이 무언지 알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다시 주타마을을 지나  차에서 내렸던 장소까지 걸어갔다. 올라올 땐 숨차고 힘들었지만 내려가는 길은 룰루랄라다.
 

 
 
약속된 시간에 다들 모였고 제시간에 온 자동차들은 오는 족족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을 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타고 온 차가 다른 차에 비해 한참이나 늦게 오는 바람에 기다리다 지칠 무렵 나타났다.
왜 늦은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왔으니 다행이라며...
무사히 숙소로 복귀할 수 있었다.
 

 
 
어제 갔던 마켓에 다시 가서 가지, 양파, 오이, 계란을 사 왔다.
누룽지도 지겨워 가져간 쌀로 밥을 지었다. 역시 밥이 최고다.
10여 년 전부터 여행할 때마다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미니쿠커로 밥을 짓고 다된 밥은 다른 그릇에 퍼담아 놓고
거기다 가지볶음을 하였다.  
양파 잔뜩 넣어 가지 볶음을 하고 건조 시래기된장국을 쌀뜨물을 받아서 집된장을 조금 더 풀어 끓였더니 더 맛이 있었다.
지치고 배가 고프니까 임금님 밥상이 부럽지 않았다.
 

가지볶음
나름 진수성찬~

 


 
카즈배기 마을에서의 이틀째 밤이 깊어 간다.
내일은 이동을 해야 하므로 빨래를 할까 말까 하다가 했다.
큰 타월에 돌돌 말아 밟아서 물기를 짜고 널었더니 아침에 그럭저럭 말라서 입을 만했다.